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내에서 북한에 대한 식량 지원을 재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잇따르고 있는 가운데, 한국 정부의 대북 쌀 지원을 의무화 하는 내용의 법안이 오늘 (9일) 한국 국회에서 발의됐습니다. 자세한 소식 서울에서 김은지 기자가 전해드립니다.

한국의 야당 소속 의원 33 명이 8일 한국 정부의 대북 쌀 지원을 명문화하는 내용을 담은 ‘대북 쌀 지원 특별법안’을 발의했습니다.  

법안을 대표 발의한 강기갑 민주노동당 대표는 “대북 쌀 지원이 정치논리에 휩쓸리는 경우가 많아 명문화를 통해 안정적인 대북 식량 지원을 하자는 취지에서 발의하게 됐다”고 설명했습니다.

“대북 쌀 지원은 항상 한국 정부가 검토를 해야 될 사안인데, 아예 정권에 따라서 검토 조차도 하지 않는 상황들을 해소하기 위해서 매년 수급 상황을 검토하고, 지원 계획들을 수립하도록 하기 위한 법안인데요. 북한의 식량난 해결과 남한의 쌀값 안정에 기여를 하기 위해 법안을 발의하게 되었습니다.”

법안은 한국 정부가 북한에 대한 쌀 지원 정책을 마련해 시행하는 것을 국가의 책무로 규정했습니다. 또 한국의 통일부 장관이 남북협력기금을 이용해 오는 2020년까지 대북 쌀 지원에 관한 기본계획과 연도별 계획을 세우도록 했습니다.

이와 함께 북한에 보내는 쌀은 정부관리 양곡으로 조달하되, 물량은 남북한의 쌀 수급계획을 고려해 정하도록 했습니다. 또 쌀 지원과 관련된 세부계획은 남북교류협력법에 따라 ‘남북교류협력추진협의회’ 심의 의결을 거쳐 결정하도록 했습니다.

특히 지원 방법이나 절차, 기준 등은 대통령령으로 정하도록 해 한국 정부가 쌀을 지원한 뒤 실제 북한주민에게 전달됐는지를 확인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법안에는 강기갑 대표를 비롯해 민주당 박지원, 문학진 의원과 민노당 권영길 의원 등이 참여했습니다.

강 대표는 “대북 쌀 지원이 법제화된다면 북한의 만성적인 식량난 해결은 물론 통일 이후 남북한 식량 수급 문제에 대비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들쭉날쭉한 대북 식량 지원이 아니고 남북 간 쌀 수급 상황을 고려해서 합리적으로 대북 쌀 지원 정책을 마련하고 남과 북의 화해와 협력을 증진시키고, 통일 이후 한반도의 식량 수급 문제를 미리 대비하기 위해선 지금부터 쌀 수급 계획을 세워야 한다, 하는 차원에서 이렇게 한 것이죠.”

현재 한국 내 쌀 재고량은 국내 쌀 소비량 감소와 대북 식량 지원 중단 등으로 지난 해 같은 기간보다 15% 가량 늘어났습니다. 여기에다 올 가을 수확량까지 더해질 경우 쌀 값이 더 떨어질 것이란 전망이 나오면서 한국 농민단체를 중심으로 대북 식량 지원을 조속히 재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거세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북한의 경우 핵실험에 따른 대북 제재 움직임으로 국제사회의 식량지원이 급감한 가운데 올해 말까지 식량 원조가 이뤄지지 않으면 수 백 만 명이 위험에 처할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습니다.

세계식량계획, WFP은 최근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이 펴낸 학술지에 실은 기고문을 통해 “북한주민의 식량난이 가중되면서 전체 북한 여성과 5살 미만 아이들의 3분의 1이 영양실조와 빈혈에 시달리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WFP는 또 “북한주민이 기본적인 식량을 공급받으려면 올해 180만 t 가량의 식량을 수입하거나 원조를 받아야 한다”며 “특히 화학비료 부족으로 수확량도 좋지 않을 것으로 예상돼 식량난이 내년에도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우려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