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정부가 금강산과 개성 관광 대가를 현금이 아닌 다른 형태로 지불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한국 정부는 대북 관광 재개 방침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 제재 결의 1874호에 위배되진 않지만, 결의의 취지에 맞게 대금 지불 방식의 투명성을 높일 필요가 있다는 입장인데요. 서울에서 김은지 기자가 전해드립니다.

한국 정부는 북한과 대북 관광 재개 문제를 논의할 경우 관광 대가를 달러나 현금 대신 다른 형태로 지불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한국 정부 고위 당국자는 25일 금강산 관광 대가 지급 방식과 관련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 1874호가 진행되는 상황과 걸려 있다는 점을 말씀 드린다"고 밝혔습니다.

이는 지금의 현금 제공 방식이 안보리 결의에 비춰볼 때 문제가 있다는 점을 내비친 것으로, 한국 정부 당국자가 대북 관광 대가 지급 방식과 안보리 결의를 연관 지어 공개적으로 언급한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한국 정부는 관광 재개 방침이 대북 결의에 저촉되진 않지만, 유엔 결의의 목표가 대량살상무기 개발과 관련된 돈이 북한으로 들어가는 것을 차단하는 것인 만큼, 현행 지불 방식에 투명성을 높일 필요가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외교통상부 문태영 대변인입니다.

  "금강산 관광사업은 안보리 결의 1874에 제재 대상에 해당되지 않는다는 것이 정부의 1차적 판단이었고, 이에 대해서 한-미 간에도 대체적으로 공감대가 있었습니다 북한과의 거래가 물론 핵 및 미사일 개발에 적용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안보리 결의 1874의 취지라는 것이 계속 저희가 관심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한국 정부 관계자는 "관광 사업이 대북 제재에 저촉되는 것은 아니지만, 국제적으로 대북 제재가 진행되는 상황에서 취지를 훼손하지 않는 방향으로 남북관계를 추진한다는 게 한국 정부 입장"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이 관계자는 그러나 "현재 관광 재개 문제가 논의되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대금 지불 방식을 바꾸는 문제에 대해 정부 차원에서 별도로 검토하는 바는 없다"고 말했습니다.

통일부 자료에 따르면 지난 10년 간 한국 정부가 금강산과 개성 관광 대가로 북한에 준 현금은 5억4천만 달러에 달합니다. 이는 지난 한 해 북한 대외무역 규모의 7분의 1에 해당하는 액수입니다.

또 다른 정부 당국자는 "북한이 이 돈을 어디에 사용했는지 정확히 파악할 수 없지만 군사자금으로 전용됐을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봐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앞서 한국 이명박 대통령은 지난 7월 '유로뉴스'와의 기자회견에서 "지난 10년 간의 막대한 대북 지원이 북한의 핵 무장에 이용됐다는 의혹이 있다"고 언급한 바 있습니다.

문제는 한국 정부의 이 같은 입장에 북한이 호응해 올 가능성이 적다는 겁니다.

앞서 북한은 25일 조선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 대변인 담화에서 관광 대가의 현물지급 방식에 관해 "세계 그 어디에 관광객들이 관광료를 물건짝으로 지불하면서 관광하는 데가 있는가"라며 "해괴한 발상"이라고 일축했습니다.

한국 정부는 지불방식 변경 문제는 관광 재개의 조건이 아니며 남북 간에 관광 재개 논의가 이뤄질 때 이를 검토해 볼 수 있다는 입장입니다. 천해성 통일부 대변인입니다.

  "기본적으로 금강산 관광사업, 그리고 결국은 금강산 관광의 대가 지급이 대북 제재 결의와 관련이 있느냐에 대해서는 현재 검토하고 있지 않지만, 앞으로 그게 논의가 되거나 그런 경우가 있다면 이 문제에 대해서는 그때 가서, 그리고 그때 가서 또 1874호가 가동이 되고 있는 상황이 될지 어떨지는 모르겠습니다만, 그 상황에서 이것에 대해서는 필요하다면 검토해볼 수 있지 않느냐는 취지로 저는 이해를 했습니다."

한국 정부 당국자는 "신변안전 등을 포함해 한국 정부가 내건 금강산 관광 재개 조건 3가지가 우선 과제로, 지불방식 변경 문제는 추후 북한과 협의해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금강산 관광 대가의 현물 지급은 과거에도 검토된 바 있습니다.

현대아산은 1999년 한나라당 등 일각에서 "관광대금이 전략물자 마련에 전용될 수 있다"는 문제를 제기함에 따라 북한에 관광 대가의 현물 지급을 제의한 바 있습니다.

당시 북측은 현대아산에 "관광대금은 모두 경제 부분에 쓰이고 있어 문제될 것이 없고, 연초 계획에 의해 금강산 관광이 운영되기 때문에 갑자기 관광대가 수령 방식을 바꾸기도 어렵다"며 거부했었습니다.

서울에서 미국의 소리 김은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