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화폐개혁을 단행한 이후 주요 상품의 새로운 가격을 책정해 공시했다고 한국 내 대북 인권단체인 좋은벗들이 전했습니다. 이 단체에 따르면 쌀 1kg의 가격은 23원으로, 화폐개혁이 단행되기 전 시장 가격의 1백분의 1 수준인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서울에서 김은지 기자가 전해드립니다.

북한이 화폐개혁 이후 주요 제품에 대한 새로운 가격을 책정해 지난 9일 공시했다고 대북 인권단체인 좋은벗들이 전했습니다.

좋은벗들이 발행하는 소식지에 따르면 쌀 1kg의 가격은 23원으로, 지난 달 30일 화폐개혁이 단행되기 전 시장 가격의 1백분의 1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또 옥수수는 1kg당 8원, 밀가루 22원, 돼지고기 45원, 콩기름은 50원입니다.

새 화폐와 옛 화폐의 교환비율이 1백대 1인 점을 감안하면 옛 화폐 가격과 비슷하거나 조금 오른 수준입니다.

북한 당국의 국정가격 공시 보도와 관련해 한국 정부는 공식적으로 확인된 바 없다고 밝혔습니다.

좋은벗들의 보도가 사실일 경우 북한 당국은 1백대 1의 비율로 화폐개혁을 단행한 뒤, 국정가격도 과거 시장 가격의 1백분의 1 수준으로 정한 것으로 풀이됩니다.

이번에 공시된 국정가격은 지난 2002년 7•1경제관리 개선 조치 때보다도 낮은 것입니다. 당시 북한 당국이 지정한 쌀 1kg 당 가격은 45원 정도였습니다.

북한 입장을 대변하는 조선신보는 지난 4일 북한 중앙은행 관리의 발언을 인용해 북한 당국이 화폐개혁 이후 물가를 2002년 7월 1일 수준으로 낮출 것이라고 밝힌 바 있습니다.

한국 내 전문가들은 국정가격이 이대로 지켜지기만 하면 주민들에게 도움이 되겠지만 만성적인 물품 부족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한, 물가는 다시 오를 수 밖에 없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한국 통일연구원 임강택 북한연구센터 소장입니다.

“지금 시장은 타격을 입어서 당분간 정상적으로 작동하기 힘든데, 이런 상황에서 국영상점이나 국가 부분에서 물품이 제대로 공급되지 않으면 당국이 제시한 국정가격이라는 것이 별로 의미가 없어지잖아요. 7.1 조치 이후에도 외부 지원으로 일시적으로 물품을 공급했는데 지속적으로 채울 수가 없었기 때문에 그게 성과를 못 냈거든요. 이번에도 아마 북한이 그 문제에 대해서 대비책을 철저히 마련해놓지 않았으면 역시 비슷한 상황으로 다시 돌아갈 가능성이 크다고 봅니다.”

한국 정부 당국자는 “화폐개혁의 1차 목표인 인플레이션을 잡으려면 물품이 안정적으로 공급돼야 하는데 품귀 현상이 계속될 경우 가격은 다시 오를 수밖에 없다”고 말했습니다.

탈북자 출신인 자유북한방송 김은호 기자는 “북한 당국이 화폐개혁의 효과를 선전하기 위해 무리하게 낮은 가격을 책정한 것으로 보인다”며 “국가에서 정해준 가격이 실제로 반영될지는 의문”이라고 말했습니다.

실제 7.1조치 직후에도 국가로부터 쌀 배급이 원활히 이뤄지지 않자 주민들은 시장에서 당국이 정한 가격보다 훨씬 비싸게 식량을 구입했습니다.

이후 쌀 가격은 2003년에 kg당 4백50원으로 약 10배로 뛰었고, 이번 화폐개혁 직전에는 kg당 2천2백 원으로 2002년에 비해 50배나 폭등했습니다.

좋은벗들과 탈북자들에 따르면 국정가격이 공시된 뒤에도 주요 생필품 가격이 공시가격의 2-3배에 이르는 등 인플레 조짐이 나타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좋은벗들은 “북한 주요 도시에서 일부를 제외하고 거의 대부분 공시가격보다 비싼 가격에 거래되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지난 11일 함경북도 청진에서는 쌀 1kg에 50원, 옥수수는 18원 등으로 공시가격보다 2배 이상 비싸게 거래됐다고 좋은벗들은 전했습니다.

탈북자 김은호 씨는 북한 내부 소식통을 인용해 “함경북도 무산의 경우 쌀 가격이 예전보다 2배 가까이 오른 55원으로, 주민들이 식량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돼지고기 가격은 약간, 1.2배 정도 오르고 비싸다 보니까, 그리고 쌀값은 거의 두 배로 오르고, 옥수수 가격도 보통 1.5배 정도 올랐어요. 어제 통화해보니까 그렇더라고요. 그러니까 주민들이 돈 빼앗겼지, 이번엔 또 화폐까지, 그 적은 화폐까지 쌀값이 또 배로 올라갔지 하니까 그 고생이라는 게 이루 말할 수 없지요. 다 올랐어요. 그러니까 주민들이 지금 뭐 아우성이에요. 아우성..”

이에 북한 당국은 물가상승을 억제하기 위해 시장 내 거래 가격이 국정가격을 넘을 수 없다는 세칙을 조만간 발표할 예정인 것으로 전해졌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