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을 제외한 6자회담 참가국들 사이에 미국과 북한이 6자회담 이전에 양자대화를 갖는 데 대한 양해가 이뤄졌다고 한국 정부 고위 당국자가 밝혔습니다. 이 당국자는 스티븐 보즈워스 대북 특사가 머잖아 북한을 방문할 가능성이 있음을 내비쳤습니다. 서울에서 김은지 기자가 전해드립니다.

한국 정부 고위 당국자는 9일 "북 핵 6자회담 이전에라도 6자회담을 촉진하는 것을 목표로 미-북 양자대화가 열리는 데 대해 북한을 제외한 5개국 간에 양해가 이뤄져 있다"고 밝혔습니다.

이 당국자는 "스티븐 보즈워스 미국 대북 특사와 관련국들 간에 앞으로 있을 수 있는 미-북 대화에 대한 의견 교환이 있었다"며 이같이 밝히고, "보즈워스 특사의 방북 여부에 대해 결정된 것은 없지만 몇 주 안에 어떤 결정이 있을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 당국자는 그러나 "미-북 간 대화가 이뤄지더라도 이는 6자회담 촉진을 위한 대화일 뿐이며 양자대화에서는 북한과 거래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한국 정부 당국자의 이 같은 발언은 '북한이 6자회담 복귀 의지를 보여야 미-북 대화가 가능하다'고 밝혀 온 미국 정부의 지금까지 입장과는 다른 것이어서 주목됩니다.

이와 관련해 보즈워스 특사는 지난 8일 한국과 일본 등 아시아 순방을 마치면서 "북한이 원하는 양자대화를 할 용의가 있다"며 북한 방문 여부에 대해 몇 주 동안 검토 작업이 이뤄질 것이라고 말한 바 있습니다.

미-북 간 양자대화와 관련한 이 같은 기류 변화는 현재의 교착상태를 풀고 북한을 6자회담 장으로 끌어내려면 제재와 동시에 대화의 숨통을 터주는 게 보다 현실적이라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풀이됩니다.

한국 정부 산하 연구기관인 통일연구원 박형중 선임연구원은 "미-북 대화 조건을 다소 완화함으로써 북한의 체면을 살려주고 궁극적으로 6자회담에 복귀시키기 위한 의도"라며 "북한의 의중을 떠보려는 것일 수도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일단 북한의 생각이 어떤 건지를 탐문하려고 하는 게 기본목적인 것 같습니다. 그동안 미국이 '6자회담을 참가하는 거를 천명해야지 양자회담이 된다' 라고 하는 조건을 걸었는데 만약에 북한이 '6자회담 하겠으니까 양자회담 해달라' 는 식의 모양새가 전개 되면 북한으로서는 항복하는 모양새이기 때문에 조금 어려울 것 같으니까 조건을 약간 완화함으로써 북한을 6자회담으로 끌어 내는 데 궁극적인 목표가 있는 것 같습니다."

이에 대해 북 핵 현안에 정통한 고위 당국자는 '미국의 소리' 방송과의 통화에서 "미-북 양자대화는 전적으로 북한의 행보에 달려있다"며 "미국 정부의 입장이 근본적으로 달라진 것은 아니"라고 말했습니다.

미국 정부가 입장을 바꿨다기 보다는 북한을 6자회담에 복귀시키기 위한 5개국들의 공조 노력으로 봐야 한다는 설명입니다.

이 당국자는 미-북 양자대화의 조건에 대해 "북한이 비핵화에 대해 전향적인 조치를 취하거나 앞으로 나쁜 행동을 보이지 않는다면 대화 분위기가 조성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이 당국자는 보즈워스 특사 방북 여부와 관련해 "이번 아시아 순방기간 동안 관련국들과 벌인 논의와 앞으로 북한의 행보를 종합적으로 고려해 판단할 것으로 보인다"며 "서두르거나 시간을 정하진 않았다"고 말했습니다.

한국 정부는 6자회담을 전제로 한 미-북 대화가 시작되더라도 북한이 비핵화에 대한 명확한 입장을 밝히기 전까지 대북 제재 기조는 변함없이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외교통상부 관계자는 "대화가 이뤄지더라도 제재는 계속 해나가겠다는 입장엔 변함없다"며 "북 핵 협상에서 일단 대화 국면이 조성되면 제재가 자취를 감춰버리는 그간의 관행을 되풀이하지 않겠다는 게 미-한 양국의 공통된 입장"이라고 말했습니다.

외교통상부 장관을 지낸 윤영관 서울대 교수도 "미-북 대화의 진전 여부는 결국 북한이 핵 문제에 대해 얼마만큼 성의를 보이느냐에 달려있다"고 말했습니다.

 "가장 관건은 핵심적인 이슈는 표면적인 유화 제스처보다 과연 북한이 핵 문제에 관해서 얼마만큼 전향적인 태도를 취하느냐, 이게 핵심이므로 북한이 이 문제에 대해서 좀 더 적극적인 협조, 협력 의지를 표명을 할 경우 대화가 열릴 가능성은 있다고 봅니다."

외교통상부 관계자는 보즈워스 특사와 성 김 6자회담 미국 측 수석대표의 아시아 순방 결과에 대해, "현재 미국이 주도하고 있는 '대화와 제재'의 병행 전략에 대한 5개국 간 합의가 이뤄진 셈"이라며 "북한 비핵화를 이루기 위한 관련국 간의 공통된 의지를 보여준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서울에서 미국의 소리 김은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