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 정착한 탈북자들이 중심이 된 정당이 오는 21일 공식 출범할 예정입니다. 이들은 한국과 해외 탈북자 문제를 비롯해 남북한 통일정책 마련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을 벌인다는 계획인데요. 서울에서 김은지 기자가 전해드립니다.

한국에 정착한 탈북자들이 중심이 된 가칭 '통일인연대'가 오는 21일 창당 발기인대회를 열고 공식 출범할 예정입니다.

이 당은 지난 해 제18대 국회의원 선거 때 서울 강서 을 지역 한나라당 예비후보로 등록했다 공천을 받지 못했던 탈북자 정수반 씨가 주축이 돼 구성됐습니다. 탈북자들이 중심이 돼 정당을 만든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통일인연대에 참여하는 이들은 탈북자 10여명을 비롯해 북한에 가족을 두고 온 실향민과 기업인, 시민단체 관계자 등 모두 1백20여명 입니다.

정 씨는 "내년이면 한국에 입국한 탈북자 수가 2만 명에 이르고 남북관계와 국제정세가 급변하는 상황에서 탈북자들이 중심이 돼 통일을 준비하자는 취지에서 창당하게 됐다"고 설명했습니다.

 "통일은 미래형이나 과거형이 아닌 현재진행형입니다. 통일에 대비해 북한을 바로 알리고 통일에 관련된 정확한 정보를 국민들에게 전해줘 통일이 멀지 않았다는 점을 알려주기 위해 창당하게 됐습니다. 사실 정치적 역량이 적은 탈북자들이 창당한다고 과연 이게 잘되겠냐는 의견도 있지만 우리가 먼저 나가서 한 뒤 후에 다 힘을 모으면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

시장경제와 다당제 민주주의를 기치로 내건 통일인연대는 오는 2025년까지 북한을 한국으로 통합시키는 이른바 '경제통합 통일' 방안을 내세우고 있습니다.

정 씨는 "한국 정부는 해마다 국방비 등 분단비용으로 50조원, 북한은 8조원이라는 막대한 돈을 쓰고 있는데 이 중 절반을 남북 경제통합에 투자하면 통일비용을 대폭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통일인연대는 한국과 해외 탈북자 권익 문제 뿐아니라 남북한 통일정책을 마련하는 등 통일국가 건설에 필요한 다양한 활동을 해나갈 예정입니다.

정수반 씨는 "현재 남북한 정당은 통일 이후 지역정당으로 전락할 수밖에 없지만 통일인연대는 남북한 주민 모두에게 인정받는 정당이 될 수 있도록 준비해나갈 예정"이라고 포부를 밝혔습니다. 

통일인연대는 다음 달 초 정 씨를 위원장으로 한 창당준비위원회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등록하고 6개월 뒤 창당대회를 열어, 오는 2012년 열리는 국회의원 선거와 대통령선거에도 참여할 예정입니다.

정 씨는 북한에서 출신 성분이 좋지 않다는 이유로 어릴 적 가족과 함께 평양에서 함북 온성군으로 추방됐다가 지난 2000년 2월 탈북해 같은 해 10월 한국에 입국했습니다. 북한에 부인과 딸을 둔 정 씨는 현재 북한 음식문화연구소 소장을 맡고 있습니다.

이 같은 움직임에 대해 고경빈 전 통일부 하나원장은 "북한에서 민주주의를 경험하지 못한 탈북자들이 정당 참여를 통해 정치적 권리를 행사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습니다.

"긍정적인 신호로 보여지구요. 한국사회 전반적으로 정치에 무관심한 것에 대한 일종의 경종도 되고 한국에서 사실 창당한다는 것은 상당히 어려운 일임에는 분명하지만 (탈북자들이) 자유민주주의 체제 아래에서 정치적 자유와 권리를 행사한다는 측면은 장려할 만하다고 봅니다. 이들이 언제까지나 탈북자가 아니고 한국사회에 온 지 5-10년이 되면 대한민국 사람이나 마찬가지입니다."

그러나 한국정치의 특성상 탈북자와 같은 소수집단이 목소리를 내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회의적인 시각도 있습니다.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소 박정란 박사입니다.

"한국사회의 지금 정치 여건을 보면 소수자 집단의 목소리를 드러내기에는 아직까지 한국의 정치적인 여건이 힘든 상황이기 때문에 시도는 좋은데 탈북자들에게 또 다른 상처가 되지 않을까 염려가 됩니다."

박정란 박사는 "탈북자의 정치 참여는 한반도 통일과 한국사회 내 탈북자 이익을 대변하기 위해서 반드시 필요한 일인 만큼 이들이 건전한 정치 문화를 확립해갈 수 있도록 많은 관심과 격려가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서울에서 미국의 소리 김은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