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정부는 지난 2007년 북한과 합의했다가 남북관계 악화로 보류됐던 남북 간 군 통신선의 현대화 장비 지원을 시행키로 했습니다. 북한의 유화적 태도에 한국도 일정 정도 호응하는 듯한 분위기인데요, 일부에선 양측의 고위급 회담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습니다. 서울에서 김환용 기자가 보도합니다.

한국 정부는 남북 간 육로 통행 관리에 사용되는 군 통신선의 현대화를 위한 자재와 장비를 북한에 제공키로 했다고 21일 밝혔습니다.

통일부 이종주 부대변인입니다.

"정부는 지난 월요일 즉 10월19일에 북측에 우리 국민들의 통행 불편을 해소하는 차원에서 통신선로 개선 공사를 추진할 용의가 있다는 의사를 전달했습니다. 북측도 어제 10월20일에 통신선로 개선 공사에 관한 동의 의사를 우리 측에 통보해 왔습니다."

한국 정부는 이에 따라 오는 28일부터 통신선로 개선에 필요한 광케이블, 통신관로 등 8억5천만원 상당의 통신기자재를 북측에 제공하고 남북이 각자 자기 측 구간에서 필요한 공사를 시작할 예정이라고 밝혔습니다.

군 통신선을 기존 구리선에서 광케이블로 교체하는 이번 공사에 들어갈 총 비용은 21억원에서 27억원 사이가 될 것으로 한국 정부는 추산하고 있습니다. 공사 기간은 한두 달 정도로, 본격적인 겨울철에 들어가기 전에 마무리할 방침입니다.

이번에 교체되는 군 통신선은 남북 간 육로 통행과 관련해 정전협정에 따라 양측 군 당국끼리 출.입경자의 명단을 상호 통보하고 승인하는 절차에 쓰여왔습니다.

하지만 군 통신선이 너무 오래돼 경의선, 동해선 도로를 통한 남북 간 출입 업무에 지장이 생기면서 지난 2007년 말 한국 측이 북한에 각종 장비 등을 제공해 군 통신선을 현대화하는 데 대해 대강의 합의를 봤지만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남북관계 악화로 이행이 보류됐었습니다.

특히 지난 해 5월 경의선 통신선로가 아예 단절돼 개성공단 관계자들의 방북에 큰 불편이 생기면서 남북협력기금 31억원을 투입해 통신선 현대화를 하기로 결정하고 약 2억원어치 장비를 북한에 제공했지만 같은 해 7월 금강산 관광객 피살사건이 터지면서 장비 제공이 중단됐었습니다.

이어 지난 해 10월 말 열린 남북 군사실무자 접촉에서 북측이 자재와 장비 제공을 요청했으나 당시엔 한국 측이 호응하지 않았고 북한이 12.1 조치를 발표한 직후엔 거꾸로 한국 측이 자재.장비 제공을 위한 협의를 제안했으나 북측이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이에 따라 한국 측의 이번 지원 결정은 최근 북한이 한국에 대해 유화적인 태도를 보인 데 대해 호응한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습니다.

이종주 부대변인은 "이번 결정이 최근 북측의 거듭된 요청에 따른 조치이고 한국 국민들의 통행불편 해소 차원일 뿐 다른 배경은 없다"고 설명했지만 대부분의 관측통들은 남북 간 유화국면이 일정 기간 지속될 것임을 암시하는 상징적인 조치로 보고 있습니다. 세종연구소 이상현 박사입니다.

"우여곡절은 있었지만 남북 간에도 그렇고 북-미 간에도 유화국면으로 가는 게 일종의 흐름 같다 이렇게 평가할 수 있겠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어렵게 재개된 남북 접촉을 남북을 막론하고 갑자기 악화시키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 것 같아요. 그래서 적어도 반년 이상 길게는 1년 이상 유화국면이 이어지면서 남북 접촉은 재개될 가능성이 높다 이렇게 보구요."

이런 남북 간 유화 분위기 속에서 북한의 김양건 통일전선부장이 지난 15일부터 엿새 동안 베이징을 방문한 것으로 확인되고, 또 한국 측 인사와 모종의 물밑접촉을 벌였다는 설이 나오면서 조만간 남북 고위급 회담 성사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습니다.

한 대북소식통은 "북한의 대남관계 핵심인 김양건 통전부장과 원동연 아태평화위 실장 등이 한국 측 인사를 만나 남북관계 개선과 북 핵 문제 진전이 됐을 경우 가능한 개발협력 문제를 전반적으로 논의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기은경제연구소 조봉현 박사는 이런 남북 간 물밑접촉이 조만간 고위급 회담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습니다.

"북 핵 문제가 진전되는 가능성을 두고 그 때를 대비해서 우리 정부가 구체적으로 어떻게 할 것인가에 준비 차원에서 지금 북한과 계속적인 물밑접촉을 하는 것 같고, 그래서 고위급 회담 부분은 단기간 내 이뤄질 가능성이 있다 저는 그렇게 보고 있구요."

하지만 한국의 청와대와 통일부는 김 통전부장과 한국 측 정부 당국자 간 만남은 없었다고 일부에서 제기된 고위 당국자 간 접촉설을 부인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