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07년 한해 동안 한국에 입국한 탈북자들은 짧은 정착기간에도 불구하고 한국사회에 대해 비교적 긍정적으로 느끼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한국에 정착해 살면서 느낀 삶의 만족도는 남성보다는 여성이, 청장년층보다는 50대 중년층이 더 높은 것으로 조사됐는데요. 서울에서 김은지 기자가 전해드립니다.

한국의 학술연구기관인 한반도평화연구원은 18일 서울대학교에서 ‘2007년 입국 탈북자 남한 생활 연구결과’를 발표하는 토론회를 열었습니다.

통일부와 학술진흥재단의 지원을 받아 지난 해부터 2년에 걸쳐 실시한 이 연구는 지난 2007년 한국에 입국한 탈북자 5백 명을 대상으로 심층면접 조사를 통해 이뤄졌습니다.

조사 결과 ‘한국이 민주적이고 평등한 국가라고 생각하는가’라는 질문에 5점 만점에 3.77점을 기록했습니다. ‘대한민국 국민이라고 생각하는가’라는 질문엔 5점 만점에 3.16점이 나왔습니다.

연구에 참여한 연세대 의대 전우택 교수는 이에 대해 한국에서의 짧은 정착 기간에도 불구하고 이들이 한국 국민으로서 높은 소속감을 느끼고 있는 것으로 평가했습니다.

“조사 결과 2007년에 북한에서 오신 분들은 남한에서 1년 정도 살면서 부정적인 것보다 긍정적인 인식을 더 많이 갖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대한민국 국민’에 대한 의식을 묻는 질문에 대해선 평균 3점을 넘는 3.16점으로, 아직 1년 정도 지나지 않은 것을 감안하면 저희가 보기엔 꽤 높은 수치입니다.”

지난 1년 간 한국사회에서 생활하면서 느낀 만족도를 묻는 질문에는 남성보다는 여성이, 청장년층보다는 50대 중년층이 높게 나타났습니다.

연세대 전우택 교수는 “한국에 오는 탈북자의 80%를 차지하고 있는 여성의 경우 남성보다 더 적극적으로 노력하는 반면, 남성은 한국사회에 대한 이해도가 낮은데다 적응에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파악됐다”고 말했습니다.

전 교수는 이를 위해 “남성들에겐 한국사회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한 교육을 강화하는 한편, 자립 의지가 강한 여성들에게는 생활정보 등을 더 제공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습니다. 

전 교수는 또 “20대는 남한사회에 가장 빠르게 적응하지만 정부 정책에 불만이 많았고, 30-40대는 북한에 두고 온 가족에 대한 죄책감과 남한 내 차별로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파악됐다”며 “반면 50대의 경우 남한 생활의 만족도가 가장 높게 나타났다”고 말했습니다.

전 교수는 특히 20대의 경우 다른 세대에 비해 자립 의지는 강하지만 여건이 뒷받침되지 않아 불만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며 “전체 입국자의 60%를 차지하는 이들을 안정적으로 지원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전 교수는 이와 함께 탈북 동기와 계층, 연령 등이 점차 다양해지고 있는 만큼 이들의 욕구와 특성을 반영한 프로그램을 개발할 것을 주문했습니다

“탈북자들은 하나의 집단이 아닌 다양한 의견을 가진 분들이므로 이들에게 하나의 정책을 적용해선 안 된다는 점을 조사결과 알게 됐습니다. 앞으로 20대에게는 남한사회에서 받을 수 있는 도움과 지원에 접근하는 방식을 집중적으로 교육하고 50대 이상은 남한사회의 언어와 문화에 대한 이해를 가르치는 등 다양화시켜야 합니다.”

탈북자의 취업 상태와 관련해선 응답자의 7.4%가 직업이 없는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취업을 했더라도 정규직 비율은 16%로, 남한 일반 국민의 3분의 1에 불과한 반면, 일용직 근로자 비율은 남한 일반 국민의 3배로 나타나 고용 상태가 매우 불안정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응답자의 월평균 소득은 1백만원으로, 1백50만원 미만이 27%, 1백만원 미만은 17%로 나타났습니다. ‘소득이 없다’고 답한 이들도 전체의 42%나 됐습니다.

직종별로는 식당 등 서비스업이 34%로 가장 많았고 제조업, 단순노무 순이었으며, 사무직이나 전문직 종사자는 10%에 불과했습니다.

토론자로 나온 나영돈 노동부 고용정책과 과장은 “탈북자 고용현황을 보면 사무직이나 자영업이 상당히 적고 일용직과 생산직이 높게 나타나는 게 특징”이라며 “이들의 안정적인 취업을 위해 정부 차원에서도 작업훈련 강화 등 대책을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