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은 이 달 초 6자회담 재개를 위해 북한과 양자회담에 나설 수 있다고 밝혔지만, 회담은 아직 이뤄지지 않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미-북 간 양자회담이 지연되는 이유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는데요. 워싱턴의 전문가들은 미국이 북한과의 양자회담으로 방향을 정했지만, 아직 나머지 6자회담 당사국들과의 추가적인 입장 조율이 필요한 것으로 분석하고 있습니다. 김근삼 기자가 전문가들의 견해를 들어봤습니다.
 
미국 국무부는 이달 초 북한이 스티븐 보즈워스 대북 특사의 평양 방문을 초청했다며, 6자회담 이전에 북한과 양자회담에 나설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특히 6자회담의 나머지 당사국들도 6자회담 개최를 위한 미-북 간 양자회담을 지지한다는 입장을 보이면서, 일부에서는 양자회담 개최가 임박했다는 관측이 나오기도 했었습니다.

하지만 한 달 여가 지난 현재까지도 미-북 양자회담은 열리지 않고 있습니다.

국무부의 커트 캠벨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는 지난 28일 기자회견에서 아직 보즈워스 대북 특사를 평양에 보낼 준비가 돼 있지 않다면서, 북한 문제와 관련해 인내심을 강조했습니다.

이언 켈리 국무부 대변인도 지난 주말 정례브리핑에서, 미-북 양자회담 개최와 관련해 아직은 발표할 내용이 없다고 말했습니다.

이렇게 미-북 간 양자회담이 당초 예상보다 지연되는 배경에 대해, 미국의 한반도 전문가들은 나머지 당사국들과의 추가적인 의견 조율이 필요한 점이 가장 큰 이유인 것으로 분석했습니다.

미국 뉴욕의 민간단체인 사회과학원의 리언 시걸 박사는 미국은 나머지 당사국들과 양자회담의 시기는 물론 북한에 제시할 내용, 또 양자회담 이후의 과정에 대해서도 의견을 조율해야 한다면서, 이 문제가 동북아 지역을 방문 중인 제임스 스타인버그 부장관의 의제에 포함됐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시걸 박사는 특히 북한은 현재 미국 외에 한국, 일본과도 양자회담을 원한다는 신호를 보내고 있으며 미국 뿐 아니라 다른 당사국들의 대응에 대해서도 의견 조율이 필요하다면서, 이르면 10월 중순에야 미-북 간 양자회담 개최가 가능할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전임 부시 행정부에서 국무부 정책기획실장을 지낸 미첼 리스 씨도 미국이 북한과의 양자회담을 서두르지 않는 이유는 나머지 당사국들과 추가적인 의견 조율이 필요하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리스 전 실장은 나머지 당사국들이 미-북 간 양자회담의 원칙에는 합의했어도 보즈워스 대북 특사가 북한에 전할 메시지에 대해서는 이견이 있을 수 있다며, 미국은 북한과의 양자회담에 앞서 나머지 당사국들과 합의를 이루는 데 상당한 주의를 기울이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북 핵 문제 해결을 위해 서두르는 모습을 보이지 않겠다는 미국 정부의 전략적 결정도 미-북 대화가 지연되는 이유일 것으로 전문가들은 분석하고 있습니다.

미첼 리스 전 실장은, 보즈워스 특사의 방북을 서두르지 않는 모습을 보임으로써 북한과의 협상에서 좀 더 유리한 위치를 차지하려는 미국의 전략적 고려도 미-북 간 양자회담 지연의 이유가 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리스 전 실장은 오바마 행정부는 지난달 초 클린턴 전 대통령의 방북 당시 이미 북한과 양자회담에 나서기로 결정한 것으로 보인다면서, 따라서 이후 북한의 태도가 양자회담 지연의 원인은 아닌 것으로 생각된다고 말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