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은 어제 (10일) 올해 개성공단 북측 근로자의 임금 인상률을 예년 수준인 5%로 하자고 한국 측에 제시했습니다. 북한 측의 이 같은 제안은 지난 6월 남북관계 경색 국면에서 일방적으로 요구했던 월급 3백 달러로의 인상안을 사실상 철회한 것으로 풀이돼 북측의 의도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습니다. 서울에서 김환용 기자의 보도입니다.

한국 정부는 북한이 10일, 내년 7월 말까지 적용될 올해 개성공단 북측 근로자 임금 인상률을 예년과 같은 수준에서 합의하자고 한국 측에 제의해왔다고 11일 밝혔습니다. 이종주 통일부 부대변인입니다.

“어제 북한의 중앙특구개발지도총국은 개성공단 북측 근로자의 금년도 월 최저임금 인상률을 종전과 같은 5%로 하자는 합의서안을 우리 측 개성공단관리위원회에 제시해 왔습니다.”

이는 북한이 남북관계가 경색돼 있던 지난 6월 개성공단 실무회담에서 요구했던 월급 3백 달러로의 인상 요구를 사실상 철회한 것으로 풀이됩니다.

당시 북한이 요구했던 월급 3백 달러는 종전의 4배 수준에 이르는 것으로, 한국 정부는 이를 거부한 바 있습니다.

이종주 부대변인은 “이번 북측 안에 따르면 개성공단 북측 근로자의 최저 임금은 현재의 55.125 달러에서 57.881 달러로 올라가게 된다”며 이 방안이 확정될 경우 “인상된 임금은 올해 8월1일부터 내년 7월31일까지 적용될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이 부대변인은 또 “북측 총국은 이 안에 대해 조속히 합의서를 체결하자는 입장을 전달해왔다”며 “이에 따라 한국 측 개성공단관리위원회는 입주기업들과의 협의를 거쳐서 빠른 시일 안에 북측과 합의서를 체결할 예정”이라고 말했습니다.

북측은 하지만 이 제안이 3백 달러 요구를 철회한 것인지 등에 대한 한국 측의 문의에 대해 ‘일단 현재 방안대로 조정하자’고만 답변했습니다.

북측은 또 지난 6월 함께 제시했던 토지임대료 5억 달러 인상 요구안에 대해선 언급하지 않았습니다.

이 때문에 이 부대변인은 지난 6월의 요구안을 북측이 완전히 접은 것으로 단정하긴 어렵다고 말했습니다.

이와 관련해 한국 내 북한 전문가들 사이에선 북측의 이번 제안이 임금 300달러 요구안을 사실상 철회한 것이라는 분석이 많습니다.

북한은 한국 정부가 6.15 남북 공동선언을 존중하지 않는 데 대해 6.15 정신에 따른 혜택을 거두겠다는 논리로 일방적으로 제시했던 요구들을 최근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의 방북과 고 김대중 전 대통령 북한 조문단의 청와대 예방 등 유화 움직임의 연장선상에서 철회하고 이번에 수정 제안한 것이라는 관측입니다.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임을출 교수입니다.

“지난 번에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현정은 회장을 만나서 개성공단 정상화를 언급했고, 또 그 연장선상에서 단계적인 조치들이 이뤄지고 있는 거죠.”

하지만 최근 북한의 임진강 황강댐 방류로 인한 한국 민간인 인명 피해 사태로 남북관계가 매우 유동적인 상황에 놓이면서 경우에 따라선 북측이 개성공단과 관련한 당초 요구안들을 또 다시 꺼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습니다.

민간단체인 기은경제연구소 조봉현 박사는 “북한이 개성공단 활성화를 위한 근로자 숙소 건설, 3통 문제 등 현안 협의를 위한 남북 당국간 회담을 제의할 가능성이 있다”면서도 임진강 사태에 대한 북측의 추가 반응이 개성공단 협의에도 변수가 될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북한이 회담 제의를 해올 걸로 판단이 되구요, 그래서 그 회담 과정에서 임진강 부분은 이야기를 하고 아마 넘어가는 정도가 되지 않을까, 그런데 북한이 우리 정부가 요구하듯이 공식적으로 사과하고 해명하고 이렇게는 북한이 쉽게 응하진 않을 것 같습니다.”

한편 개성공단 입주 기업들은 북측의 이번 제안을 다행스럽다며 환영했습니다.

개성공단기업협회 이임동 국장은 “북한의 3백 달러 임금 요구안 자체가 너무 무리한 것이었다”고 이번 제의를 반기면서, “북측의 이번 인상안에 대해 업체들이 적정성 여부를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개성공단 입주 기업들은 임진강 사태가 개성공단 정상화에 미칠 영향을 불안해하면서 이 문제가 개성공단과 별개로 원만하게 처리되길 바라고 있습니다. 개성공단기업협회 이임동 국장입니다.

“임진강 댐은 물론 안타깝지만 그 문제를 갖고 개성공단에 영향을 받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어쨌든 간에 개성공단과 임진강 댐을 연결시키면 서로에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입주기업들 사이에선 북측의 이번 5% 인상안이 지난 2003년 남북 합의로 마련된 북한법인 ‘개성공업지구 로동 규정’에 따른 최대 인상치이지만 남북 간 신뢰 회복 차원에서 이번 제의를 받아들이자는 의견이 나오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