2009년 한 해, 북한은 대내외적으로 격동의 시기를 보냈습니다. 장거리 로켓 발사와 2차 핵실험으로 국제사회의 강력한 제재에 부딪혔고, 내부적으로는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후계체제가 가시화 되고 화폐개혁이 단행되는 등 큰 변화가 진행 중에 있습니다. 저희 미국의 소리 방송은 연말을 맞아 올 한 해 북한 관련 주요 뉴스를 정리하는 특집방송을 준비했습니다. 일곱 차례로 나눠 보내드리는 2009년 북한 뉴스 결산, 오늘은 첫 번째 순서로 김근삼 기자와 우여곡절 끝에 양자대화에 돌입한 미-북 관계를 살펴봅니다.    

문) 김근삼 기자. 2009년 한 해 미-북 간에 참 많은 일들이 있었는데요. 올해 미-북 관계를 돌아보면서 어떤 평가를 내릴 수 있을까요?

답) 미국의 오바마 행정부는 지난 1월 출범 초기부터 북 핵 문제 해결을 위해 강하고 직접적인 외교 의지를 천명했는데요. 상반기에 북한의 6자회담 탈퇴 선언과 2차 핵실험으로 긴장이 고조됐지만, 하반기에는 미국의 이런 외교 의지가 반영돼, 양측 간에 진지한 양자대화가 이뤄졌습니다. 특히 이달 초 스티븐 보즈워스 대북 특사가 김정일 위원장에게 보내는 오바마 대통령의 친서를 전한 데 이어, 미국 과학자들과 기업 대표단이 잇따라 평양을 방문하는 등 민간 교류도 활발해지는 양상입니다.

따라서 올해 상반기 미-북 관계는 북한의 핵실험과 미국인 기자 억류 사태 등으로 경색 국면을 맞았지만, 이제는 고위급 접촉에 이어 6자회담과 비핵화 진전에 따라 양국 관계가 빠르게 개선될 수 있다는 기대가 나오고 있습니다.

문) 앞서 말씀하셨지만 오바마 행정부는 취임 초부터 북한과의 대화 의지를 밝혔는데, 결국 12월에야 테이블에 마주 앉을 수 있었군요?

답) 북한이 국제사회의 경고를 무시한 채 로켓 발사와 핵실험을 실시했고, 이로써 국제사회의 제재를 초래했기 때문인데요. 오바마 대통령은 취임 전부터 북한과 대화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혔고,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도 취임 초 기자회견에서 북한과의 관계 개선과 평화협정 체결 의지를 분명히 했습니다. 클린턴 장관이 지난 2월 초 미국의 아시아 정책을 처음으로 설명하면서, 북한에 관해 언급했던 내용을 들어보시죠.

클린턴 장관은 6자회담 재개를 촉구하면서, 북한이 모든 핵 프로그램을 완전하게 제거할 준비가 돼 있다면, 미-북 관계를 정상화 하고 북한과 평화협정을 체결하며, 북한의 에너지와 경제 요구를 충족할 지원도 제공하겠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미국은 보즈워스 전 주한대사를 북한과의 외교를 전담할 특사로 임명하면서 더욱 적극적인 대화 의지를 밝혔지만, 이후 북한의 핵실험으로 제재 국면이 조성되면서 보즈워스 특사의 활동도 위축될 수밖에 없었습니다.

문) 보즈워스 특사를 포함해서, 오바마 행정부에서 북한 문제만을 전담할 고위 관리들이 여럿 임명된 점은 분명 과거와 다르지 않습니까?

답) 그렇습니다. 오바마 행정부는 고립과 대화라는 양극단을 오갔던 전임 부시 행정부의 대북정책을 비판하면서, 북한의 도발 행위에 대해서는 제재를 가하되 대화 노력은 계속 기울인다는, 대화와 제재의 병행을 추진했습니다. 이런 차원에서, 유엔 안보리 결의 1874호 채택 후에는, 대북 제재 업무만을 총괄할 필립 골드버그 조정관을 임명했습니다.

골드버그 조정관은 이후 백악관과 재무부, 국방부 등 정부 합동 대표단을 이끌고 여러 나라를 방문해서, 제재의 철저한 이행과 이를 위한 협력 방안 등을 논의했는데요. 하지만 그런 과정에서도 제재의 궁극적인 목적은 대화와 이를 통한 비핵화라는 점을 거듭 강조했습니다.

제재의 목적은 북한이 다자회담에 복귀하고 비핵화 조치를 취하도록 하는 것이며, 그 때까지 제재는 계속된다는 것입니다.

문) 미국이 북한의 도발에는 제재로 대응하면서도 한편으로는 꾸준히 직접 외교 노력을 기울인 반면, 북한의 미국에 대한 입장에는 여러 차례 굴곡이 있었던 것 같습니다. 어떻습니까?

답) 북한은 오바마 행정부 취임 초, 미국에 대한 직접적인 비난은 자제하는 분위기였습니다. 하지만 3월 미-한 합동군사훈련 직후부터 미국 정부에 대한 비난을 시작했고, 북한의 로켓 발사에 대응해 미국의 주도로 유엔 안보리에서 반대 성명이 채택되자 미국에 대한 비난의 수위가 더욱 높아졌습니다. 급기야 5월 들어서는 미국의 대북 적대시 정책이 조금도 변하지 않았다고 연일 비난을 쏟아냈고, 25일에는 제 2차 핵실험을 실시했습니다.

이런 북한의 태도에 갑작스런 변화가 온 것은 7월인데요. 신선호 유엔주재 북한대표부 대사가 북한은 언제든 대화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힌 데 이어, 북한 외무성은 미-북 대화의 필요성을 언급했습니다. 미국은 북한의 대화 요청에 대해 신중한 검토에 나섰고, 6자회담의 틀에서 회담 재개를 위한 것이라는 전제조건 아래, 결국 고위급 접촉에 응한 것이죠.
문) 그런데, 올해 미-북 관계에서 눈에 띄는 사건이 바로 미국인 기자 억류 사태와 석방, 또 이 과정에서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의 평양 방문과 김정일 국방위원장 면담 아니었습니까? 이런 과정은 세계적으로도 많은 관심을 모았는데요?

답) 미국인 기자 억류 사태는 지난 3월 두 기자의 취재 과정에서 시작됐죠. 두 기자가 북-중 국경 지역을 취재하던 중 북한 영토에서 북한 군에 억류된 것인데요. 하지만 북한은 이를 미-북 관계에서 정치적으로 이용하려 했고, 결국 클린턴 전 대통령의 평양 방문을 이끌어냈습니다.

북한은 공개적으로는 두 기자에 대해 불법월경과 적대행위를 이유로 재판을 통해 12년의 노동교화형을 선고했습니다. 하지만 미국 정부에 대해서는 은밀하게 클린턴 전 대통령을 특사로 파견하면 두 여기자를 석방할 수 있다는 의사를 계속 타진했습니다. 결국 클린턴 전 대통령이 8월 초 민간인 자격으로 평양에 들어가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면담한 뒤 두 기자와 함께 미국에 돌아왔습니다.

문) 두 기자가 다섯 달 만에 로스앤젤레스공항에서 가족과 만나 눈물을 흘리던 모습이 지금도 기억나는데요. 당시 클린턴 전 대통령의 방북을 놓고 미국과 북한의 입장에 큰 차이가 있지 않았습니까?

답) 네. 북한 관영언론들은 클린턴 전 대통령이 미-북 관계 개선에 대한 오바마 대통령의 구두 메시지를 전했다고 보도했지만, 백악관과 클린턴 전 대통령 자신은 이번 방문이 철저히 민간 자격으로 이뤄진 것이라며 북한 측 보도를 부인했습니다.

하지만 이후 미국의 입장에도 변화가 나타났습니다. 국무부는 당초 북한이 6자회담에 복귀해야만 미-북 양자대화가 가능하다는 입장이었지만, 9월에는 6자회담 복귀 전에도 회담 재개에 도움이 된다면 양자대화를 할 수 있다는 쪽으로 입장을 바꿉니다. 북한의 입장에도 변화가 있었는데요. 북한은 올해 초 6자회담을 거부했었지만,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평양을 방문한 원자바오 중국 총리에게 미-북 양자대화 결과에 따라 6자회담에 복귀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힙니다.

문) 하지만 이후 실제 양자대화가 열리기까지는 다시 여러 달이 걸리지 않았습니까?

답) 미국은 북한과의 양자대화 의사를 밝힌 후에도, 다시 나머지 당사국들과 신중하고 긴 협의 과정을 거쳤고요. 결국 오바마 대통령이 지난 달 서울을 방문한 자리에서 보즈워스 특사 파견 계획을 직접 공개합니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만일 북한이 구체적이고 되돌릴 수 없는 조치를 통해 핵을 포기한다면, 경제적 지원을 제공하고 국제사회와 완전히 통합될 수 있게 도와준다는 것이 미국의 분명한 메시지라고 거듭 강조했습니다.

문) 이제 미-북 양자대화가 열렸고, 양측은 6자회담의 필요성과 공동성명의 중요성에 대해 공통의 이해에 도달했다고 밝혔는데요. 미-북 관계의 현주소를 어떻게 평가할 수 있을까요?

답) 앞서 말씀 드렸듯이 6자회담에 대한 전망은 양자대화 이후 밝아졌습니다. 하지만 미-북 관계에 중대한 변화가 있었던 것은 아닙니다. 양측은 여전히 서로를 신뢰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제 이런 반목을 극복하고 실질적으로 양자 관계를 개선하는 열쇠는 북한에 있는데요. 과연 얼마나 진지하게 6자회담과 비핵화 의무 이행에 임하느냐는 겁니다.

오바마 행정부는 북한이 완전한 비핵화에 임할 준비가 돼있다면, 관계정상화를 비롯한 2005년 9.19 공동성명에서 규정한 다양한 보상들을 포괄적으로 협상할 준비가 돼있음을 분명히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북한이 비핵화라는 전략적 결단을 내리지 않는 한, 미국과의 근본적인 관계 개선에는 도달하기 어렵다는 게 전문가들의 한결 같은 지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