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은 20일 한국의 고 김대중 전 대통령 조문단 명단을 한국 측에 통보했습니다. 명단에는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최측근인 김기남 노동당 비서와 김양건 통일전선부장 등이 포함돼 조문 기간 중 남북 고위 당국자 간 접촉이 이뤄질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습니다. 서울에서 김환용 기자가 보도합니다.

북한은 20일 고 김대중 전 대통령 조문단 명단과 일정 등을 한국 측에 통보했습니다.

북한 조선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는 김대중 평화센터 측에 김기남 노동당 중앙위원회 비서를 단장으로 김양건 통일전선부장, 원동연 아태평화위 실장 등 모두 6명의 조문단 명단을 통보했다고 한국의 통일부와 김대중평화센터가 밝혔습니다.

천해성 통일부 대변인은 "정부는 김대중평화센터 측으로부터 북한이 보내온 조문단 명단과 비행운항 계획서를 제출 받았다"며 정부의 조문단 수용 방침을 밝혔습니다.

"정부는 유가족의 뜻을 존중하고 남북관계 등을 고려하여 북한 조문단의 방문을 수용할 방침입니다."

천 대변인은 또 "북한 조문단은 21일 서해 직항로를 통해 김포공항에 도착하며, 22일 평양으로 돌아갈 예정"이라며 "앞으로 구성될 장의위원회가 유가족 측과 협의해 조문단 방문에 필요한 사항을 준비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북한 조문단의 면면으로 미뤄 이번 조문단의 한국 방문으로 그동안 끊어졌던 남북 고위 당국자 간 접촉이 이뤄질지가 관심의 초점이 되고 있습니다.

관측통들은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최측근인 김기남 비서와 대남정책을 총괄하는 김양건 통전부장이 명단에 포함됐고 체류기간도 1박2일이라는 점에 주목하고 있습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선 사실상 '특사 조문단'이 아니냐는 관측도 나오고 있습니다.

김기남 비서는 김정일 위원장의 후계시절부터 최측근으로 알려진 인물로 조국평화통일위원회 부위원장을 겸임하고 있습니다. 지난 4일 김 위원장이 방북한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과 가진 만찬 자리에 배석하기도 했습니다.

특히 지난 2005년 8.15 민족대축전 참석차 북측 대표단 단장으로 서울을 방문해 6.25 전쟁 이후 처음으로 서울 국립현충원을 참배했습니다.

김양건 부장은 대남사업을 총괄하는 통전부의 책임자로서 조선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장을 겸임하고 있습니다. 특히 최근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 방북 기간 중 현 회장과 별도로 만나 남북협력 사업들을 논의해 5개항의 공동보도문을 조율하는 일을 주도했습니다.

기은경제연구소 조봉현 박사는 "현 회장 방북 이후 한국 정부 내 분위기가 북한과의 대화에 적극적인 쪽으로 바뀌는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며 조문단의 체류기간 중 남북 고위급 회동의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김기남은 김정일의 생각 이런 것들을 일종에 청와대 쪽에 전달 내지 청와대 입장을 받고 가는 그런 역할을 할 수 있을 것 같고요, 김양건은 결국 파트너가 된다는 게 통일부 쪽 파트너가 될 것 같은데 그래서 현재 남북관계 현안 문제 이런 쪽 위주로 이야기 되지 않을까 싶거든요."

국장으로 치러지는 김 전 대통령의 장의위원회에 정부 인사들이 포함된다는 점에서도 어떤 형태로든 접촉이 이뤄질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관측입니다.

하지만 정부는 이에 대해 매우 신중한 반응을 보이고 있습니다.

천해성 통일부 대변인은 20일 기자설명회에서 "북측 조문단이 조문을 위해 오는 것으로 얘기하고 있다"며 "별도의 당국 간 면담이 계획된 것이 없고 요청 받은 바도 없다"고 말했습니다.

일부 관측통들은 북한이 조문단 파견을 한국 정부에 직접 통보하지 않고 김대중평화센터라는 민간기관을 통해 전달한 점을 들어 당국 간 접촉 보다는 대남 심리전 차원에서 조문단을 보내는 게 아니냐는 경계 섞인 분석을 내놓고 있습니다. 한국국방연구원 백승주 박사입니다.

"북측이 김대중 대통령 유족, 측근들을 통해서 하는 부분은 여전히 정치심리전을 고려하고 있지 않느냐, 돌아가신 김대중 대통령을 지지하는 정치세력과 차별화를 만들어서 우리 정부를 어색하게 만드는, 당혹스럽게 만드는 그런 조치로 볼 수 있습니다."

관측통들은 북한이 조문단 파견 과정에서 한국 정부를 배제하려는 듯한 인상을 줬기 때문에 한국 측이 먼저 접촉을 제의하긴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하지만 한국 정부가 그동안 꾸준히 '조건 없는 남북 당국 간 대화'를 촉구해왔기 때문에 북측의 접촉 제의가 있을 경우엔 이를 거부하진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