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내 탈북 난민 1백 명 시대가 다가왔습니다. 지난 2004년 제정된 북한인권법에 근거해 난민 지위를 받아 제3국에서 미국에 입국한 탈북자 수는 지난 9월 말 현재 93명으로 이르면 올해 안에 100명을 넘어설 전망입니다. 저희 ‘미국의 소리’ 방송에서는 탈북자 1백 명 시대를 맞아 지난 주부터 여덟 차례에 걸쳐 특집방송을 보내드리고 있습니다.

오늘은 일곱 번째 순서로 김영권 기자와 함께 미국 내 탈북자 현황 등 탈북 난민들이 미국생활에서 겪는 이모저모에 관해 자세히 알아보겠습니다.

문) 김영권 기자, 우선 미국 내 탈북자들의 현황을 좀 더 자세히 소개해 주시죠?

답) 네 지난 9월 말 현재 미국에는 총 93명의 탈북 난민들이 입국했는데요, 이 가운데 적어도 79명의 소재가 파악됐습니다.

이들 79명을 성별로 보면 남성 31명, 여성 48명으로 한국처럼 여성의 비율이 높았습니다. 여성은 30대가 적어도 17명으로 가장 많았고, 40대와 20대가 각각 10명 이상 입국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19살 이하 청소년과 어린이도 8명 이상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또 남성의 경우 20-30대가 18명으로 가장 많았고 40대 6명, 10대 5명 순이었습니다.

문) 10대 탈북자들도 적지 않은 것을 보면 입국 형태가 다양한 것 같습니다.

답) 네. 부모와 자녀 등 가족이 모두 입국한 탈북자 가정이 적어도 세 가정 이상 됐구요, 어머니와 자녀들이 함께 입국한 경우도 일곱 가정 이상인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하지만 전체적으로는 독신으로 입국한 탈북자가 압도적으로 많았습니다.

문) 미국에 입국한 탈북 난민들이 대개 어느 나라를 통해 입국했는지도 궁금하군요.

답) 태국을 통해 적어도 35명이 입국한 것으로 확인됐고요. 중국을 통해서도 최소한 28명이 입국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중국은 특히 베이징 주재 유엔난민고등판무관실(UNHCR)의 보호를 받던 탈북자 19명이 직접 또는 체코에 추방 형식으로 옮겨진 뒤 입국했고, 나머지는 중국주재 미국 외교공관을 통해 입국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그밖에 라오스와 몽골, 필리핀 등을 통해서도 소수의 탈북자들이 입국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미국에 입국한 탈북자들은 현재 적어도 15개 도시에 정착해 살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문) 한 곳이 아니라 미 전역에 고르게 퍼져 정착하고 있다는 얘기인가요?

답) 그렇습니다. 동부 뉴욕에서부터 서부 캘리포니아 주까지, 또 북부 일리노이 주에서 남부의 플로리다 주까지 매우 고르게 퍼져 정착했는데요. 미국의 10여 개 주요 난민기관이 탈북자 등 모든 난민들의 정착을 지역 안배를 맞춰 배분하기 때문에 이런 현상이 나타난 겁니다. 하지만 지역분포를 보면 탈북 난민들은 상대적으로 중서부의 A시와 남서부의 B시에 적어도 10명 이상이 정착해 가장 많이 살고 있는 지역으로 나타났습니다.

문) 93명의 탈북자 가운데 79명의 소재가 파악됐고 이 가운데 20 여명을 김 기자가 직접 면담했지요, 탈북자들의 미국생활에 대한 만족도는 어느 정도였습니까?

답) 거의 모든 탈북자들이 미국에 온 것을 후회하지 않는다고 말했습니다. 자유롭게 생활할 수 있고 일한만큼 수입을 올릴 뿐 아니라 질서만 잘 지키면 정부의 간섭이 없다는 것, 또 확실한 신분이 있다는 데 대해 매우 만족해 했습니다. 그러나 경제적 만족도에 대해서는 정착 기간에 따라 다소 차이를 보였는데요. 정착 기간이 짧은 탈북자들일수록 적응에 어려움을 많이 호소했습니다.

문) 초기 탈북자들일수록 경제적 만족도가 적다고 했는데, 탈북자들은 주로 어떤 직종에서 일하고 있습니까?

답) 대부분 시간제 서비스업 등 단순노무직으로 일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특히 입국 1-2년 이하의 탈북자들은 한인이 운영하는 슈퍼마켓이나 식당, 소규모 건설업체에서 배달 등 단순노동을 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대개 시간 당 7-8달러, 하루에 80 달러 정도의 일당을 받고 있습니다. 일부 탈북자들은 그러나 미국의 세금 제도에 익숙하지 않아 수입의 30-40% 이상 부과되는 세금 때문에 생활이 빡빡하다고 말하기도 했는데요. 반면 미국에 입국한 지 2년 이상 되는 적지 않은 탈북자들은 스시맨이나 네일 미용사 등 전문직에 뿌리를 내리면서 한 달에 2천 5백 달러 이상의 수입을 올리고 있었습니다. 또 이미 주택을 보유했거나 자기 사업체를 운영하는 탈북자도 있었고, 2년제 지역대학에 입학해 일과 학업을 병행하는 젊은 탈북자들도 하나 둘 늘고 있습니다.

문) 초기에는 적응 때문에 여러 어려움을 겪고 직업도 자주 바꾸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차차 적응을 순조롭게 하고 있다는 얘기군요. 자 그런데, 한국 내 탈북자들은 대개 여성 인구비가 높고 교육수준이 낮은데다 기술이 없어 취업에 어려움이 많다고 하는데요. 미국 내 탈북 난민들의 경우는 어떻습니까?

답) 탈북자들의 배경을 놓고 보면 한국 내 탈북자들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여성들의 경우 중국에서 인신매매에 희생됐던 탈북자들이 많았고 교육 수준 역시 낮았습니다. 남성들도 의사, 정보기술 IT 업종에 일했던 탈북자도 있었지만 대개 고졸 이하의 교육수준에 뚜렷한 기술을 갖고 있지 못했습니다. 그러다 보니 앞서 말씀 드렸듯이 서비스업과 단순노무직에 종사하는 사람들이 많은데요. 한국과 달리 장점이라면 본인이 원할 경우 어렵지 않게 취업이 가능하고, 미국 난민단체와 한인 자원봉사자들이 적극 취업을 알선해주고 있다는 사실이었습니다.

문) 반면 단점도 적지 않을 것 같은데요.

답) 네. 바로 문화적 차이에 따른 괴리감인데요. 특히 언어와 이동의 문제를 대부분의 탈북자가 가장 힘든 점으로 꼽았습니다. 북한에서 영어를 배운 경험이 거의 없기 때문에 미국에 와서 다시 언어를 기초부터 배워야 하는데 쉽지 않다는 것입니다. 의사소통이 힘드니까 취업에도 걸림돌이 되고 직장에서도 어려움을 겪게 되며 취업 범위도 상당한 제한을 받습니다. 또 미국은 대중교통이 잘 발달돼 있는 일부 대도시를 제외하면 이동 수단으로 자가용이 필수인데 갓 도착한 탈북자들은 차량이 없어 이동에 적지 않은 불편을 겪고 있었습니다.

문) 탈북자들이 미국에서 생활하면서 가장 기쁠 때는 언제였는지도 궁금하군요.

답) 가장 기뻤을 때로는 영주권을 받았을 때, 그리고 운전면허증 등 자격증을 취득했을 때, 결혼했을 때 등을 꼽았습니다. 영주권은 미국 입국 1년 뒤에 신청이 가능한데요. 대개 신청 후 몇 개월이 지나면 영주권을 받고 있었습니다. 영주권을 취득했다고 해서 그 전과 큰 차이는 없습니다만 5년 뒤 시민권을 신청할 수 있기 때문에 탈북자들에게는 매우 중요합니다. 그 전까지는 해외를 여행하더라도 여권 없이 북한 국적이 적힌 여행증명서를 지참해야 하지만 시민권을 취득하면 국적이 미국으로 바뀌고 당연히 미국 여권을 받으며 ‘북한’이란 수식어도 따라다니지 않기 때문에 탈북자들에게 의미가 적지 않습니다. 또 미국에 1년 이상 정착한 젊은 탈북자들은 대부분 운전면허증을 취득했구요. 결혼한 탈북자들도 적어도 7명 이상인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문) 탈북자들이 언어 등 문화적 차이가 적은 한국을 제쳐두고 미국을 선택한 동기도 궁금한데요.

답) 다양한 이유가 있었습니다만 대부분의 탈북자가 정치적인 이유를 지적했습니다. 저희가 파악한 79명의 탈북자 가운데 적어도 절 반 이상이 중국 등 3국에서 4 년 이상 체류한 경험이 있었는데요. 당시 한국 정부의 대북 햇볕정책에 대해 우려와 불만을 가졌다는 탈북자들이 많았습니다. 또 언론에 보도되는 한국 내 탈북자들의 상황이 매우 부정적으로 비쳐서 선뜻 한국행이 내키지 않았다고 말하는 탈북자들도 많았습니다. 취업이 어렵고 한국인들의 차별이 심할 뿐 아니라 경쟁에서도 매우 힘들다는 보도들을 접하고 미국행을 고집했다는 것입니다. 가족이 함께 입국한 탈북자들은 대부분 자녀들의 교육 때문에 미국행을 택했다고 답했습니다.

문) 한국에서는 탈북자들의 정신 상태나 건강 문제가 적지 않은 우려사안으로 떠오르고 있는데요. 미국은 어떤가요?

답) 미국 내 탈북자들은 대개 20-30대가 많아 건강 문제를 호소하는 탈북자들은 적었습니다. 또 적어도 8 개월 이상의 무료 의료보험 혜택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적절한 의료 혜택을 받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의료보험 혜택을 못 받는 치아 문제에 대해 어려움을 호소하는 탈북자들이 많았는데요, 일부 탈북자들은 한인 치과의사들의 도움으로 치료를 받기도 했지만 한인들이 적은 중소도시에 대부분 살고 있는 탈북자들은 적어도 수 백 달러 이상의 치료비를 스스로 내며 치과를 찾는 경우가 적지 않았습니다.

진행자: 김영권 기자와 함께 미국 내 탈북자 현황과 탈북자들이 말하는 미국생활의 이모저모에 대해 알아봤습니다. 내일은 마지막 순서로 이번 특집방송을 정리해 드리고, 탈북자들의 미국 입국이 더딘 이유 등 정치적 배경 등에 대해서도 자세히 전해드리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