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은 바락 오바마 행정부 출범 이후 북한과의 양자 간 첫 공식회담을 추진하고 있지만 핵심 사안들에 대한 입장차 때문에 스티븐 보즈워스 대북 특사의 평양 행을 확정하지 않고 있습니다. 보즈워스 특사의 방북과 관련해 미국과 북한이 어떤 차이가 있는지 최원기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스티븐 보즈워스 대북 특사의 방북이 계속 미뤄지고 있습니다. 지난 달만 해도 워싱턴에서는 보즈워스 특사가 10월 중 방북 하거나 방북 일정이 정해질 것이라는 관측이 많았습니다.

그러나 10월 하순에 접어든 지금도 미 국무부는 '아직 정해진 것이 없다'는 발표만 되풀이 하고 있습니다.

미국의 한반도 전문가들은 보즈워스 특사의 방북이 계속 늦춰지는 것은 미국과 북한 간에 3가지 조건이 맞지 않기 때문이라고 지적합니다.

우선 비핵화에 대한 북한 측의 분명한 입장 표명입니다. 미국은 양자대화에 앞서 북한이 모든 핵무기와 핵 프로그램의 포기를 합의한 6자회담 9.19 공동성명에 대한 이행 의지를 확실히 해야 한다는 입장입니다.

그러나 북한은 이에 대해 분명한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습니다. 북한은 지난 12일 유엔총회 64차 회의 연설과 14일자 노동신문을 통해 '지구상에서 모든 핵무기가 없어지고, 미국의 대북 적대시 정책이 없어지고, 한반도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전환하면 비핵화가 이뤄질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북한의 이 같은 언급에 대해 지난9월 초 빌 클린턴 전 대통령과 함께 방북했던 데이비드 스트로브 전 국무부 한국과장은 `비핵화 할 의사가 없다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두 번째 차이점은 6자회담 복귀입니다. 현재 미국이 원하는 것은 북한이 분명한 어조로 '6자회담에 복귀하겠다'고 밝히는 것입니다. 그러면 미국은 6자회담의 틀 안에서 북한과 양자 회담을 하겠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북한의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원자바오 중국 총리를 통해 밝힌 것은 '조건부 다자회담 복귀'였습니다. '미-북 양자회담을 통해 적대 관계가 해소되면 다자회담이 가능하다'는 것인데, 이는 미국의 입장과는 상당히 거리가 있다고 워싱턴의 민간 연구소인 헤리티지재단의 브루스 클링너 연구원은 말했습니다.

미 동부 터프츠대학교 외교법학대학원의 이성윤 교수는 북한이 주장하는 '적대시 정책 철폐'는 미-한 동맹 와해와 주한미군 철수를 뜻하기 때문에 미국이나 한국으로서는 받아들일 수 없다고 말했습니다.   

"대등한 입장에서 미국과 군축회담을 하자는 것은 한미 동맹을 없애자는 것이고, 또 평화협정이나 외교관계가 성립이 되면 주한미군의 존재가 희미해지고 없어질 수도 있죠."

보즈워스 특사가 평양에서 누구를 만나느냐 하는 것도 문제입니다. 미국은 보즈워스 특사가 북한의 핵 정책의 실권자인 강석주 외무성 제1부상을 만나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북한은 이에 대해 아무런 언질을 주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런 가운데 오는 26일 미국을 방문하는 리근 북한 외무성 미국국장이 미 국무부 관계자와 만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관측통들은 보즈워스 특사의 평양 행에 앞선 미국 측의 핵심 관심사들에 대해 리근 국장이 제시할 북한의 입장에 주목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