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내에선 남북한 고위 인사가 최근 제3국에서 비밀리에 회동했다는 언론보도가 잇따르고 있습니다. 한국 정부 당국이 공식적으로 확인하진 않고 있지만 고위 인사 간 만남에서 남북 정상회담과 북한 경제개발 협력에 관한 논의가 있었던 것으로 전해지고 있습니다. 서울에서 김환용 기자가 보도합니다.

한국 내 복수의 주요 언론들은 한국의 비정부 인사가 지난 주 싱가포르에서 북한의 김양건 통일전선부장 등을 만났다고 최근 잇따라 보도했습니다.

한국의 `조선일보’와 `중앙일보’ 그리고 `KBS 방송’ 등은 익명의 정부 당국자들의 말을 각각 인용해 이번 접촉에서 남북정상회담에 대해 논의했거나 그랬을 가능성을 전했습니다.

이와 관련해 한 대북 소식통은 23일 ‘미국의 소리’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지난 6월 북측이 한국 정계의 고위 인사 측에 남북관계 개선을 위한 접촉을 요청하면서 이번 싱가포르 만남이 이뤄진 것으로 알고 있다”며 “김 통전부장과 만난 한국 측 인사는 이 정계 인사와 이명박 대통령이 모두 잘 아는 인물”이라고 전했습니다.

이 소식통은 또 “이번 접촉에서 양측은 남북 정상회담 가능성을 타진하며 회담 성사를 위한 조건과 회담 장소 등에 대해 논의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 소식통은 “한국은 정상회담이 이뤄지기 위해 북 핵 문제의 진전이 있어야 한다는 입장과 함께 회담 장소로 서울이나 제주도, 금강산 등을 언급한 반면 북측은 이에 난색을 보인 것으로 안다”고 덧붙였습니다.

이 소식통은 이와 함께 “이번 접촉에 북측 철도성 인사들과 한국 측 경제계 인사들도 일부 참석해 북한의 철도와 도로 건설, 러시아 가스관 개설 등 개발협력에 대한 의견 교환도 있었던 것으로 안다”고 덧붙였습니다.

북한 내 대남관계 핵심인 김양건 통일전선부장과 원동연 아태평화위 실장은 지난 15일부터 엿새 동안 베이징에 머물렀던 것으로 확인된 바 있습니다.

이에 대해 한국 정부는 공식 부인은 하지 않은 채 극도로 신중한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현인택 통일부 장관은 23일 국정감사에 출석해 싱가포르 극비 회동설에 대한 질문을 받고 자신은 “아는 바 없다”고 대답했습니다.

통일부 이종주 부대변인도 정례 기자설명회에서 적어도 통일부 고위 당국자가 관여되진 않았다고 밝혔습니다.

“제가 확인해 드릴 수 있거나 알고 있는 사실은 없습니다. 다만 최근 통일부의 장.차관을 비롯한 고위 당국자들이 출국한 사례는 없었다는 점을 말씀 드리겠습니다.”

하지만 한국 정부 안팎에선 정상회담 필요성에 대해 남북한이 서서히 공감대를 만들어가는 듯한 분위기가 읽혀지고 있습니다.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은 23일 국회 국정감사에서 내년 11월 한국에서 열리는 G-20 정상회의에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을 참관국가 자격으로 초청할 것을 검토하느냐는 질문에 “검토 대상이 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북한 노동신문도 지난 22일 자신들이 “주동적으로 취한 북남관계 개선 조치들 때문에 북-남 사이에 여러 갈래의 대화 움직임들이 나타나고 있다”고 주장했었습니다.

한국의 `연합뉴스’는 남북관계에 정통한 정부 소식통의 말을 인용해 이번 제3국에서의 접촉에 이어 조만간 고위급 수준의 본격 접촉이 이뤄질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이 소식통은 “최근 실무급 접촉에서 장소 등에서 이견이 있었지만 앞으로도 계속 남북 접촉을 진행할 것”이라며 “현 상황에서 연내 정상회담 개최는 어렵지만 내년에는 가능성이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습니다.

이와 관련해 현인택 장관은 국정감사에서 남북 대화의 필요성에 대해선 이명박 대통령도 자신도 그동안 여러 차례 강조했음을 상기시키면서, 그러나 북 핵 문제 진전과 남북관계 진전 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습니다.

“가장 중요한 문제는 역시 북 핵 문제 해결이라는 국면이 중요한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여러 가지 단계적으로 그래도 남북관계가 진전되는 상황이 있어야 하지 않느냐 그런 생각을 갖고 있습니다.”

현 장관은 하지만 “현재 북한에 식량난이 있는 것으로 안다”며 최소한의 인도적 지원에는 조만간 나설 뜻임을 밝혔습니다.

“그것은 하여간 저희들이 최소한의 인도적 지원은 조만간 하도록 하겠습니다.”

한국 정부는 최소한의 인도적 지원으로 현재 옥수수 5만t 미만 규모를 제공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통일부는 이와 함께 국회에 제출한 국감 보고자료에서 세계식량계획, WFP가 지난 달 대북 긴급지원 프로그램에 750만 달러 수준의 지원을 요청한 데 대해 “긍정적인 방향으로 신중하게 검토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