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이완 정부가 17년 만에 처음으로 올해 유엔에 가입을 신청하는 것을 포기한다고 밝혔습니다. 중국과의 관계 개선을 도모하는 외교정책이 크게 영향을 미쳤기 때문으로 분석됩니다. 서지현 기자와 함께 이 같은 발표의 배경과 앞으로의 전망 등을 짚어봅니다.

문) 서지현 기자.(네) 먼저 타이완 외교부의 발표 내용부터 전해주시죠.

답) 네, 타이완 외교부는 지난 4일 유엔에 올해는 가입 신청을 하지 않겠다고 발표했습니다. 제임스 장 외교부 대변인은 이번 발표는 전반적인 상황을 고려한 것이라고 말했는데요. 해마다 유엔에 가입하기 위해 우방국들을 동원해 온 타이완이 가입 신청을 포기하는 것은 17년 만에 처음입니다.

문) 17년 만에 처음이라면 지난 16년 동안 유엔 가입을 원했지만 성사되지 않았다는 것인데요. 그 이유는 무엇입니까.

답) 중국이 반대했기 때문입니다. 중국은 유엔 상임이사국 중 하나인데요. 유엔에서의 영향력이 막강한 중국의 반대로 타이완의 회원국 가입은 번번이 좌절을 겪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중국은 ‘하나의 중국’ 원칙에 따라 타이완을 국가가 아닌 중국 치하의 한 개의 ‘성(省)’으로 여기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지난 1971년 중국이 유엔에 가입하면서 타이완은 유엔총회에서 회원 자격을 박탈 당했었습니다.

문) 하지만 지난 해 마잉주 총통이 타이완의 정권을 잡은 뒤 중국과 타이완과의 관계는 급속히 가까워지지 않았습니까?

답) 네, 지난 해 5월 취임한 마잉주 총통은 천수이벤 전 총통의 자주 노선을 폐기하고 중국 본토와의 협력을 강화하는 정책을 강력히 추진해왔습니다. 천 총통은 ‘타이완’을 국호로 유엔 가입을 추진해왔으나, 그 때마다 중국 측은 공식 논평 등을 통해 ‘타이완은 중국의 일부로, 주권국가에만 있는 유엔 가입 자격이 없다’며 맹렬히 비난했습니다.

문) 마잉주 총통 취임 이후 타이완의 유엔 가입에 대한 중국의 입장에 변화가 있습니까.

답) 중국 정부는 마잉주 총통 집권 이후 여러 가지 우대정책을 펴는 일환으로 타이완의 국제기구 회의 참석을 측면 지원했습니다. 물론 중국은 타이완이 ‘하나의 중국’이라는 중국의 정책을 따를 경우에만 타이완의 유엔 가입을 재고해 보겠다는 입장입니다.

지난 5월에는 중국의 동의로 타이완이 세계보건기구, WHO 총회에 옵서버, 즉 참관국 자격으로 참가하는 등 조금씩 변화가 눈에 띄었습니다. 타이완은 지난 4월 WHO 측에 ‘중국 타이베이’라는 명칭으로 총회 참석을 신청했었습니다.

문) 그렇다면 앞으로 타이완이 유엔총회 가입을 영영 포기할 수도 있을까요?

답) 타이완 연합보의 지난 달 보도 내용에 따르면 타이완 당국은 유엔총회 가입보다는 유엔 산하기구 가입을 추진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습니다. 타이완이 가입을 추진 중인 기구는 세계기상기구, WMO와 식량농업기구, FAO, 국제해사기구, IMO 등입니다.

현재 타이완을 개별 국가로 공식 인정하고 있는 나라는 23개국에 불과한데요, WHO 총회 참석 때와 마찬가지로 타이완이 ‘타이완’이라는 국호를 포기하고 ‘중국 타이베이’라는 명칭을 써 중국의 지원을 받지 않는 한 산하기구 정식 가입은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문) 그런데, 올해 유엔 가입 신청을 포기하겠다는 타이완 정부의 발표 시점도 관심사라지요?

답) 네, 타이완 외교부가 이 같은 방침을 발표한 지난 4일, 티베트의 정신적 지도자 달라이 라마가 태풍 피해자들을 위로하기 위해 타이완을 방문하고 떠났었습니다. 달라이 라마는 지난 1997년 리덩후이 총통 재임 시와 2001년 천수이벤 총통 재임 시 타이완을 방문한 바 있지만 마잉주 총통 재임 이후 방문은 이번이 처음이었습니다.

중국 정부는 달라이 라마의 입국을 허용하는 나라에 대해 강경 대응한다는 원칙을 세워두고 있습니다. 티베트의 독립을 이끌고 있는 달라이 라마를 눈에 가시처럼 여기는 중국 정부는 타이완 정부의 달라이 라마 방문 승인에 항의해 양안 간 교류 행사를 취소하거나 연기했었는데요. 타이완의 첸슈롱 국민당 대변인은 중국 측의 잇따른 교류 방문 취소가 달라이 라마의 방문 때문인지는 확실하지 않지만 국민당은 달라이 라마의 방문에 대한 역효과를 방지하기 위해 중국 측과의 대화를 강화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달라이 라마가 타이완을 떠난 날, 타이완 정부가 유엔 가입을 포기하겠다고 발표한 것은 더 이상 중국 정부의 심기를 거스르지 않으려는 외교전술의 일환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