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정부는 북한의 황강댐 무단 방류에 따른 인명 피해 사태와 관련해 국제법 위반 여부를 검토한 뒤 그 결과를 이르면 내일(11일) 발표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이와 함께 이번 사태에 대한 남북 당국간 대화에 북측의 사과가 전제조건은 아니라고 밝혀 사과 전이라도 당국간 대화가 이뤄질 가능성을 열어뒀습니다. 서울에서 김환용 기자가 보도합니다.

한국 정부는 북한의 황강댐 무단 방류에 따른 인명 피해에 대한 대응 조치로 이번 사태가 국제법에 위배되는지 여부를 검토한 뒤 이르면 11일 그 결과와 이후 조치를 발표할 예정입니다.

문태영 외교통상부 대변인은 10일 정례 기자설명회 자리에서 이 같은 정부 입장을 밝혔습니다.

“이번 무단 방류가 국제법, 특히 국제관습법에 위배되는지 여부 등에 대해서 면밀히 검토 중에 있습니다. 현재 관계부처와 협의 중에 있으므로 관계부처 협의가 끝나는 대로 조만간 결과를 알려드리게 될 것으로 보입니다. 빠르면 내일 중에 결과가 나올 거 같습니다.”

한국 정부는 이와 관련해 지난 1997년 제정된 유엔의 ‘국제수로의 비항행적 이용에 관한 협약’의 위배 여부를 중점적으로 검토했지만 협약이 가입국 수 부족으로 발효가 안 된데다 남북한이 모두 가입하지 않은 상태여서 이를 직접 적용하긴 어려운 것으로 판단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 협약이 국제사회의 관습법을 성문화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는 점에서 북한의 행위가 관습법을 위반한 것으로 보고 관계부처 간 협의를 진행 중입니다.

한국 정부와 국제법 전문가들은 모든 국가는 국제하천을 이용할 때 다른 국가에 피해를 주지 않도록 적절한 조치를 취할 의무가 있다는 것이 국제재판소의 일관된 판례로, 국제관습법으로 성립된 내용이라고 강조하고 있습니다.

북한이 이번 사태에 책임을 진다면 그 방법은 사과나 재발 방지, 가해자 처벌, 진상 해명, 손해배상 등을 들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를 위해선 국제기구나 국제재판소 등 제 3자를 통한 분쟁해결 방법 등을 생각해 볼 수 있지만 국제사법재판소 제소의 경우 당사자인 남북한이 합의해야 하는 등 실현하기 어려운 절차들이 있어 상징적인 압박이 될 가능성이 큽니다.

[이종주 통일부 부대변인] “실효적으로 법원을 통해서 어떤 판결을 끌어내서 그걸로 북한 당국으로 하여금 실질적으로 배상금을 지불하게 한다든지 하는 게 쉽지는 않겠죠.”

한국 정부는 또 이번 사태와 관련한 남북 당국간 협의를 북측의 사과를 전제조건으로 삼고 있지 않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천해성 통일부 대변인]

“이러한 사태가 재발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는 분명히 남북 간 당국간의 협의가 필요하다고 생각을 합니다. 따라서 당국간의 협의, 회담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저희도 분명히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지금 사과가 있어야만 사과를 조건으로 이런 식으로 저희가 검토하는 것은 아닙니다.”

천 대변인은 이에 따라 한편으론 북측의 사과를 지속적으로 요구하며 북측 태도를 지켜보겠지만 사과를 받기 전이라도 북측에 대화를 제의할 가능성은 배제하지 않는다는 게 정부 입장이라고 말했습니다.

한국 정부가 북측의 공식 사과와 충분한 추가 설명을 요구한 지 이틀이 지났지만 북측으로부터 이렇다 할 반응이 아직 나오지 않고 있는 가운데 북한 관측통들은 북한의 과거 행동으로 미뤄 볼 때 북측이 공식적으로 사과할 가능성이 크지 않은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민간단체인 기은경제연구소 조봉현 박사는 “북한이 공식 사과할 경우 이번 사태의 전적인 책임을 스스로 인정한 꼴이 되기 때문에 선뜻 사과하긴 어려울 것”이라며 “다만 최근 북한이 한국에 대해 화해 제스처를 취해 온 시점에서 이번 사태가 화해 분위기를 깨뜨릴지 모른다는 우려 속에 유감 정도는 표명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와 함께 조 박사는 북한이 이번 사태와 함께 남북 간 다른 현안들을 논의하는 포괄적인 고위급 회담을 제안할 수도 있다고 예상했습니다.

“북한이 원래 이번 사태 이전에 관광 문제 개성공단 문제와 관련해 고위급 회담을 원하는 부분이 있었기 때문에 아마 회담 제의를 통해서 유감 정도 표명하면서 남북관계 현안 문제를 전반적으로 논의하려는 그런 측면도 예상해 볼 수 있겠습니다.”

한편 한국수자원공사는 10일 이번 사태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한 책임을 물어 해당 유역의 경보시설 관리를 맡고 있는 임진강 건설단장 등 관계자 5명 전원을 직위 해제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