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최근 단행한 화폐개혁으로 외화 보유 비중이 높은 계층이나 권력층은 별다른 영향을 받지 않겠지만, 시장을 통해 살림을 꾸려가는 이른바 시장세력들은 큰 피해를 입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습니다. 자세한 소식을 서울에서 김은지 기자가 전해드립니다.

북한의 이번 화폐개혁으로 시장에서 장사를 하며 살아 온 주민들이 큰 피해를 입을 수 있다고 삼성경제연구소 동용승 경제안보팀장이 전망했습니다.

동용승 팀장은 7일 한반도평화연구원이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연 ‘북한 화폐개혁을 통해서 본 북한 경제와 정치적 영향’이라는 주제의 토론회에 참석해 이같이 말했습니다.

동 팀장은 “고위 간부나 자본가 등의 경우 자금의 거래와 축적을 모두 달러나 위안화로 해와 피해가 거의 없는 반면, 시장경제의 맛을 본 개인 소매업자 등 소규모 시장세력들의 삶은 악화될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중간계층 이하 제일 밑에 쪽에 있는 소매, 개인 소매 업자들은 상당한 피해를 볼 수밖에 없다라는 거죠. 왜냐하면 이들은 전부 다 북한 돈을 가지고 사업을 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죠. 약간의 자본을 모으지 않은 일반 주민들의 경우에는 크게 문제가 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시장의 맛을 봤고 돈을 좀 벌 수 있는 루트를 알기 시작한 이런 계층들이 이번에 큰 타격을 입지 않았겠나라고 생각합니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의 조명철 통일국제협력팀장은 “화폐개혁이 일반 주민을 겨냥할 경우 체제안정에 도움이 안 된다는 점을 북한 당국도 잘 알고 있다"며 “교환 한도를 10만원으로 책정한 것은 일반 주민들의 반발은 최소화하되, 시장세력을 없애기 위한 치밀한 정치적 계산”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전문가들은 이번 조치로 국가통제력이 강화되는 등 단기적으로는 효과를 거둘 수 있을지 몰라도 주민들의 저항과 암시장의 확대 등 더 큰 부작용을 낳을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통일연구원 김영윤 선임연구위원은 “주민들의 사적 경제를 차단하기 위해 실시한 이번 조치가 북한 경제 규모를 오히려 위축시키는 결과를 가져올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김 연구위원은 “주민들의 구매력이 떨어지고 장마당이 위축되면서 물건 값이 더 뛰는 등 새로운 물가인상 압력에 직면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원망과 반감, 당국에 대한 이런 것들이 항상 강하게 표출이 되고, 언제 어떻게 또 이런 상황이 올지 모르니까 돈을 가지는 것보다는 물건을 가지려고 하고 아니면 달러를 가진다든지 뭐 이렇게 될 겁니다. 계획경제 시대로 또 돌아갈 수 있는, 회귀하는, 실물적으로는 바뀌는 그런 상황이 된다면 저는 경제 규모가 많이 축소가 될 것이다 그렇게 생각합니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조명철 팀장은 “이번 조치로 시장 위축에 따른 공급 부족과 암시장 확대, 북한 화폐 가치 하락 등 심각한 부작용을 겪게 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조 팀장은 “북한 화폐개혁의 성패는 산업 생산력을 높여 공급 부족 문제를 해결하고, 금융과 기업 부문에 대한 추가 개혁을 할지에 달려 있다”며 “이런 조치들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북한 경제는 중대한 위기에 처할 것”이라고 우려했습니다. 

서울대 윤영관 교수는 “이번 화폐개혁은 북한 정부와 시장세력 간 첫 번째 대결로, 앞으로도 시장세력의 불만은 갈수록 커지는 반면, 북한 정부의 통제능력은 갈수록 약화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화폐개혁이 단순한 경제정책이 아니라 북한의 후계 구도와 맞물려 있다는 주장도 나왔습니다.

기은경제연구소 조봉현 박사는 “새로 발행된 화폐 그림에 김정일 부자와 김정숙을 그린 것은 ‘3대 세습’ 체제를 강조하기 위한 것으로 후계구도를 본격화하기 위한 시도로 보인다”고 분석했습니다. 

“이러한 내부의 경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결국은 김정일 체제도 흔들릴 수 있고 그 다음에 김정일, 북한에서 가장 큰 과제로 여기고 있는 3대 세습 부분도 잘못될 가능성이 있다고 두려워했을 겁니다. 그래서 이러한 측면에서도 지금 시점쯤 단행해야겠다라고 생각한 거죠”

조 박사는 이어 "약 한 달에 걸친 화폐개혁이 마무리되는 시점은 1백일 전투가 끝나는 시기와 거의 비슷하다는 점에서 화폐개혁을 통해 후계작업을 원활히 하려는 의도일 수도 있다"고 말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