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뉴스전문 텔레비전 방송인 CNN이 한국에 정착한 탈북자들의 실태를 보도했습니다. CNN은 한국에 대한 환상을 갖고 있던 탈북자들이 한국에 입국해 정착하는 과정에서 냉혹한 현실에 부딪히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김연호 기자가 보도합니다.

태국의 수도 방콕 외곽에 있는 안전가옥. 기독교 단체가 운영하는 이 안전가옥에서 탈북자들은 종교의 자유를 만끽하며 간단한 감사의 예배를 드립니다.

이들 탈북자들은 희망에 부풀어 한국으로 갈 날을 손꼽아 기다립니다.

그러나 중국과 태국을 거쳐 먼 길을 돌아 한국에 입국한 탈북자들을 기다리고 있는 건 힘겨운 한국생활입니다.

서울 인근의 종이상자 공장에서 일하는 이 탈북 여성은 북한에서 일할 때는 8시간 동안만 대충 버티면 됐지만 한국에서는 생존을 위해 전력을 다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다른 사람들이 한 걸음 더 나아가면 자신은 두 걸음 더 나아가야 한다는 정신적인 압박을 받을 수밖에 없어 사는 게 힘겹다는 겁니다.

이 여성이 일하는 공장은 전 직원의 80%가 탈북자들입니다. 하루 종일 일해도 손에 쥐는 돈은 얼마 되지 않습니다. 하지만 이들은 그나마 운이 좋은 편입니다. 많은 탈북자들이 특별한 기술이 없어 일자리를 못 찾고 있습니다. 일자리를 알아보려고 해도 북한 말투가 나오면 이내 냉담한 반응이 나옵니다.

한국 정부에 따르면 지금까지 한국에 입국한 탈북자는 약 1만7천 명에 이릅니다. 탈북자들은 한국사회에 정착하기 전에 일단 한국 정부가 운영하는 탈북자 훈련기관인 하나원에서 교육을 받지만 이것만으로는 한국사회에 적응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일부 탈북자들은 한국의 민간단체들이 운영하는 사회적응 교육 과정에 들어가 영어나 컴퓨터를 배우기도 합니다. 하지만 통제된 북한사회에서 오래 생활한 탈북자들일수록 교육 내용을 소화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북한에서도 기본적인 교육을 받지 못했던 일부 탈북자들은 인터넷 사용법을 아무리 설명해도 이해하지 못합니다. 

한국의 시민단체인 북한인권시민연합의 요안나 호사냑 국제협력팀장은 한국 드라마들이 탈북자들에게 헛된 기대를 갖게 했다고 지적합니다.

중국에서 몰래 들여온DVD를 통해 한국 드라마를 시청한 북한 사람들은 한국 사람들이 모두 좋은 아파트에서 살고 고급 외제 자동차를 몰고 다니는 줄 안다는 겁니다.

이런 막연하고도 단순한 기대를 갖고 있던 탈북자들은 한국에 입국한 뒤에야 현실이 그렇지 않다는 걸 깨닫게 된다고 호사냑 팀장은 말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