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차 세계대전 이후 냉전의 상징이었던 독일 베를린의 장벽이 붕괴된 지 9일로 20주년을 맞았습니다. 저희 `미국의 소리' 방송은 베를린 장벽의 수립과 붕괴 배경, 이후의 변화 등을 살펴보는 특집방송을 보내드리고 있습니다. 오늘은 네 번째 순서로 소련 연방이 붕괴하면서 크게 약화된 러시아 상황에 대해 알아봅니다.

베를린 장벽의 붕괴는 유럽 내 공산주의의 몰락 뿐아니라 동구 유럽에 대한 소련의 지배에도 종말을 예고했습니다.

동유럽 각국은 이후 유럽연합에 가입했고, 구 소련이 주도했던 상호방위조약인 바르샤바조약기구에서 탈퇴해 북대서양조약기구, NATO의 회원국이 됐습니다.

러시아 군 분석가인 알렉산더 코노발로프 씨는 새로운 나토 회원국들은 소련으로부터의 보호를 원했다고 말합니다.

소련은 공식적으로는 한 번도 인정한 적이 없지만 동유럽 각국에 여러 차례 정치적 의지를 강요했다는 것입니다. 따라서 이들 국가들은 러시아에 대한 역사적 두려움, 그리고 러시아를 자신들이 원하지 않는 어떤 것을 강제할 수 있는 세력으로 보기 때문에 NATO에 가입한 것이라고 코노발로프 씨는 말합니다. 

러시아는 구 소련 연방 5개국을 포함하는 새로운 방위동맹, 즉 자국이 주축이 되는 집단안보조약기구(CSTO·Collective Security Treaty Organisation) 를 원했습니다.

하지만 벨로루시는 지난 6월 집단안보조약기구 정상회담을 반대했고, 우즈베키스탄도 신속대응군에 관한 주요 합의를 거부했습니다. 코노발로프 씨는 러시아가 다른 안보협의체인 상하이협력기구, SCO에서도 주도권을 잃었다고 지적합니다.

많은 나라들이 상하이협력기구에 가입하려 하고 있고, 현재 참관국 자격을 얻은 상태지만, 중국이 회원국인데 러시아가 조직의 주관이 됐기 때문에 성공하지 못했다는 것입니다. 상하이협력기구는 아시아 기구이지 소련의 기구가 아니라고 코노발로프 씨는 말합니다.

코노발로프 씨는 또 베를린 장벽 붕괴로 러시아가 시장의 힘에 노출되면서, 과거 소련 시대의 통제경제는 더 이상 경쟁력을 잃었다고 말합니다.

러시아 지도자들은 오늘날 경제가 다양화돼야 한다고 말합니다. 하지만 러시아는 지금 대부분의 완제 공산품을 수입하고, 석유와 가스 등 천연자원을 수출하고 있습니다. 이 때문에 러시아 경제는 전세계의 가격 변동에 매우 민감한 실정입니다.

모스크바에 있는 뉴 유라시아재단의 안드레이 코르투노프 회장은 러시아에 천연자원이 풍부하다는 것은 개혁에 대한 동기가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합니다. 코르투노프 회장은 또 러시아는 과거 소련의 위성국가들에게 큰 도약을 제공할 동기도 부족하다고 지적합니다.

소련의 위성국가들은 유럽연합에 가입을 원했고 그것이 그들의 경제정책을 전환하도록 결정한 주 요인이 됐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러시아의 경우는 곧 유럽연합에 가입할 것으로 보이지 않으며, 그 때문에 러시아는 추구해야 할 고도의 목표를 갖고 있지 않다고 코르투노프 회장은 말합니다.  

모스크바 소재 카네기센터의 마샤 리프만 씨는 소련 연방 붕괴 이후 러시아가 상당한 진전을 이뤘다고 말합니다.

여행과 기업활동의 자유 등 모든 것이 사유재산과 이윤 추구를 금지했던 구 소련 연방 시절과 비교하면 엄청난 변화라는 것입니다. 리프만 씨는 이런 변화가 많은 사람들에게 꿈을 이룰 수 있는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주었다며, 물론 제한이 뒤따르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이는 엄청난 변화라고 말했습니다.

리프만 씨는 또 일부 노인층에서는 한 때 소련이 누렸던 세계 최강국으로서의 위치에 대해 향수를 느낀다고 말합니다. 하지만 젊은이들은 독재 소련 경찰국가에서 제한 받는 삶을 산다는 것은 상상하기 조차 어려운 일입니다.

오늘날 러시아는 20년 전 베를린 장벽의 붕괴와 함께 무너진 정체성을 찾고 있습니다. 많은 러시아인들은 동유럽 국가들이 독립을 찾아 나섰던 과거사에 대해 엇갈린 감정을 갖고 있습니다.

러시아인들은 현재 구 소련 연방과 러시아 황제 독재체제, 공산주의와 자본주의, 그리고 전체주의와 민주주주의 방식 사이에서 의견이 분열돼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아웃트로: 베를린 장벽 붕괴 20주년을 맞아 저희 미국의 소리 방송이 보내 드리는 특집방송, 내일은 다섯 번째 마지막 순서로 냉전 붕괴 이후 구 공산국가들이 직면한 현실에 대해 전해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