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은 과거에도 경제 운용상의 문제를 이유로 여러 차례 화폐개혁 또는 화폐 교환 조치를 취했었는데요, 최원기 기자와 함께 이와 관련한 내용 알아봅니다.

문) 최원기 기자, 북한이 화폐를 개혁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죠?

답) 네, 북한은 지난 60년 간 한 차례의 화폐개혁과 4차례의 화폐교환을 실시했습니다. 화폐개혁은 1947년 12월에 실시됐고, 이후 1949년과 1959년, 1979년, 그리고 1992년에 화폐 교환이 실시됐습니다.

문)하나씩 짚어 볼까요. 1947년의 화폐개혁은 일본 돈을 한국 돈으로 바꾸기 위한 것이었나요?
 
답)그렇습니다. 한국은 1945년 8월, 제2차 세계대전 종전과 함께 일본 제국주의의 압제에서 해방됐지만 1947년까지도 일제가 발행한 ‘조선은행권’을 사용하고 있었습니다. 이 때문에 북한 당국은 1947년 12월 북조선인민위원회 법령을 통해 조선은행권을 새로 만든 북한 화폐와 1대1로 바꾸는 조치를 취했습니다.

문)2년 뒤인 1949년에는 어떤 조치를 취했습니까?

답)1949년도에는 화폐개혁의 후속 조치를 취했습니다. 즉, 북한은 1947년에 1원, 5원, 10원, 1백원 등 4종류의 지폐를 새로 발행했는데요. 보조 단위인 ‘전’은 그대로 일제 시대에 발행된 10전, 20전을 그대로 쓰게 했습니다. 그런데 2년 뒤에 북한 자체로 15전, 20전, 50전을 새로 발행하면서 일제가 발행한 모든 지폐를 금지시킨 것입니다.

문)1959년에 실시된 화폐 교환은 한국전쟁의 여파를 수습하기 위한 것인가요.

답)그렇습니다. 북한은 1950년부터 3년 간 치른 한국전쟁 전비를 마련하느라고 상당히 많은 통화를 발행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또 이렇게 풀린 돈은 시중의 물가를 올려놨습니다. 따라서 북한은 물가를 잡고, 전후 복구비용을 마련하기 위해 기존의 화폐와 새 돈을 1백 대 1로 교환하는 조치를 취했습니다.

문) 북한은 그로부터 20년 뒤인 1979년 또다시 화폐 교환 조치를 취하지 않았습니까. 그 배경은 무엇입니까?

답)한마디로 북한주민들의 장롱 속에 들어있는 돈을 회수하기 위한 조치라고 전문가들은 말하고 있습니다. 기억 나실지 모르 겠는데요, 1973년에는 ‘오일 쇼크’라고 해서 세계적인 자원 파동이 일어나 기름 값이 천정부지로 뛰었습니다. 그러자 불안감을 느낀 북한의 공장과 기업소는 물론이고 개인들도 돈을 움켜 쥐고 내놓지 않았습니다. 이런 이유로 시중에 돈이 잘 돌지 않자 북한은 화폐 교환이라는 조치를 통해 시중의 돈을 회수하려 한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말합니다.

문) 북한은 1992년에 또 한 차례 화폐 교환을 실시하지 않았습니까. 당시에는 무슨 이유였나요?

답)물가 오름세를 잡는 한편 ‘소련 붕괴’로 인한 경제적 여파를 막기 위한 몸부림으로 볼 수 있습니다. 90년대 초까지만 하더라도 소련은 북한 대외무역의 50%를 차지할 정도로 소련의 비중이 켰습니다. 그런데 1991년에 소련이 붕괴되면서 북한 경제는 내리막길을 걷게 됩니다. 따라서 당시 북한 수뇌부가 경제적 난관을 극복하기 위한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화폐 교환 조치를 취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문) 북한이 이번에 한 것이 화폐개혁인가요, 아니면 화폐 교환입니까?

답)화폐개혁으로 봐야 할 것 같습니다. 화폐 교환은 말 그대로 낡은 돈을 새로운 돈으로 바꾸는 것이고, 화폐개혁은 화폐 단위를 바꾸는 것인데요. 북한은 이번 조치는 옛날 돈 1백원을 새 돈 1원으로 바꾸는 것이기 때문에 화폐개혁입니다.

문)그런데 다른 나라들은 1백 년에 한번 할까 말까 한 화폐개혁 조치를 북한이 이렇게 자주하는 것은 경제 운용에 뭔가 근본적인 문제가 있는 것 같은데요.

답) 전문가들은 80년대 말-90년대 초를 기해 북한의 돈의 흐름에 근본적인 변화가 생겼다고 지적합니다. 당초 북한 당국이 생각하고 있었던 돈의 흐름은 국가와 주민 간의 거래였습니다. 예를 들어, 국가가 주민들에게 월급을 주면 주민들이 이 돈으로 국영상점에서 식료품과 의류를 사고, 그러면 돈이 다시 국가로 환수되는 것입니다. 그런데 80년대 말을 기해 국영상점이 제 구실을 못하자, 주민들은 장마당에 가서 쌀과 생활필수품을 사기 시작했습니다. 그 결과 돈이 국고로 들어오지 않는 것은 물론이고 시중에 돈이 지나치게 풀려 물가가 오르는 악순환이 반복된다는 것입니다. 워싱턴의 미국북한인권위원회 방문연구원으로 있는 김광진 씨의 말을 들어보시죠.

“국가에서 자금순환 구조가 회복되지 않는 한 또다시 화폐를 찍어서 남발하는 현상이 되풀이되고 그러면 인플레가 재발할 가능성이 크지요.”

문)이번 조치는 북한에 장마당이 본격화된 상황에서 취해진 첫 번째 화폐개혁이란 점에서 눈길을 끌고 있는데요. 전문가들은 어떤 전망을 내놓고 있습니까?

답)전문가들은 북한의 이번 조치가 단기적으로는 북한 재정에 도움이 될지 몰라도 중장기적으로는 부정적 영향이 클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서울의 북한경제 전문가인 삼성경제연구소 동용승 북한경제팀장의 말을 들어보시죠.

“시장에서 자금이 축적된 사람은 자본이 상실되고 그 경우 시장이 위축되고, 문제는 주민들의 생활이 시장에 이뤄지고 있기 때문에 시장이 축소되고 공식 경제 부문이 살아나는데 시간이 많이 걸리면 많은 어려움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동용승 팀장은 특히 장마당이 위축돼 주민들이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진행자: 최원기 기자와 함께 북한의 화폐개혁 조치와 관련한 소식 알아봤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