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필립 골드버그 대북 제재 이행 조정관이 19일부터 싱가포르를 시작으로 아시아 지역을 방문하고 있습니다. 골드버그 조정관은 방문 기간 중 북한이 그동안 동남아시아 국가들의 느슨한 규제와 외교적 혜택을 악용해 저질러 온 불법 행위에 대해 집중 논의할 전망입니다. 김연호 기자가 보도합니다.    

미국 정부의 유엔 안보리 대북 제재 이행을 총괄하는 필립 골드버그 조정관이 19일 싱가포르를 시작으로 태국과 한국, 일본을 차례로 방문합니다. 골드버그 조정관은 국무부와 백악관, 국방부 등이 참여하는 정부 합동대표단을 이끌고 화물 검색과 금융 제재에 관한 구체적인 내용들을 아시아 국가들과 협의합니다.  

골드버그 조정관은 특히 이번 방문에서 북한이 동남아에서 저지르고 있는 각종 불법 행위들에 대해 논의할 것으로 전문가들은 전망하고 있습니다.  

조지 부시 전 행정부 시절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자문관으로 북한의 불법 행위 문제를 다뤘던 데이비드 애셔 (David Asher) 박사의 말입니다.  

상당수의 북한 외교. 무역 분야 관리들이 동남아에서 무기와 마약 등을 거래하고 있다는 겁니다. 애셔 박사는 북한 정부가 외교관들에게 부여되는 특권을 악용하거나, 현지에 진출해 있는 북한 무역회사를 현지 기업으로 위장하기도 한다고 말했습니다.

특히 북한의 무기거래는 유엔 안보리 결의 1874호를 정면으로 위반하는 것이기 때문에 집중적인 논의가 뒤따를 전망입니다. 과거 북한 대외보험총국에 근무한 뒤 탈북해 현재 미국북한인권위원회 방문 연구원으로 있는 김광진 씨의 말입니다.

"자동무기, 권총, 소형 잠수함, 미사일 기술 또는 완제품, 부품, 이런 것들 다 가능하겠죠. 북한은 거래처만 있으면 어디든지 팔 준비가 돼 있고..." 

북한 외교관 출신의 한 탈북자에 따르면, 특히 북한군 소속의 무역회사들은 동남아에 기지를 두고 중국산 무기를 아프리카와 중동의 제3국에 파는 이른바 '되거리'를 하고 있습니다.  

익명을 요구한 이 탈북자는 다른 지역에 비해 싱가포르와 태국 등 동남아 국가들은 북한 여권을 소지하고 활동하는데 큰 불편이 없고 회사설립이 쉽기 때문에 북한 무역회사들의 근거지로 많이 활용되고 있다며, 특히 북한과 외교적으로 가까운 나라들의 경우 고위층과 끈이 닿으면 불법 행위에 대한 단속과 적발을 피하기가 쉽다고 말했습니다.  

화물 검색과 관련해 데이비드 애셔 박사는 과거 북한 선박이 동남아 현지의 범죄조직들과 연계해 마약을 운반한 사건이 있었다며, 철저한 검색이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특히 무역 중심지인 싱가포르의 경우 워낙 물동량이 많아 모든 화물을 일일이 검색하기가 불가능하지만, 정보당국과 경찰의 국제 공조 아래 적어도 북한과 관련된 화물을 철저히 검사해야 한다는 겁니다.  

북한 외교관 출신의 탈북자는 건조 기준에 미달하는 북한 선박들이 동남아에서 낮은 운임을 받고 화물운송을 대행하고 있다며, 동남아 국가들이 북한 선박들에 국제기준을 엄격히 적용한다면 북한으로 들어가는 운임 수입에 큰 타격이 있을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대북 금융 제재와 관련해 애셔 박사는 북한이 각종 불법 행위로 벌어들인 돈을 동남아 지역의 금융기관을 통해 세탁하거나 제재를 피해 동남아 지역으로 계좌를 옮길 가능성이 있다며, 국제공조를 통해 감시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