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정부가 북한과의 양자회담을 결정한 데 대해 미국 내 보수 언론들이 강하게 비판하고 있습니다. 북한이 먼저 6자회담에 복귀해야 한다는 조건을 포기한 것은, 6자회담 재개와 북한의 비핵화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주장입니다. 김근삼 기자가 미국 보수 언론들의 반응을 전해드립니다.

미국의 대표적 보수 일간지인 ‘월스트리트저널’은 15일자 아시아판에 ‘김정일이 또 한 번 승리했다’는 제목의 사설을 싣고, 오바마 행정부의 대북정책을 비판했습니다.

신문은 오바마 행정부가 6자회담 재개를 위해 양자회담을 갖기로 한 것은 스스로의 외교를 훼손한 것이라면서, 국무부가 주장하던 ‘현명한 힘’이 바로 이런 것이냐고 반문했습니다.

신문은 특히 국무부가 최근 6자회담 재개에 도움이 된다면 북한과 양자회담을 갖지 않을 이유가 없다며 입장을 바꿨지만, 미-북 양자회담은 오히려 6자회담에 사망선고를 내릴 것이 거의 확실하다고 주장했습니다.

신문은 또 북한과의 양자회담이 한국, 일본 등 지역 동맹국들과의 연합전선을 심각하게 훼손하고, 당사국들의 분열로 북한을 이롭게 하며, 김정일의 내부 지배력 강화와 권력 세습에도 도움이 된다면서, 양자회담을 반대했습니다.

워싱턴의 보수적 일간지인 ‘워싱턴 타임스’도 15일자 기고란에 오바마 행정부의 최근 외교행보를 비판하는 글을 실었습니다.

이 신문은 오바가 행정부가 미국의 전통인 강력한 외교 대신에, 향후 대화를 통한 이익을 위해 굴욕마저 감수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면서, 이란, 러시아 문제와 함께 북한과의 양자대화를 예로 들었습니다.

신문은 북한이 우라늄 농축 실험에 성공했다고 선언하자 국무부는 북한과 양자회담을 할 수 있다고 발표했다며, 오바마 행정부의 이런 낮은 자세 외교가 오늘날 국제사회에서 통할지는 지켜볼 일이라고 의문을 제기했습니다.

보수 성향의 주간지 ‘위클리 스탠더드’도 15일 웹사이트에 실린 기고문에서 오바마 행정부의 대북정책을 비판했습니다.

이 신문은 외교에서 포용정책은 군사력이나 경제 제재 같은 영향력과 결합됐을 때 결실을 맺을 수 있다면서, 하지만 오바마 행정부는 문제 국가들에 대해 영향력을 확대하기 보다는 오히려 급하게 협상에 나서는 것 같다고 주장했습니다.

신문은 오바마 행정부가 지난 몇 달 간 전임 부시 행정부의 전철을 밟지 않겠다고 공언했음에도 불구하고 결국 부시 행정부 때의 각본으로 돌아간 것 같다면서, 보즈워스 대북 특사가 평양으로 향하는 마당에 북한의 확산을 저지하기 위한 강력한 조치를 기대하기는 힘들게 됐다고 지적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