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이명박 대통령이 `그랜드 바겐’이라는 이름의 북 핵 일괄타결 방안을 새롭게 제시하면서, 미국 오바마 행정부가 그동안 언급해온 ‘포괄적 패키지’와 함께 관심을 끌고 있습니다. 미국과 한국 정부가 제시한 이들 방안의 구체적인 내용과, 비핵화 과정에서의 적용 방안 등에 관해 김근삼 기자와 함께 자세히 알아보겠습니다.

문) 김 기자. 한국의 이명박 대통령이 북 핵 문제 해결을 위한 그랜드 바겐, 일괄타결 방안을 제시하지 않았습니까? 미국 정부가 그동안 언급했던 포괄적 패키지와도 비슷한다는 느낌이 드는데요?

답) 네. 두 방안이 나온 배경을 먼저 설명 드리는 게 좋을 것 같은데요. 지난 해까지 6자회담은 북한의 핵 시설 폐쇄와 불능화, 폐기 등으로 나눠서 단계별 조치에 따라 나머지 당사국들이 보상을 제공하는 방식으로 추진됐었습니다. 이런 단계적 이행을 통해 신뢰를 쌓고 결국 비핵화에 도달한다는 개념인데요. 하지만 그동안 비핵화 과정에서 일부 진전이 이뤄졌다가 다시 후퇴하는 상황이 거듭됐기 때문에, 이제 가장 중요한 핵 폐기와 이에 상응하는 보상인 관계정상화와 평화협정, 경제지원 등을 동시에 추진하자는 것입니다.

문) 그렇다면 두 방안의 차이점은 무엇입니까?

답) 이명박 대통령의 연설 내용만으로 봤을 때는 보상을 제공하는 시점에 차이가 느껴집니다. 미국이 언급해온 ‘포괄적 패키지’를 먼저 말씀드리면요. 국무부의 커트 캠벨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는 지난 7월 서울에서 이 방안을 언급하면서, 만약 북한이 비핵화와 관련해 중대하고 돌이킬 수 없는 조치를 취할 준비가 돼있다면, 미국과 나머지 당사국들은 북한이 매력을 느낄만한 포괄적 패키지를 마련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앞서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도 북한이 완전하고 검증가능하게 핵 프로그램을 제거할 준비가 돼있다면, 미국은 북한과의 관계 정상화와 한반도 평화협정, 경제 지원 등을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에 비해 한국의 이명박 대통령이 제시한 일괄타결 방안은 북한이 핵심 부분을 폐기하면서 동시에 북한에 확실한 안전보장과 국제 지원을 본격화 한다는 것입니다. 따라서 미국의 포괄적 패키지가 북한이 핵 폐기 준비가 됐을 때 이에 대한 보상을 제시하고 이후 핵 폐기에 도달하는 것이라면, 일괄타결 방안은 북한이 핵심 부분을 폐기하는 결정적인 조치에 맞춰 지원을 본격화하자는 것으로 보입니다.

문) 그러니까, 핵 폐기에 따른 보상의 내용은 비슷하지만, 보상을 제시하는 시점에 차이가 있는 것이군요?

답) 그렇습니다. 미국의 포괄적 패키지에 대한 미국 내 전문가들의 시각을 좀 더 전해드리면요. 빌 클린턴 대통령의 평양 방문을 수행했던 데이비드 스트로브 전 국무부 한국과장은 미국과 나머지 당사국들이 주요 보상 내용들을 한 데 묶어서 제시하면, 북한도 지체없이 핵을 폐기하는 방안으로 이해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지난 부시 행정부에서 국무부 정책기획실장을 지냈던 미첼 리스 씨도 포괄적으로 방안을 제시하는 것과 이를 포괄적으로 이행하는 것은 별개라면서, 미국 정부의 ‘포괄적 패키지’는 포괄적인 제시를 의미하는 것이 분명하다고 말했습니다. 6자회담은 핵과 경제, 외교, 안보 등 복잡한 문제들이 얽혀있고, 또 신뢰 구축의 단계가 필요하기 때문에 포괄적인 이행은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것입니다.
 
문) 이명박 대통령의 일괄타결 방안에 대한 미국 정부의 반응은 어떻습니까?

답) 신중한 입장입니다. 국무부의 이언 켈리 대변인은 22일 정례 브리핑에서 이명박 대통령의 일괄타결안에 대한 질문에, 미국과 한국은 북한의 비핵화를 위한 접근에서 공동의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고 전제하면서도 이 대통령의 발언 자체에 대해서는 이 대통령의 정책이고 의견이기 때문에 언급할 것이 없다고 답했습니다. 또 커트 캠벨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는 이 대통령의 연설 직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일괄타결 방안에 대해 솔직히 아는 것이 없다고 답했습니다. 이에 따라 일부에서는 미국과 한국 간에 일괄타결 방안에 대해 사전조율이 이뤄지지 않은 것 아니냐는 관측도 제기되고 있습니다.

문) 한국 정치권에서는 이명박 대통령의 제안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도 있는 것 같은데요?

답) 네. 한국 언론 보도에 따르면 야권에서는 이 대통령이 새로운 제안을 내놓기는 했지만 북한이 먼저 핵을 포기하면 지원한다는 것으로, 취임 초 밝힌 `비핵 개방 3000’과 다를 바가 없다고 비판하고 있습니다. 또 미국과 북한 간에 대화 움직임이 있는 시점에서 오히려 발목을 잡는 발언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습니다. 이에 대해 한국 정부 관계자들은 일괄타결 방안이 한-미 양국 간 논의의 결과물이며, 미국 측에 전달하는 과정에서 오해가 생긴 것이라고 해명했다고 한국 언론들은 전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