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 총회가 사실상 5년 연속 대북 인권결의안을 채택한 가운데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북한의 인권 상황을 개선하기 위해 보다 강한 목소리를 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습니다. 결의가 실질적 결과를 내도록 행동에 나서야 한다는 것인데요. 인권 전문가들은 이와 관련해 다음 달에 이뤄질 북한에 대한 보편적 정례인권검토(UPR)를 주목하고 있습니다. 윤국한 기자와 자세한 소식 알아보겠습니다.

문) 아직 유엔총회의 전체표결이 남아 있습니다만, 유엔이 사실상 5년 연속 대북 인권결의안을 채택했는데요. 인권 전문가들은 이번 결의 채택의 의미를 어떻게 보고 있습니까?

답) 북한의 심각한 인권 문제를 국제사회가 재확인하고 개선을 촉구하는 상징적 의미가 크다고 말합니다. 특히 핵 문제에 집중돼 있는 국제사회의 관심을 인권으로 환기시키는 중요한 균형자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하는데요. 뉴욕에 본부를 둔 휴먼 라이츠 워치의 일레인 피어슨 아시아 담당 부국장의 말을 들어보시죠.

결의 자체 만으로는 북한 내 인권 문제를 모두 제기할 수 없지만 국제사회가 단합해 안보 뿐아니라 북한의 인권 문제를 주요 관심사로 보고 있다는 메시지를 보낼 수 있다는 것입니다.

문) 하지만 거듭된 결의에도 불구하고 북한 내 인권 상황이 개선된 징후는 거의 없다는 비판도 상당한데요. 어떻습니까?

답) 맞습니다. 그런 이유 때문에 이제는 결의안 채택에 만족할 게 아니라 실질적인 개선이 이뤄질 수 있도록 유엔과 국제사회가 움직이는 것이 중요하다는 목소리가 계속 나오고 있습니다. 워싱턴의 민간단체인 브루킹스연구소 로버타 코헨 선임 연구원의 말을 들어보시죠

코헨 연구원은 지난 20일 ‘미국의 소리’ 방송과의 전화 인터뷰에서 당장 다음 달 7일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리는 북한에 대한 유엔 인권이사회의 보편적 정례인권검토(UPR)가 결의안 이행의 구심점이 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번 결의를 포함해 기존의 모든 결의가 심의 테이블에 오르고 결과가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에게 보고된다는 형식적 측면도 중요하지만, 인권 문제를 따져 물을 수 있는 과정에 주목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문) 구체적으로 어떤 문제를 따져 물을 수 있다는 겁니까?

답) UPR은 쌍방향 소통을 통해 북한에 대한 심의 후 유엔 인권이사회가 권고안을 내놓고, 그 실행 여부를 북한 정부가 의무적으로 보고하는 절차를 밟습니다. 그러니까 북한 정부가 개선하지 않은 사안들에 대해 따져 물을 수 있고, 이후 유엔 인권이사회가 상응한 조치를 취할 수 있기 때문에 중요하다는 것입니다. 유엔 인권이사회는 구체적인 제제 조치를 언급하고 있지 않지만 개선 조치를 취하지 않는 불이행 국가에 대해 후속 조치를 취할 것이란 점을 분명히 밝히고 있습니다. 북한의 이행 의무가 없는 결의와는 분명 차이가 있다는 것입니다.

문)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북한 인권 문제에 대해 강한 목소리를 낼 때가 됐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는 것 같은데요.

답) 그렇습니다. 인권 문제에 대한 수사만 나열하는 것이 아니라 결의가 사실상 5년 연속 채택된 만큼 유엔 수장이 보다 강력한 조처를 취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브루킹스연구소의 로버타 코헨 연구원은 오바마 행정부가 그런 차원에서 유엔을 더욱 압박하며 개선 전략을 세워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유엔 결의의 요구사항이 실질적으로 열매를 맺을 수 있도록 반기문 총장과 미국이 매우 긴밀하게 협력하며 전략을 마련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문) UPR 심의 뿐아니라 앞으로의 여러 결정 과정에서도 올해 채택된 결의가 계속 감안될 것 같은데요. 구체적으로 어떤 내용을 담고 있습니까?

답) 지난 해와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북한에서 주민들의 민권과 정치, 경제, 사회, 문화적 권리가 조직적으로 광범위하게 유린되고 있다는 것인데요. 기본적인 인권 즉, 표현과 이동의 자유 뿐아니라 고문과 공개처형, 비인간적인 수감시설, 공정한 재판 없이 처벌되는 상황, 정치범 관리소 문제, 외국에서 송환된 탈북자들에 대한 처벌 등 북한 정부의 인권 탄압 내용들을 조목조목 지적하고 있습니다.

문) 저도 결의안을 읽어봤습니다만 각 조항마다 `매우 심각하다, `심히 우려된다’는 표현을 자주 언급하고 있는데요. 북한 정부에 어떤 권고를 하고 있습니까?

답) 총 8개 항에 걸쳐 앞서 지적한 인권 유린 행위를 즉각 중단하고 인권 탄압 당사자들을 독립적인 법정에 세워 재판하며, 송환된 탈북자들을 처벌이 아닌 인도적 견지에서 대우하라는 내용 등을 담고 있습니다. 또 유엔 북한인권 특별보고관을 비롯해 유엔 기구들에 북한 정부가 전적으로 협력해야 한다고 권고했습니다.

문) 이번 결의안의 표결 내용도 적지 않은 관심사였는데요. 지난 해보다 찬성한 나라는 늘고 반대한 나라는 줄지 않았습니까?

답) 네, 유엔 자료에 따르면 찬성한 나라는 97개국으로 지난 해보다 2개국이 많은 반면 반대한 나라는 19개국으로 지난 해 보다 5개국이 줄었습니다. 지난 해 북한인권 결의안에 반대했던 나라 중 기니와 나미비아, 니카라구아가 기권으로 돌아섰고요. 라오스와 우즈베키스탄은 표결에 불참했습니다. 하지만 지난 5년 간의 표결 성향을 보면 큰 변화는 없었습니다. 예를 들어 첫 결의안이 채택된 2005년에는 찬성 84, 반대 22개국이었는데 2년 뒤인 2007년에는 찬성 97, 반대 23개국으로 찬성한 나라 수가 올해와 같았습니다.

문) 그렇군요. 그런데 이번 결의안 표결 과정을 보면 북한과 가까운 일부 제3세계 국가들이 지원 발언을 하면서 40여분이나 공방이 벌어졌는데요. 다음 달에 있을 북한에 대한 보편적 정례인권검토 ( UPR) 에서도 이런 상황이 재현되지 않을까요?

답) 그런 전망도 나오고 있습니다. 쿠바에 관한 UPR 심의가 좋은 예인데요. 쿠바 정부가 남미의 좌파정권 등 많은 나라들을 설득해 징검다리 식으로 발언권을 계속 행사토록 했습니다. UPR은 각 나라마다 3시간의 제한된 시간이 주어지는데 그 시간의 상당 부분이 쿠바의 인권 상황을 방어하는 데 사용된 것이죠. 하지만 휴먼 라이츠 워치 제네바 지부의 줄리엣 로베로 국장은 북한에 대한 UPR은 쿠바와 같은 상황이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북한의 외교력이 미치는 범위가 쿠바처럼 넓지 못하기 때문에 북한에 유리하게 작용하지 못할 것이란 얘기입니다. 로베로 국장은 UPR이 법원처럼 잘잘못을 가려내 심판하는 인권법정은 아니라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각국이 적극적으로 대상국에 대해 실질적인 논쟁을 펼치기 때문에 이번 UPR은 북한의 심각한 인권 문제에 대한 중요한 시험장이 될 것으로 로베로 국장은 전망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