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11년만에 개정한 새 헌법 내용이 최근 공개됐습니다. 새 헌법은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최고 영도자’로 명문화 하고, 선군사상을 주체사상과 더불어 국가 지도이념으로 내세운 것이 핵심이라고 하는데요, 최원기 기자와 함께 북한 헌법의 내용과 그 의미를 살펴봅니다.
    
문) 최기자, 저희 미국의 소리 방송이 앞서 개정된 북한 헌법의 핵심 내용을 소개해 드렸는데요, 이번에 전체 내용이 공개됐지요?

답) 그렇습니다. 북한은 지난 4월 최고인민회의를 열어 헌법을 개정했는데요, 정작 어떻게 개정됐는지는 그동안 알려지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최근 언론을 통해 개정된 헌법 내용이 공개됐습니다. 북한은 지난 1948년 9월 헌법을 제정한 이래 모두 8차례에 걸쳐 크고 작은 개정 작업을 해 왔는데요. 이번에는 지난 98년 개정된 헌법을 11년만에 다시 개정한 것입니다. 

문)새 헌법의 골격을 좀 소개해 주시죠.

답)이번에 개정된 북한 헌법은 서문을 비롯해 모두 7장 172조로 돼 있습니다. 지난 98년에 나온 헌법이 7장 166조인 점을 감안하면 6개 조항이 늘어난 것입니다. 새 헌법의 골격은 김일성 주석을 찬양하는 내용이 담긴 서문과 정치, 경제, 문화, 국방, 공민의 기본 권리와 의무, 국가기구 7개 장으로 구 헌법과 다르지 않지만 몇몇 조항을 삭제하거나 신설한 점이 눈에 뜨입니다.

문) 98년도 헌법과 비교할 때 새 헌법의 핵심 내용은 무엇입니까?

답) 전문가들은 새 헌법이 과거 헌법과 세 가지 차이점이 있다고 말합니다. 우선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최고 영도자’로 명문화 하고 있고, 선군정치를 강조하고 있는 점, 그리고 인권 문제를 언급한 것이 눈에 뜨이는 대목입니다.

문) 하나씩 짚어 봤으면 좋겠는데요. 먼저 김정일 위원장의 법적, 정치적 지위가 어떻게 강화됐는지 설명해주시죠.

답) 새 헌법은 김정일이 맡고 있는 국방위원장 직책과 관련해 6개의 조항을 신설했습니다. 100조에서 ‘국방위원장은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최고 영도자이다’라고 명기하고 있고요, 103조는 ‘국방위원장이 국가의 전반적 사업을 지도한다’라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그동안 북한은 최고인민회의를  ‘최고주권기관’이라고 했기 때문에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이 헌법상 ‘국가원수’로 돼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번에 국방위원장을 ‘최고 영도자’로 못박아 김정일 위원장이 명실상부한 북한의 ‘원수’가 된 것입니다. 서울의 북한 전문가인 김광인 북한전략센터 소장의 말을 들어보시죠.
<CONSTITUTION 9/28/09 WKC ACT1> “그동안에는 형식적이긴 하지만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인 김영남이 명목상의 국가원수였죠, 그런데 이번에 헌법이 바뀐 것을 보면 국방위원장이 최고 지도자로 바뀐 것 같습니다.”

문)북한이 새 헌법에 ‘선군정치’를 강조한 것도 같은 맥락인가요?

답) 그렇게 봐야 할 것 같습니다. 98년에 제정된 구 헌법은 1장3조에 ‘공화국은 주체사상을 지도적 지침으로 삼는다’고 규정하고 있었는데요. 새 헌법은 ‘주체사상, 선군사상을 지도적 지침으로 삼는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그러니까, 김정일 위원장의 지도이념인 선군사상이 아버지인 김일성 주석의 주체사상과 함께 북한의 지도적 지침으로 격상됐다고 볼 수 있습니다.

문) 새 헌법에 ‘인권’이라는 단어도 처음 등장했다지요?

답)네, 새 헌법 1장8조 내용인데요. 지금까지 북한 헌법은 ‘국가는 근로인민의 이익을 옹호하고 보호한다’고 규정해 왔는데요. 이번에 헌법을 개정하면서 ‘국가는 근로인민의 이익을 옹호하며 ‘인권’을 존중하고 보호한다’라고 ‘인권’이라는 단어를 새로 추가했습니다.

문) 북한 헌법에 ‘인권’이라는 단어가 등장한 것은 처음인 것 같은데, 전문가들은 그 의미를 어떻게 보고 있습니까?

답)전문가들은 이에 대해 주목하면서도 그리 큰 의미를 두지는 않고 있습니다. 워싱턴 존스 홉킨스대학 방문 연구원으로 있는 윤여상 박사의 말을 들어보시죠.

“자유사회에서는 사법기관 종사자들이 인권을 존중하고 공정한 처리를 하겠다고 표현해야 의미가 있는 것인데요, 지금 북한 헌법에 나온 것은 원래 북한에서는 근로 인민의 인권을 존중 하다고 돼 있기 때문에 그런 의미를 좀더 강화한 것으로 보입니다.”

일부에서는 북한 정부가 인권 탄압에 대한 국제사회의 비판을 의식해 이 같은 조항을 신설했다는 분석도 있습니다.

문) 구 헌법에 있던 ‘공산주의’라는 단어가 사라진 것은 어떻게 봐야 할까요?

답) 네, 구 헌법에는 29조, 40조, 43조 등 세 차례에 걸쳐  ‘공산주의’라는 단어가 나오는데요. 이번에 헌법을 개정하면서 공산주의라는 단어는 모두 삭제했습니다. 북한은 지난 1992년 헌법 개정 때도 ‘마르크스-레닌주의’라는 문구를 삭제하고 주체사상을 내세운 적이 있는데요, 이번에도 선군사상을 앞세우기 위해 공산주의를 지워버린 것으로 관측되고 있습니다.

문) 지난 98년에 헌법을 개정할 때는 경제 분야에서 여러 개정이 이뤄졌는데, 이번에는 경제 분야는 큰 변화가 없는 것 같죠?

답)그렇습니다. 지난 98년 헌법 개정에는 개인 소유 확대와 특수 경제지대 설치, 지적재산권 조항 등 경제 분야에서 7개 조항이 신설됐습니다. 그러나 이번 헌법 개정은 정치 분야에 국한되고 경제 분야에는 별다른 변화가 없는 상태입니다.

문) 미국, 한국 같은 사회에서는 헌법은 국가 조직과 국민의 기본권을 보장하기 위한 최고 법규인데요. 북한에서는 어떻습니까?

답)전문가들은 미국과 한국 같은 자유국가의 ‘헌법’과 북한이 말하는 헌법 간에는 큰 차이가 있다고 지적합니다. 예를 들어, 미국과 한국에서는 헌법은 국가의 기본이념과 국민의 기본권을 보장하기 위한 그야말로 최고 법률이만 북한은 ‘당 우위 국가’로 노동당 규약이 헌법보다 앞선다고 서울의 북한 전문가인 김광인 박사는 말합니다.

“공산주의 국가 자체가 당 국가입니다. 그걸 무시하면 공산국가가 아닙니다. 김정일을 호칭할 때 당 총비서-국방위원장-최고사령관 이런 순서대로 호칭하는데 그게 그냥 나온 것이 아닙니다.”  

북한은 노동당 규약보다 김정일 위원장의 말이 앞서는 독재국가로, 헌법은 한갖 정치적 장식물에 불과하다는 것이 김광인 박사의 설명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