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내 보수단체들이 친북 성향 인사 100명의 이름과 행적을 담은 '친북인명사전'을 편찬하기로 했습니다. 보수단체들의 이 같은 움직임은 최근 진보성향의 시민단체가 '친일인명사전'을 편찬한 것과 맞물려 한국사회 내 이념 논쟁을 불러일으킬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서울에서 김은지 기자가 전해드립니다.

한국 내 보수 성향의 시민단체인 ‘국가정상화추진위원회’가 친북인명사전을 편찬합니다.

국가정상화추진위원회는 오는 26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친북인명사전 편찬 계획을 공식 발표할 예정이라고 23일 밝혔습니다.

이 단체는 전임 노무현 대통령 정부 시절 출범한 각종 과거사 관련 위원회들을 감시하기 위해 보수 성향의 학자와 공안기관 출신 인사 등이 참여해 지난 해 6월 출범했습니다.

지난 2006년 5월 만들어진 ‘친북반국가행위 진상규명위원회’가 그 전신입니다.

추진위원장인 고영주 변호사는 “친일보다는 친북 문제가 국가적으로 중대한 문제라고 판단돼 3년 전부터 편찬 작업에 착수했다”고 밝혔습니다.

“지난 좌파 정권 하에서 친일 반민족 행위자 진상규명 위원회가 발족이 되었습니다. 친북인사들의 명단도 정리를 할 필요가 있다는 판단 아래 작업에 착수했습니다. ‘한국을 적대시하는 반면 북한 편을 드는 사람’을 친북인사로 규정하고 한국 내에서 북한 편을 드는 그런 행위들이 당연시되는 풍조에 경종을 울리고 싶어서 편찬하게 됐습니다.”

고 위원장은 “다음 달 1차로 친북인사 명단을 발표하고 이의신청을 받은 뒤 내년 2,3월께 인명사전을 펴낼 계획”이라고 말했습니다.

이 단체는 ‘북한을 추종하는 성향’과 ‘대한민국에 대한 적대적 성향’을 기준으로 친북 성향 인사 5천 명 중 사회적으로 영향력이 큰 1백 여명을 선정했습니다.

명단에는 학계와 종교계, 시민단체 등에서 활동하는 인사들이 포함됐으며 한 명당 원고지 30매에서 50매 분량으로 친북 행위에 해당하는 활동 내용이 실릴 예정입니다.

고영주 위원장은 “당사자들에게 항변할 기회를 주고 잘못된 게 있으면 수정하는 등 의견수렴을 거칠 예정”이라고 말했습니다.

진보 성향인 민족문제연구소가 최근 친일인명사전 공개한 데 이어 보수단체가 친북인명사전 편찬 계획을 밝힘에 따라 한국 내 이념 논쟁이 한층 커질 것으로 전망됩니다.

진보신당은 23일 논평을 내고 “참여한 이들을 볼 때 친북인명사전의 공신력이 의심스럽다”며 “불필요한 이념 갈등을 일으키는 행위를 중단할 것”을 촉구했습니다. 진보신당 이지안 부대변인입니다.

“최근 민족문제연구소의 친일인명사전 편찬에 맞불을 놓기 위한 행사로 보입니다. 더욱이 공안 망령이 ‘정상’이라 믿고 있는 분들이 만드는 사전에 공신력이 있을까도 의문스럽습니다. 불필요한 논란을 일으켜서 공안정국을 조성하려는 이런 사전 편찬을 접고 국가정상화를 꾀하는 것이 어떤 것인지 성찰하셨으면 합니다.”

앞서 민족문제연구소는 지난 8일 일본 강점기에 식민 지배에 협력한 인사 4천3백 여명과 이들의 친일 행각을 담은 인명사전을 공개했습니다.

모두 3권으로 3천여 쪽 분량인 이 사전에는 박정희 전 대통령과 시일야 방성대곡을 쓴 언론인 장지연, 장면 전 국무총리, 음악가 안익태 등 유명 인사가 상당수 포함됐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