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당국이 전격적인 화폐개혁 조치 이후 신권 교환 한도 등을 잇따라 바꾸는 등 북한 내부의 혼란이 커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현재 북한에서는 상거래가 사실상 마비됐으며 주민들의 불만도 극에 달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습니다. 서울에서 김은지 기자가 전해드립니다.

북한이 화폐개혁을 단행한 이후 주민들의 반발이 거세지자 신권 교환 한도 등을 잇따라 조정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북한 전문 인터넷 매체인 `데일리NK'는 복수의 북한 내부 소식통을 인용해 북한 당국이 지난 달 30일 처음 통보한 교환 한도는 가구당 10만원이었지만 주민들의 불만이 커지자 15만원으로 올렸다고 전했습니다.

또 가구당 20만원까지 추가 교환을 허용했지만 이 경우 1백 대 1이 아닌 1천 대 1의 교환비율을 적용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그래도 주민들의 불만이 수그러들지 않자 북한 당국은 가구당 교환 한도액을 다시 원래대로 낮추고, 대신 추가로 바꾸는 돈의 한도를 20만원에서 무제한으로 허용했다고 데일리NK는 설명했습니다.

탈북자 출신인 문성휘 데일리NK 기자는 "주민들의 반발이 예상 외로 크자 북한 당국이 이를 무마하기 위해 교환 조건을 낮춘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습니다.


실제 화폐개혁 발표 이후 북한 내 상거래가 사실상 마비됐으며 달러와 위안화 가치가 크게 오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공공 서비스는 물론 3백 개가 넘는 것으로 알려진 시장도 일제히 문을 닫았습니다.

`미국의 소리' 방송이 입수한 함경북도 회령시에 사는 북한주민 이모 씨의 말입니다.

 "지금 시장이 막혀서 강냉이나 쌀을 사고 싶어도 돈이 있어야 사지. 아직 새 돈이 유통 안 되고 있으니까 장마당이 서는 게 당연하죠. 시장이 완전 섰습니다. 쌀이 유통 안 되는데 상품이 유통되겠습니까?

이 씨는 "미처 쌀을 사두지 못한 주민들은 동냥해서 먹는 실정으로 주민들의 원성이 대단하다"고 현지 분위기를 전했습니다.

이 씨는 "아무리 못사는 사람이라도 다들 10만원 이상은 갖고 있다"며 "이번 조치는 사람을 살리는 게 아니라 죽이려는 조치"라고 한탄했습니다.

 "원성이란 게 말할 게 없지. 진짜 정부가 사람 살게 하겠으면 규정해 놓지 말고 요구하는대로 바꿔줘야지. 그게 1인당 10만원이라고 정해놓고, 사람들이 다 10만원만 가지고 있는 것도 아니고 사람들이 다 장사를 해서 10만원 넘어있는데 나머지 돈은 다 휴지돼서 버리는데 이게 사람 살리자는 게 아니고 죽이자는 거지 살리자는 짓인가 이게."

장마당 등에서 거래되던 쌀을 비롯한 생필품 가격도 불과 사흘 만에 20배 가까이 폭등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대북 단체인 북한민주화네트워크가 발행한 소식지에 따르면 신의주의 경우 2천 3백원 하던 쌀 1kg이 4만원까지 오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옛 화폐가 사실상 무용지물이 되면서 채무 관계에 있던 주민 간에 싸움도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다고 복수의 탈북자들이 전했습니다.

화폐개혁 이후 북한 당국이 상품 가격 등을 발표하지 않는 점도 혼란을 부추기고 있습니다.

중국 국경지역을 오가며 무역을 하고 있는 탈북자 김모 씨는 "이번 조치로 돈이 없는 서민들이 가장 큰 고통을 받겠지만 그동안 당의 묵인 하에 돈을 벌었던 이른바 '돈주'라고 불리는 신흥부자들도 시장이 없어지면서 타격을 받을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잘사는 사람들도 결국은 시장이 활성화돼야 돈을 굴리고 회전이 돼야 하는데 이제는 그럴 만한 환경이 안되잖아요. 돈주들의 경우 달러가 있다고 해도 시장에 굴리는 게 제한돼 있고 일반 주민들이 돈이 있어야 그 달러를 사는 거지. 쉽게 말해 가난한 사람들의 주머니를 털어야 부자가 되는 건데 털릴 사람이 빈털터리가 됐는데 뭘 털겠어요."

한국 정부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이번 조치로 가장 큰 타격을 받는 이들은 일정 정도 부를 축적한 중간계층일 것"이라며 "결국 외국 돈을 얼마나 많이 갖고 있느냐에 따라 충격 정도가 달라질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북한 당국은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주민 감시를 한층 강화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와 함께 새 화폐가 중국으로 유출되는 것을 막기 위해 신의주 등 중국 접경지역에 대한 통제도 크게 강화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한편 북한 기관지 성격의 계간지인 '경제연구' 최근호에는 '화폐의 우상화가 화폐 관계를 극대화시켜 사회주의 경제관계를 좀먹을 수 있다'는 글이 실린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한국 정부 고위 당국자는 2일 기자들과 만나 "이번 화폐개혁은 7.1조치 이후 국가가 부를 관리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부를 다시 관리하겠다는 것"이라며 "개혁개방과 거리가 먼 과거회귀적 조처"라고 말했습니다.

또 다른 한국 정부 당국자는 "이번 조치는 시장경제를 통제하려는 목적이 있는 것 같다"며 "구체적인 사실들을 좀 더 파악해야 북한의 의도나 미칠 파장 등을 알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서울에서 미국의 소리 김은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