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핵심 권력기관인 조선노동당이 지난 10일로 창건 64주년을 맞았습니다. 전문가들은 노동당이 심각한 민심 이반과 함께 북한 권력의 중심부에서 밀려나고 있다고 밝히고 있는데요. 노동당이 어떤 문제에 직면해 있는지 최원기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북한의 조선노동당이 지난 10일 창건 64주년을 맞았습니다. 북한은 이날 당 창건을 축하하는 각종 행사를 열었습니다.

지난 1945년 10월에 창건된 노동당은 지난 반 세기 동안 북한주민들의 옷차림에서 국가 정책에 이르기까지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둘러 왔습니다. 노동당의 주민통제와 관련, 지난 2002년에 북한을 탈출한 이숙 씨는 북한주민들은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당의 감시와 통제에서 벗어날 수 없다고 말합니다.  

  "모든 북한 사람들은 직급 외에도 조직 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학생들은 소년단 조직생활, 여자들은 여맹 생활, 직장 다니는 사람들은 직맹 조직생활, 농민들은 농근맹 생활…"

북한은 또 헌법 11조에 '노동당이 모든 조직 가운데 가장 높은 형태의 혁명조직'이며 '모든 활동은 당의 영도 밑에서 진행해야 한다'고 명문화 한 '당 우위'국가입니다. 한마디로 당이 정치와 행정은 물론 사회, 경제 등 모든 분야를 감독, 통제하는 권한을 가진 것입니다. 

전문가들은 그러나 환갑을 넘긴 북한 노동당이 현재 3중고를 겪고 있다고 지적합니다.

우선 민심이 당을 떠난 상태입니다. 특히 지난 90년대 후반 고난의 행군을 겪으면서 당에 대한 북한주민들의 신뢰가 깨진 것은 물론 지방당조차 중앙당의 말을 잘 듣지 않는 현상이 일어났다고 탈북자 출신인 한국 서강대학교의 안찬일 교수는 말했습니다.

  "고난의 행군이 진행되면서 당적 라인이 해체되면서 지방당이 중앙당의 말을 듣지 않고, 중앙에서 식량, 생필품이 공급되지 않으니까, 당적 통제가 경제,행정 분야에 통하지 않게 됐습니다."

과거 북한에서 교원대학 교수를 지낸 이숙 씨도 북한 여성들 사이에서 노동당원의 인기가 이전만 못한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습니다.

  "그전에는 딱 당원이어야지 나는 남편, 신랑감을 구하겠다 했는데 지금은 당은 희미해지고 이제는 돈 많은 사람, 장사 잘하는 사람, 경제적으로 풍부한 사람을.."

전문가들은 노동당이 제 역할을 못하고 무력화 된 것도 큰 문제라고 지적합니다. 노동당 규약에 따르면 5년 만에 한 번씩 당 대회를 개최하게 돼 있습니다. 그러나 북한은 지난 1980년 6차 당 대회 이래 29년 간 당 대회를 열지 않고 있습니다.

또 노동당 정치국 상무위원회도 김정일 총비서를 제외한 대부분이 사망해 유명무실한 상태입니다. 게다가 북한은 지난 4월 헌법을 개정하면서 국방위원회를 대폭 강화해 권력의 중심이 당에서 국방위원회로 옮겨간다는 관측을 낳고 있습니다. 다시 북한 전문가인 안찬일 교수입니다.

  " 문제는 당 조직지도부가 군대나 최고위 인사권을 갖고 있다는 것이 문제고, 이 것도 서기실에서 다 결정하고 있기 때문에, 권력은 외형상 국방위원회로 변경이 됐고.."

과거 진보 정당을 자처하던 노동당은 아시아의 또 다른 사회주의 정당인 중국 공산당과 베트남 공산당에 비해서도 시대의 변화에 뒤쳐진 상태입니다.

중국 공산당과 베트남 공산당은 지난 70-80년대 경제난을 겪게 되자 모두 개혁개방을 통해 정권도 유지하고 경제도 발전시켰습니다. 반면 북한 노동당은 90년대 후반 수십만이 굶어 죽는 '고난의 행군'을 겪고도 변화를 거부한 채 계속해서 식량난을 겪고 있습니다.

서울의 북한 전문가인 김광인 북한전략센터 소장은 노동당이 이렇게 시대의 변화에 뒤쳐지고 무력화 된 것은 당이 '김정일의 개인 정당'으로 전락했기 때문이라고 말했습니다.

  "다른 공산국가에서는 당이 최상위 기구지만 북한에서는 수령이라는 당위의 개인이 있고, 당과 수령의 관계는 당이 수령의 도구에 불과하기 때문에 수령이 모든 것을 좌지우지 하는 것이지요."

과거 중국의 마오쩌둥은 '당과 인민'과의 관계를 '물과 물고기'의 관계에 비유했습니다. 인민의 지지를 받지 못하는 당은 존재할 수 없다는 얘기입니다. 내부적으로는 주민들의 신뢰를 잃고, 외부적으로는 시대의 조류에 뒤처진 조선노동당이 21세기의 격랑을 어떻게 헤쳐갈지 지켜볼 일입니다.

미국의 소리 최원기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