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관영매체들이 지미 카터 전 미국 대통령이 최근 한 외신과의 인터뷰에서 발언한 김일성 주석에 대한 인물평을 과장해 대내외적인 홍보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서울에서 김환용 기자가 보도합니다.

북한 관영매체들은 지미 카터 전 미국 대통령이 최근 한 외신과의 인터뷰에서 김일성 주석을 크게 칭송했다며 이를 북한 안팎에 대대적으로 보도했습니다.

하지만 인터뷰 내용을 크게 과장하거나 없는 표현까지 덧붙여 정치적 홍보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과 `조선중앙방송’, 그리고 `조선중앙통신’ 등 북한의 주요 매체들은 6일 카터 전 대통령이 지난 달 23일 태국 일간지 ‘더 네이션’과 행한 인터뷰 내용을 일제히 보도했습니다.

노동신문은 특히 1면에 ‘김일성 주석은 탁월하고 위대한 분이셨다고 미국 전 대통령이 칭송’이라는 제목으로 이 인터뷰 기사를 소개했습니다.

북한 언론들은 “카터가 1994년 북한을 방문해 수령님을 접견할 때를 회고하며 ‘김 주석은 참으로 탁월하고 모든 것에 정통한 위대한 수령이었으며 매우 해박한 지식을 소유했고 소탈하고 겸허한 품성을 지녀 담화도 잘 됐다’고 말했다”고 전했습니다.

그러나 태국 신문은 카터 전 대통령이 인터뷰에서 “김일성은 매우 총명하고 영리했다. 나는 그와 꽤 잘 통했다”고만 말한 것으로 보도했습니다.

“소탈하고 겸허한 품성”이나 “탁월하고 위대하다”는 등의 표현은 실제 기사에는 없었습니다.

북한 언론들은 또 카터 전 대통령이 “김 주석은 50년 간 독재자였다”고 한 발언은 소개하지 않았습니다.

한국 내 북한 전문가들은 북한 언론의 이런 보도 행태가 새삼스러운 게 아니라며, 이번 보도 내용을 최근의 한반도 정세와 연결시킨 분석들을 내놓고 있습니다.

먼저 통일연구원 최진욱 박사는 미-북 양자 접촉이 진행 중인 과정에서 북한이 대외 이미지 제고를 위해 카터 전 대통령의 발언을 이용하고 있다고 풀이했습니다.

“미-북 대화가 지금 진행되고 있는 상황이니까 국제사회에서 그런 미국의 전직 대통령이 북한 지도부를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라는 것은 굉장히 도움이 되겠죠, 그리고 전체적으로 북한을 이른바 불량국가(로그 스테이트)니 뭐니 부르는 마당에 북한의 이미지를 좋게 하는 것도 여러 가지 큰 도움이 된다고 생각할 수 밖에 없네요.”

최 박사는 이와 함께 이 보도가 정권의 3대 세습과 관련해 북한 내부를 단속하기 위한 좋은 재료가 될 것이라는 관측도 내놓았습니다.

“지금 김일성 김정일 3대 세습까지 내려가는 과정이니까 당연히 그 뿌리인 김일성에 대해서 미국 전 대통령이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그것도 중국도 아니고 미국에서, 그러니까 당연히 그것은 도움이 될 것 같은데요.”

이번 보도 내용 가운데 한국에 대한 메시지가 담겨있다는 분석도 나옵니다.

북한 언론들은 남북정상회담과 관련해 카터 전 대통령이 “김 주석은 서거 전까지 줄곧 북-남 수뇌회담에 대해 생각했다”고 말한 것으로 보도했습니다.

하지만 `더 네이션’ 지의 실제 보도 내용은 “그는 사망 당시 정상회담을 준비 중이었다”는 것이었습니다.

북한 언론들이 남북정상회담에 대한 김 주석의 당시 태도를 보다 극적으로 표현한 데 대해 세종연구소 정성장 박사는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정상회담 개최 의지와 정당성을 강조하려는 의도가 있는 것으로 풀이했습니다.

“북한이 김일성 주석의 정상회담 개최 의지를 강조하고 나선 것은 김정일이 남한과 정상회담을 개최하려는 것이 바로 김일성의 유훈과도 관련이 있다, 김일성의 정상회담 개최 의지와 결부시켜 정당화하려는 측면이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전문가들은 북한 언론들의 이런 홍보성 과장 보도가 대외적인 효과를 거두기는 어렵겠지만 북한 주민들에겐 상당한 효과가 있어 왔다고 말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