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 남부에서 필리핀 역사상 가장 잔인한 선거관련 폭력 사태가 발생해 57명이 사망했습니다.  필리핀 정부는 이번 사태가 내년도 지방선거를 앞두고 이 지역의 유력 정치세력이 정적 제거를 위해 벌인 학살극으로 보고있습니다. 유미정 기자와 함께 좀 더 자세히 알아보겠습니다.

문) 유미정 기자, 먼저 이번 사건의 발생 경위를 자세히 알려주시죠?

답) 네, 사건은 지난 23일 필리핀의 수도 마닐라에서 남쪽으로 9백 30㎞쯤 떨어진 민다나오 섬의 마구인다나오 주에서 발생했습니다. 내년 5월로 예정된 주지사 선거에 후보 등록 절차를 밟기 위해 이곳의 선거위원회 사무실을 방문하려던 지역 정치인과 보좌관, 그리고 현지 기자 수십 명이  M-16 소총으로 무장한 1백여명의 괴한들에게 납치됐습니다. 이후 현지 경찰과 필리핀 정부군은 인근을 수색한 끝에 25일 오후까지 집단 매장지에서 피랍인들의 시신 57구를 발견했습니다.

문) 그런데, 발견된 시신들을 통해서 범행의 잔인함이 잘 드러났다고 하지요?

답) 네, 그렇습니다. 경찰은 무장괴한들이 인질들을 가까이서 저격한 후 근처에 미리 만들어 놓은 집단 매장지에  묻은 것으로 보고 있는데요, 시신들 가운데 일부는 사지가 절단되고 머리가 잘린 채 발견됐습니다. 손을 뒤로 묶인 채 온몸에 총알을 맞은 시신들도 발견됐습니다. 또 사망자 가운데는 성적 유린을 당한 흔적이 있는 여성들과 임산부도 포함돼 있어 범인들이 그야말로 잔인하게 무차별 학살을 가했음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 밖에도 사망자에 선거 관련 취재 기자 18명이 포함돼 단일 사건으로 가장 많은 언론인들이 사망한 사건으로 기록되고 있습니다.

문) 필리핀 당국은 범행의 용의자를 누구로 보고 있습니까?  

답) 네, 필리핀 경찰은 마구인다나오주 현 주지사인 안달 암파투안과 그의 정치 가문 소속원들을 유력한 용의자로 보고 수사를 강화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문) 당국은 현 주지사인 암파투안이 이 같이 잔인한  학살극을 주모한 동기를 어떻게 보고 있습니까?

답) 네, 먼저 그에 대한 답을 하기 이전에 민다나오섬의 정치적 특수성을 지적해야 할 것 같습니다. 이 지역은 이슬람 반군과 공산 반군의 활동으로 치안이 극히 불안정한 지역입니다. 험준한 산악 지형과 밀림을 근거지로 삼아 게릴라 활동을 벌이는 이슬람 반군은 '모로국가해방전선' 외에도 알카에다와 연계된 아부사야프 등이 있는데요, 암파투안은 이곳의 정치 불안의 틈을 이용해 이슬람반군의 보호와 지지를 등에 업고 지금까지 이 지역에서 세 차례나 주지사를 연임했습니다.

당국은 암파투안이 내년 선거에도 자신의 아들을 후보로 내세울 계획이었는데, 에스마엘 마군다다투 부시장이 강력한 경쟁 후보로 부상하자 이들 세력을 제거하기 위해 학살극을 벌인 것으로 보고있습니다.

문) 그러면 경쟁 후보인  에스마엘 마군다다투 부시장도 이번 공격에서 피해를 입었나요?

답) 아닙니다. 출마 선언 뒤 여러 차례 테러 위협을 받아온 그는 이번 후보 등록에는 신변안전을 위해 동행하지 않아, 다행히도 화를 모면했습니다. 대신 그를 위해 후보 등록을 하려던 그의 아내와 여동생 두 명과 친척, 그의 변호사들이 살해당했습니다.

문) 필리핀에서 정치 관련 폭력이 발생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지요?

답) 네, 그렇습니다. 필리핀에서는 지난 2007년 중간선거 당시에도 선거 후보 약 60명이 목숨을 잃을 정도로 정치 테러가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습니다.

문) 이번 사태와 관련해 필리핀 정부는 어떤 조치를 취하고 있습니까?

필리핀군 당국은 무장 군인 수천명과 탱크 등을 현지에 급파해 시신을 수습하는 한편, 진상 파악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글로리아 아로요 필리핀 대통령은 사건 직후 "문명사회에서 있을 수 없는 만행이 벌어졌다"며 이 지역에 비상사태를 선포했습니다. 아로요 대통령은 또 "앞으로 수사가 어느 쪽으로 귀결되든, 누구에게도 예외를 두지 않고 범인을 즉각적으로 색출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문) 아로요  필리핀 대통령이 철저한 진상 규명과 용의자 처벌을 강조하고 있지만, 일부에서는 회의적인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고 하는데요?

답) 네, 그렇습니다. '이슬람과 민주주의를 위한 필리핀 위원회'의 아미나 라술 국장은 경찰의 조사에도 불구하고 안달 암파투안 정치가문 소속인들을 체포하기는커녕, 그의 정치 구역에 진입하기 조차도 어려울 것이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대부분 공직자들이 그의 가문 소속이며, 경찰도 암파투안 측 사람들이라 더 큰 폭력을 부르지 않고 그의 구역에 진입하기 어렵다는 지적입니다. 라술 국장은 또 암파투안의 혐의를 법정에서 진술할 증인도 찾기 어려울 것이며, 다른 필리핀 정치 폭력 사건의 사례에서 보듯 직접 증거가 발견되지 않으면 조사가 종결되고 말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오늘은 최근 발생한 필리핀 최악의 정치 폭력 사태와 관련해서 자세히 알아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