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정부는 북한의 2차 핵실험 이후 북한에 대한 교육지원 사업을 취소하고, 양국 군 인사들의 교류 가능성도 배제하고 있다고 데이비드 앨튼 영국 상원의원이 밝혔습니다. 영국 의회의 대표적인 북한통인 앨튼 의원은 지난 2월 평양을 방문해 최태복 최고인민회의 의장과 리종혁 조선아태평화위원회 부위원장을 면담한 뒤, 대북정책 권고사항을 담은 보고서를 발표한 바 있습니다. 김연호 기자가 앨튼 의원을 인터뷰했습니다.

문) 앨튼 의원님, 안녕하십니까. 북한의 장거리 로켓 발사와 2차 핵실험 이후 영국 내 북한에 대한 시각에 어떤 변화가 있는지 궁금합니다.

답) 북한의 장거리 로켓 발사를 계기로 북한과의 관계가 불가피하게 악화됐습니다. 참 불행한 일입니다. 올해 초 북한 문제 해결에 진전을 이룰 수 있는 기회가 있었는데, 북한의 불필요하고도 도발적인 결정 때문에 이 기회가 사라졌습니다.  지난 주 고든 브라운 영국 총리도 북한 인권에 대해 매우 우려하고 있다면서, 대북 개입정책이 옳은 정책이기는 하지만 북한이 계속 핵무기를 추구하고 유엔 안보리의 결정을 무시하고 있는 만큼 영국 정부가 대북 개입정책을 강하게 추진하기는 매우 어렵다고 말했습니다. 저는 영국 정부에 북한과 직접 접촉하기를 계속 권고해왔습니다. 하지만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 영국 정부가 대북 개입정책을 취하기는 매우 어렵습니다.

문) 유럽연합도 지난달 말에 북한 문제에 대한 ‘공동 입장’을 정하면서, 유엔 안보리 결의보다 더 강력한 대북 제재를 채택했습니다. 유럽연합 내 분위기가 상당히 변한 것 같습니다.

답) 북한의 2차 핵실험이 직접적인 원인입니다. 유럽연합이 대북 강경 노선을 채택할 수밖에 없었던 거죠. 비판적이지만 건설적인 대북 개입정책이 이제 막 시작되는 단계에서 이뤄진 일이라 유감스럽습니다. 비판적이지만 건설적인 대북 개입정책은 서방세계가 과거 옛 소련을 상대할 때 채택했던 헬싱키 모델을 근간으로 하고 있는데요, 이 헬싱키 모델은 적절한 과정을 거쳐 모든 당사자들에게 풍성한 결과를 낳았던 방식이었습니다. 북한의 핵실험으로 이런 과정이 뒷걸음질 하기는 했지만, 완전히 끝났다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문) 이런 분위기 변화와 관련해서 영국에서는 구체적으로 어떤 대북 조치들이 나타나고 있습니까?

답) 영국 정부가 시작한 대북 교육지원 사업이 취소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북한 학생들을 영국에 초청해 장학금을 수여하는 사업이 취소단계에 있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북한과의 교육분야 교류사업을 미래에 대한 투자로 생각하고 적극적으로 지지해왔는데, 이 사업이 좌초되고 있어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합니다. 현재로서는 북한이 무력시위를 하는 한 유럽의 어느 나라도 북한에 대해 지원이나 개발 사업에 착수하기 어려운 상황입니다.

문) 북한에 대한 인도주의적 지원 사업 역시 같은 상황입니까?

답) 최근에 영국 외무부로부터 식량을 전쟁 수단으로 써서는 안 된다는 입장을 확인했습니다. 저도 대북 식량 지원이 계속되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하지만 북한의 낙후된 기간시설을 재건하기 위한 개발지원 사업은 안보 문제에 진전이 있기 전까지는 시작되지 못할 겁니다.

문) 지난 2월 평양을 방문한 뒤에 대북정책 권고사항을 담은 보고서를 미국과 영국, 한국 정부에 전달하지 않으셨습니까? 이 보고서에서 영국의 로완 윌리엄스 캔터베리 대주교, 그리고 영국 정부 고위 인사들의 북한 방문과 북한 군 고위층의 영국 육군사관학교 방문을 권고하셨는데, 진전이 있습니까?

답) 고든 브라운 총리는 제게 보낸 서한에서 영국과 북한 군 인사들 간의 어떠한 교류에 대해서도 가능성을 배제했습니다.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는 이뤄질 수 없는 사업이라는 거죠. 저도 그 점을 이해합니다. 지난 2월 제가 평양을 방문했을 때 열렸던 기회의 창이 빠르게 닫혀버린 겁니다.

문) 북한의 로켓 발사와 핵실험에 대한 영국과 유럽연합의 대응방식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답) 영국이나 다른 서방국가들 모두 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고 생각합니다. 비극적인 일이죠. 저는 북한과 다른 나라들 사이에 관계정상화가 이뤄지기를 바랍니다. 모든 사람들이 북한의 변화를 바라고 있습니다. 지난 30년 간 40만 명이 북한의 강제수용소에서 목숨을 잃은 것으로 추정되고 있고, 20만 명이 여전히 강제수용소에 갇혀 있고 30만 명이 북한을 탈출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 숫자들이 북한의 상황을 그대로 말해주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북한이 변해야 한다는 건 분명합니다. 하지만 그런 변화를 이끌 분위기를 만드는 게 쉽지 않습니다.

문) 북한은 최근 들어 미국과 한국에 유화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습니다. 미국인 여기자들과 개성공단의 한국인 근로자를 석방했고, 김대중 전 한국 대통령의 국장에 고위급 조문단을 파견했습니다. 북한의 이런 조치들이 대북 제재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십니까?

답) 북한이 조문단을 보낸 것을 보고 매우 기뻤습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전세계의 위대한 정치 지도자들 가운데 한 분이었습니다. 특히 김 전 대통령의 남북 화해정책은 한국에서 많은 호응을 얻었다고 생각합니다. 북한의 조문단 파견은 분위기가 바뀌고 있음을 알리는 조치로 보이며, 따라서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조문단 파견을 넘어서 더 중대한 조치들이 나와야 합니다.

문) 지난 2월에 평양을 방문해서 북한 고위 인사들을 면담하셨는데요, 당시 경험에 비춰볼 때 최근 북한의 유화적 태도의 배경이 뭐라고 생각하십니까?

답) 북한이 내부적으로 정리가 안된 상태에서 바깥에 신호를 보내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북한 내에서도 정책 담당자들 간에 의견차이가 분명히 있습니다. 예를 들어 군부와 외무성의 입장이 다른데요. 평양을 방문했을 때 만난 북한 측 인사들은 제게 북한 내에서 완전한 의견 일치를 발견하기 어렵다고 털어놨습니다. 변화를 바라는 북한 인사들을 고무시키는 게 우리가 할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문) 지난 2월에 평양을 방문한 뒤에 북한 인사들과 접촉하신 적이 있습니까? 평양을 다시 방문할 계획이 있으신지도 궁금합니다.

답) 지난 2월 이후로는 북한 측과 접촉하지 않았습니다. 평양을 다시 방문할 계획도 현재로서는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