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정부의 화폐개혁으로 임시폐쇄된 외화상점이 새해부터 정상화될 예정이라고 중국의 한 대북 소식통이 말했습니다. 이런 가운데 일부에서는 화폐개혁으로 월급을 받는 주민들의 상황이 나아질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습니다. 김영권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최근 사업차 북한 북부 지역을 방문한 중국인 진모 씨. 북한 정부가 화폐개혁을 단행한 뒤 주민들의 경제생활이 사실상 마비 상태라고 말합니다.

"군인들이 왔다 갔다 하지, 보안일군들이 왔다 갔다 하지. 장마당이 정지된 상황이지 하니까 모든 경제생활이 사실상 정지 상태. 마비 상태와 같죠."

화폐개혁의 풍파에서 비교적 자유로울 것으로 여겨졌던 서민들 마저 장마당이 얼어붙고 물가가 폭등하면서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것입니다.

북한을 상대로 무역을 하는 중국 상인들의 우려도 깊어지고 있습니다. 최근 북한의 중심 도시들을 방문하고 돌아온 중국인 사업가 장모 씨는 18일 '미국의 소리' 방송과의 전화통화에서 평양의 외화상점이 모두 임시폐쇄된 상태라고 말했습니다.

"상품을 출하하는 모든 곳들이 다 닫고 있으니까. 외화 상점도 금년에는 문을 다 닫았습니다."

물건을 출하하고 거래하는 데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장 씨는 북한 당국자로부터 외화상점의 운영이 새해부터 정상화 될 예정이라는 말을 들었다고 말했습니다.

장 씨는 화폐개혁 뒤 환율이 계속 고시되지 않아 숙박비를 외화로 지불했다며, 그러나 새해부터는 북한에서 외화로 거래하기 힘들 것이란 얘기를 들었다고 말했습니다. 외국인도 환전 뒤 북한의 새 화폐를 사용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정부의 시장 공시가격도 아직 공식적으로 확정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북한의 북부 지역을 사업차 자주 방문하는 진모 씨는 북한 정부의 지침과 시장 정세가 맞지 않아 시장 공시가격 발표가 계속 연기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몇 가지 정해진 게 시장 정세와 맞지 않고 물가가 폭등하니까. 사람들이 아우성 피우고…"

정부가 임시 시장 공시가격을 발표했지만 현실과 너무 동떨어져 조정을 반복하는 등 혼란이 계속되고 있다는 것입니다. 일부 중국 상인들은 공시 가격이 없어 쌀을 팔지 못해 발만 동동 구르고 있는 형편이라고 진 씨는 말했습니다.

진 씨는 특히 최근 북한 당국의 검열이 더욱 엄격해졌다며, 화폐 개혁으로 살림살이가 어려워진 주민들을 상대로 고리대금업이 성행하는 것을 방지하려는 의도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나 화폐개혁으로 월급을 받는 주민들의 상황이 호전될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습니다.

중국인 사업가 장모 씨는 옛 화폐와 신 화폐의 교환이 1백대 1인데 비해 월급은 10대 1정도에 불과할 것이란 얘기를 당국자로부터 들었다며, 출근 도장을 찍는 주민들의 경제 사정이 새해부터 개선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월급 비율을 올렸으니 출근하는 사람들은 앞으로 많이 좋아질 거라고 해요. 많이 도움이 될 거예요."

재일 조총련 기관지인 '조선신보'도 지난 4일 "공장 기업소에서 받게 되는 생활비는 종전의 금액 수준을 새로운 화폐로 보장받게 될 것" 이라고 보도한 바 있습니다.

한국의 일부 대북 소식지들은 최근 일반 노동자들의 월급이 4백 원 안팎, 군당 책임비서들은 1천원 정도의 월급을 받을 예정이라고 보도했습니다.

그러나 대북 전문가들은 정확한 시장 공시가격이 발표되지 않은 시점에서 월급의 가치를 환산하기는 아직 이르다고 지적하고 있습니다. 게다가 공식 가격 발표 후 물가가 어떻게 움직일지 알 수 없기 때문에 화폐개혁이 출퇴근 노동자들에게 혜택이 될지 여부는 예단하기 이르다는 것입니다.

한편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최근 18년 만에 방문해 시선을 끌었던 라선시의 투자 유치 환경이 더욱 악화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최근 라선 지역을 방문한 중국인 사업가 진모 씨는 화폐개혁 뒤 중국인 투자자들의 철수가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지금도 빼는 추세죠. 더구나 화폐개혁으로 이런 상황이 되니까, 어느 상인들이 거기에 투자하겠습니까? 그런 관계로는 안되죠. 아마도 (김 위원장이) 방문한 것은 이런 분위기를 안정시킨다는 뜻에서 들어갔을는지는 모르죠."

진 씨는 화폐개혁과 경제 관련법 제정, 라선 방문 등 북한 정부의 최근 움직임은 재원 확보를 통해 집단(계획) 경제를 강화하려는 의도로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실물경제의 기초가 부실한 현실에서 손발과 입, 종이(화폐개혁)로 변화시키려는 현 시도는 주민의 반발과 함께 한계에 부딪힐 가능성이 높다고 진 씨는 말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