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안 자취를 감췄던 북한의 ‘조선아시아태평양 평화위원회’가 다시 대남 관계의 전면에 등장했습니다. 이 기구는  최근 평양에서 이뤄진 한국 현대그룹 현정은 회장의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 면담을 주선해 관심을 끌고 있습니다. 아태평화위가 어떤 조직인지 최원기 기자와 알아봅니다.

문) 최원기 기자, 북한의 ‘조선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 가 다시 대남 관계 전면에 등장했다구요?

답) 네, 흔히 ‘아태’로 불리는 ‘조선아시아태평양 평화위원회’는 북한의 대표적인 대남 기구인데요. 한동안 자취를 감췄다가 다시 등장했습니다. 한국의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은 지난 16일 평양에서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만나 금강산 관광과 이산가족 상봉 등 5개항의 합의를 이끌어 냈는데요, 현대그룹의 협상 상대가 바로 아태 입니다. 아태는 지난 1~2년 간 자취를 감췄었는데요, 이번에 다시 남북관계 일선에 복귀한 것으로 보입니다.

문) 이번에 공개된 사진을 보니까 김정일 위원장과 현정은 회장 면담에 김양건 통일전선부장이 배석했는데, 그 직책을 ‘아시아태평양 평화위원회 위원장’으로 소개하더군요.

답) 그렇습니다. 김양건 부장은 평양에서 대남 사업을 총괄하는 통전 부장인데요. 북한 관영 `조선중앙통신’은 현정은 회장과의 면담을 보도하면서 김양건 부장을 ‘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 위원장’으로 불러 눈길을 끌었습니다. 아태는 지난 2003년 10월 김용순 위원장 사망 이래 5년 이상 위원장이 공석이었는데요, 이번에 김양건이 김용순의 후임이 된 것이 공식 확인된 것입니다.

문) 통전부장과 아태위원장을 겸했으니 김양건 부장은 앞으로 남북관계에서 중요한 역할을 할 것 같은데요. 아태가 어떤 기구이고, 과거 남북관계에서 어떤 역할을 했는지 소개해주시죠.

답)네, 아태는 지난 1990년대 중반 평양에서 만들어졌는데요. 처음에는 말 그대로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평화와 안전을 위한 민간단체로 발표됐고요, 미국과 일본 관계를 담당했습니다. 그러다 1990년대 후반에는 한국의 현대그룹과 손잡고 금강산 관광 사업을 시작한 이래 남북경협을 주로 담당해 왔습니다. 서울 `중앙일보’의 북한 전문 이영종 기자의 말을 들어보시죠.

“아태평화위가 처음 등장한 것은 1994년인데요. 당시 주로 미국과 일본 민간 사업을 담당해왔습니다. 그러나 김일성 사망 이후 금강산 사업 등 주로 남북경협을 담당해왔습니다.”

문) 과거 김용순은 김정일 위원장의 최측근 인사로 남북 정상회담을 주선하는 등 남북관계에서 큰 역할을 했는데요. 후임 위원장이 된 김양건 부장도 그런 역할을 할까요?

답) 관측통들은 앞으로 김양건 부장과 그가 이끄는 아태가 남북관계에서 상당한 역할을 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습니다. 특히 김양건 부장은 최근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이 평양에서 김정일 위원장을 만났을 때 배석해 눈길을 끌기도 했는데요. 이는 김양건 부장이 남북관계 뿐만 아니라 미국과의 관계도 담당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입니다. 탈북자 출신으로 현재 워싱턴에 있는 미국 북한인권위원회 방문 연구원으로 있는 김광진 씨의 말을 들어보시죠.

“김정일의 눈에 들었겠죠. 외교적인 관록이 있는 사람을 대남관계 수장으로 앉힌 것은 통전부를 대남 외교부서로 총괄하기 위해 앉힌 것 같습니다.”

문) 지난 1~2년 간 조용했던 아태가 왜 다시 전면에 나섰는지 궁금하군요.

답) 전문가들은 북한이 대북 제재로 인한 피해를 최소화 하고 대북 압박전선에 균열을 내기 위해 아태를 전면에 내세운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현재 미국은 유엔 안보리의 대북 제재 결의 1874호에 근거해 북한의 해상 수송과 금융 거래를 차단하고 있는데요, 북한 경제 전문가인 김광진 씨의 말을 들어보시죠.

“김정일 정권이 유지되는 핵심요인은 한쪽에는 총을 들고 다른 쪽은 달러 뭉치, 말하자면 돈, 2가지 수단으로 통치하는데요. 금융제재로 북한의 대외금융 창구를 막기 때문에 달러, 통치 자금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는 것이지요.”

김광진 씨는 북한 당국이 아태를 내세워 제재와 관련한 국제사회의 공조를 완화시키려 한다고 말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