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에서 지난달 초 풀려난 미국인 여기자들이 소속사인 자신들의 억류 경위를 처음으로 밝혔습니다. 이들은 소속사인 `커런트 TV’ 웹사이트에 올린 글에서, 체포 당시 중국 영토에서 북한 군 병사들에게 강제로 끌려갔다고 말했습니다. 조은정 기자가 전해드립니다.

북한 군 병사들은 지난 3월17일 북-중 국경지역에서 한국계 유나 리와 중국계 로라 링 기자를 체포할 당시, 중국 영토로 넘어와 강제로 끌고 갔다고 두 기자가 주장했습니다.

북한에 억류됐다 1백40일 만인 지난 달 5일 풀려난 두 기자는 1일 소속사인 `커런트 TV’ 웹사이트에 게재한 장문의 글에서 체포 경위와 취재 내용 등에 대해 비교적 자세히 밝혔습니다.

앞서 이들은 미국에 도착한 지 일주일 뒤 1분50초짜리 짧은 동영상을 통해, 자신들의 석방에 도움을 준 사람들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한 바 있습니다.

유나 리 기자는 당시 이 동영상에서 북한에 억류돼 있을 당시 받았던 편지와 엽서들이 어려운 시기를 이겨낼 수 있는 힘을 주었다고 말했지만, 북한에서의 경험을 얘기할 준비는 되지 않았다고 밝혔었습니다.

이후 보름 여의 기간이 지난 1일 ‘커런트 TV’ 인터넷 웹사이트에 올린 글에서 두 여기자는 북한 국경을 잠시 넘어갔다가 다시 중국 쪽으로 나왔으나 뒤쫓아온 2 명의 북한 군 병사들에게 강제로 끌려간 정황을 설명했습니다.

당시 조선족 안내인이 두만강을 앞장서서 걸으며 따라오라고 손짓 했을 때 두 여기자는 남성 프로듀서와 함께 그를 따라 결국 북한 영토에 속한 강둑까지 도달했다고 밝혔습니다. 이내 불안한 마음이 들어 중국 쪽으로 다시 발걸음을 돌렸지만, 강 가운데쯤 왔을 때 외치는 소리에 돌아보니 2 명의 북한 군 병사가 소총을 든 채 쫓아오고 있었다고 여기자들은 설명했습니다.

이때 프로듀서와 조선족 안내인은 잡히지 않고 달아났습니다.

두 여기자는 어떻게든 중국 영토에 남으려고 작은 나무, 풀과 땅바닥 등 잡을 수 있는 것에는 무엇이든 매달리고 버텼지만 군인들을 당해낼 수 없었다고 회고했습니다. 두 기자는 북한 땅에 있었던 시간이 1분을 넘지 않았지만, 매우 후회되는 1분이라며, 지금도 당시 자신들이 조선족 안내인의 함정에 빠졌는지 여부에 대해 확신이 서지 않는다고 말했습니다.

여기자들은 돌이켜 생각해 보면 당시 안내인이 미심쩍다며, 마지막 순간에 출발 장소를 바꾸고 중국 공안의 외투를 입는 등 이상한 행동을 했다고 지적했습니다. 이들은 그러나 안내인을 따라가기로 한 것은 전적으로 자신들의 결정이며, 지금까지도 북한 억류 당시의 어두운 기억들로 이 결정에 대한 대가를 치르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여기자들은 북한에 끌려간 이후 취재원을 보호하기 위해 매우 노력했다고 밝혔습니다. 평양으로 압송되기 전 잠깐 소지품을 접할 수 있었는데, 몰래 취재수첩을 찢어 삼키거나 촬영영상을 훼손했다는 것입니다. 또 평양에서 매일 철저히 심문을 받을 때도 취재원의 신분을 드러내지 않으려 매우 노력했다고 밝혔습니다.

이들은 석방된 이후 중국과 북한 국경지대에서 활동하고 있는 탈북자 지원단체들과 탈북자들이 더욱 큰 제약을 받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며, 자신들의 행동으로 단속이 강화됐다면 유감이라고 밝혔습니다.

두 기자는 자신들의 취재를 도왔던 `두리하나 선교회’의 천기원 목사에 대해서는 섭섭한 마음을 감추지 않았습니다. 천 목사가 자신들의 억류 직후 기자들의 취재에 응하며 두만강을 건너지 말라고 경고했다고 주장했지만, 실상은 천 목사에게 그런 경고를 받은 적이 없다는 것입니다.

두 기자는 자신들의 사건으로 인해 절박한 탈북자들이 겪는 고난에 대한 관심이 줄어들지 않길 바란다고 호소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