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이명박 대통령은 오늘 (4일) 북한과의 핵 폐기 협상을 무한정 할 수는 없는 일이라며, 북 핵 일괄타결 방안인 그랜드 바겐의 필요성을 거듭 강조했습니다. 이 대통령은 또 북 핵 문제 해결 없이는 남북한 협력에도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다고 말했습니다. 서울에서 김은지 기자가 전해드립니다.

한국의 이명박 대통령은 북 핵 문제 해결 없이는 남북한 협력에도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다며 북 핵 해결의 중요성을 강조했습니다

이 대통령은 4일 영국의 경제 전문지 `이코노미스트' 주최로 서울에서 열린 토론회 기조연설을 통해 "남북 간 경제협력 확대는 동북아 지역 뿐아니라 전세계의 평화에도 크게 도움이 될 것"이라며 "이를 위해선 북 핵 문제 해결이 선행돼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이 같은 언급은 북 핵 문제를 남북 간 의제로 다뤄야 한다는 입장을 재확인한 것으로, 최근 북한의 유화적인 태도에도 불구하고 핵 문제 해결에 대한 진정성 없이는 남북관계 진전에 어려움이 있을 것이란 점을 강조한 것으로 풀이됩니다.

한국 정부 당국자는 이와 관련 "현 정부는 북 핵 문제를 남북관계의 본질적인 문제로 보고, 남북관계를 개선하는 데 걸림돌이 되는 북 핵 문제를 남북 간에도 허심탄회하게 논의해야 한다는 입장"이라고 말했습니다. 이 당국자는 그러나 "북 핵 폐기가 남북관계 발전의 선결조건은 아니"라고 설명했습니다.

이명박 대통령은 북 핵 협상과 관련해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협상을 오래 끌면 미국과 중국, 한국 대통령이 임기가 다 돼 바뀔 것이고 또다시 협상을 시작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 같지만 무한정 다시 할 수는 없다"고 강조했습니다.

이 대통령은 "북한의 이 같은 전략 때문에 협상과 보상이라는 악순환이 계속됐고 결국 북한은 2차 핵실험까지 했다"며 "이런 이유 때문에 북한이 핵 포기를 한 뒤 지원과 안전을 보장하는 북 핵 일괄타결 방안인 '그랜드 바겐'을 제시하게 됐다"고 설명했습니다.

이 대통령은 그랜드 바겐 방안에 대해 "북한이 핵을 포기하는 대신 원하는 것이 뭔지 확인해서 협상을 하자는 것"이라고 설명하고 "이는 아주 현실적인 제안"이라고 평가했습니다.

한국 정부는 북 핵 해결을 대북정책의 최우선 과제로 삼고, 북한이 핵 프로그램의 핵심 부분을 포기하는 결단을 내린다면 남북관계 개선은 물론 국제사회와 더불어 대대적인 대북 지원에 나선다는 입장을 지속적으로 강조해오고 있습니다.

이는 한국 정부가 북 핵 문제 최대 당사국임에도 불구하고 북 핵 협상에서 주변부에 머물렀던 그동안의 관행에서 벗어나 주도적인 역할을 하겠다는 의지가 반영된 것이라고 한국 정부 고위 당국자는 설명했습니다.

이런 가운데 대통령 자문기구인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는 남북 간에 북 핵 문제를 논의할 틀로 '남북 비핵화 공동위원회'를 설치할 것을 이 대통령에게 제의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는 지난달 30일 이 대통령에게 제출한 `대북정책 추진에 관한 정책건의'에서 "남북정상회담이 실현된다면 남북 간에도 핵 문제를 논의할 별도의 틀을 만들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습니다.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관계자입니다.

"북 핵 문제가 그동안 6자회담에서 논의되고 있는데 이 같은 틀을 통해 남북관계에서도 북 핵 문제를 본격적으로 다루는 게 좋겠다는 취지에서 보고서가 나온 것으로 보시면 됩니다. 전체 상임위원회의 토론과 심의를 거쳐 분과위원회 이름으로 채택됐습니다."

이 같은 제안은 1990년대 초 남북 간에 구성된 핵통제공동위원회를 모델로 한 것으로, 비핵화 공동위원회가 설치되면 6자회담의 구도 안에 '미-북'과 '남-북'이 참여하는 '2+2협의 틀'을 구성해야 한다고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는 제안했습니다.

한편 북 핵 6자회담 한국 측 수석대표인 위성락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이 미-북 실무접촉 결과와 그랜드 바겐의 구체적인 내용 등을 협의하기 위해 오는 5일부터 7일까지 미국을 방문합니다.

위 본부장은 방미 기간 중 스티븐 보즈워스 대북 특사, 성 김 6자회담 수석대표 등과 만나 미-북 접촉 결과에 대해 논의하고 오는 18일 있을 바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한국 방문에 대해서도 협의할 예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