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정부 산하기관인 한국농어촌공사가 북한의 만성적인 식량난 해결을 위해 농업 기반시설을 지원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남북 교류가 활성화될 경우 북한에 대규모 관개시설을 짓고 관련 기술을 전수한다는 방침인데요. 서울에서 김은지 기자가 전해드립니다.

한국 정부산하 기관인 한국농어촌공사는 17일 북한에 농업 기반시설을 지원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라고 밝혔습니다.

한국농어촌공사 관계자는 “단순히 쌀이나 물자를 보내는 차원이 아니라 북한에 관개시설이나 배수시설 등 농업생산에 필요한 시설을 설치하는 방안을 추진 중에 있다”고 말했습니다.

“댐이라든지 저수지라든지 양수장, 농지 정비 하는 것 등을 농업 기반시설이라고 합니다. 물을 공급할 수 있게끔 시설을 구축하는 건데, 북한의 농업 기반시설의 경우 물이 제때 공급이 안되다 보니깐 이 시설들을 제정비하거나 교체하거나 이런 필요성이 있습니다. 남북 간 교류가 활성화 됐을 때를 우리 공사가 준비를 하고 있다 이렇게 보시면 됩니다.” 

한국 농림수산식품부 산하 투자기관인 한국농어촌공사는 통일 이후 남북한 농업 협력에 대비하자는 차원에서 지난 93년부터 북한 농업 관련 연구를 진행해왔습니다. 

앞서 홍문표 한국농어촌공사 사장은 지난 15일 취임 1주년 기자간담회에서 “앞으로는 북한주민들에게 고기를 잡는 방법을 가르쳐야 한다”며 “이를 위해 북한에 농업 기반시설을 지원하는 방안을 내부적으로 준비 중에 있고 조만간 정부와도 협의할 예정”이라고 밝힌 바 있습니다.

홍 사장은 그러면서 “한국의 축적된 기술을 바탕으로 북한에 농업 기반 시설을 지원함으로써 북한의 식량난 해결에 근본적인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한국농어촌공사는 사업이 추진될 경우 기술진을 파견해 실태조사를 벌인 뒤 관개시설을 설계하고 공사를 진행할 예정입니다. 이와 함께 북측에 관련 기술을 전수하는 한편 공사 과정에서 북한 인력을 활용하는 방안도 검토 중입니다. 한국농어촌공사는 사업을 추진하는 데 약 15조원의 예산이 들 것으로 추정하고, 앞으로 한국 정부와 협의를 거쳐 추진한다는 방침입니다.

또 다른 관계자는 “남북한 당국의 협조 없이는 불가능하므로, 남북 간 교류가 정상화되면 추진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며 “장기적으로 북한에 기반시설을 만들게 되면 홍수 피해를 줄일 수 있고, 농업 생산성도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한국 내 민간 지원단체들은 북한의 관개시설이 낡아 비가 많이 올 경우 농경지가 물에 잠기는 등 농업 생산에 차질을 빚어 식량난을 가중시키는 요인이 되고 있다고 지적합니다.

월드 비전 관계자는 “북한에 배수시설 등이 갖춰질 경우 식량난 해결에 직접적인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상하수도가 50년대 이후로 개보수가 되지 않아 농사지역에 가면 먹는 물은 물론이고, 농업용수가 제대로 확보가 안되고 있습니다. 가장 문제가 되는 게 지하수 개발과 간척지 문제, 물 끌어오는 작업인데, 사실 농사가 물이 기본인데 그게 턱없이 부족하죠. 그렇게 인프라가 구성된다면 굉장히 도움이 되겠죠.”

북한 농업전문가인 이용범 서울시립대 교수는 “북한은 이미 2000년부터 자체인력을 동원하거나 스위스와 독일 등 유럽연합 국가들로부터 도움을 받아 농업 기반시설 구축 작업에 나선 상황”이라고 말했습니다.
 
지난 8월 초 북한을 다녀 온 이 교수는 “비료와 농약 등 농자재 공급과 더불어 가장 시급한 문제는 하천 준설공사”라며 “이 문제가 풀리지 않으면 북한의 먹는 문제는 해결되지 않을 것”으로 우려했습니다.

“하천 준설이 안된 상태에선 토사가 많이 쌓여있으니깐 비가 조금만 와도 범람하는 거죠. 그렇게 되면 벼 논 자체가 침수가 되니깐 농작물 생산이 줄게 되죠. 하천 준설이 시급히 필요하고 물 공급하는 펌프도 필요합니다.”

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 강영식 총장은 “북한이 자체적으로 관개시설 정비에 나서고 있지만 여전히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라며 “농업 기반시설 지원은 전임 노무현 정부 때부터 남북이 논의해왔던 것으로, 한국 정부의 의지가 중요하다”고 말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