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유엔 안보리의 제재를 받고 있는 상황에서, 한국 정부가 금강산과 개성 관광을 재개하는 것은 안보리 결의 1874호 위반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미국 내 전문가들은 이와 관련해 다소 엇갈린 견해를 밝히고 있습니다. 이연철 기자가 전문가들의 견해를 들어봤습니다.

한국 현대그룹의 현정은 회장이 북한 정부와 금강산과 개성 관광 재개에 합의하면서, 한국 내에서는 대북 관광사업이 유엔 안보리의 대북 제재 결의에 저촉되는지를 두고 논란이 일고 있습니다. 

북한의 2차 핵실험에 대해 유엔 안보리가 만장일치로 채택한 결의 1874호 18항은 ‘북한의 핵과 탄도미사일, 기타 대량살상무기 관련 활동에 기여할 가능성이 있는 금융 서비스의 제공이나 그밖의 금융 자산이나 다른 재원의 이전을 금지’하도록 모든 회원국들에게 촉구하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북한에 막대한 현금이 제공되는 대북 관광사업을 재개할 수 있느냐는 것입니다.

워싱턴의 민간단체인 ‘정책연구소’의 존 페퍼 국장은 대북 관광사업은 직접적인 유엔 제재 대상이 아니라고 말합니다.

북한과의 사업이 불가능한 분야는 미사일 생산이나 판매 같은 대량살상무기 확산 관련 분야일 뿐이라는 것입니다. 페퍼 국장은 따라서 유엔의 제재 결의에도 불구하고 대북 관광사업은 여전히 가능하다고 말했습니다.

워싱턴 소재 헤리티지재단의 브루스 클링너 연구원은 유엔 안보리의 대북 제재는 북한의 특정 인사나 기업과 기관, 물자 등을 대상으로 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따라서, 관광 재개를 통해 북한에 유입된 자금과 핵이나 미사일 계획 사이의 연관관계가 밝혀지지 않는다면, 대북 관광 재개가 직접적인 유엔 안보리 결의 위반은 아니라는 것입니다.
 
하지만 대북 관광 재개는 북한의 행동 양태를 바꾸고 북한으로 하여금 6자회담의 비핵화 약속을 지키도록 만들려는 유엔 안보리 제재의 목적을 간접적으로 해치게 될 것이라고 클링너 연구원은 덧붙였습니다.

미 의회 산하 ‘의회조사국’의 래리 닉시 연구원은 금강산과 개성 관광 재개 합의가 안보리 제재 결의에 저촉되는지 여부를 논하기에 앞서, 과연 합의대로 대북 관광이 재개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습니다.

닉시 연구원은 지난 해 한국인 관광객이 금강산에서 북한 군 총격에 사망한 사건을 예로 들면서, 합동조사를 요구했던 한국 정부의 입장은 앞으로도 바뀌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아울러, 관광이 재개되더라도 한국인들이 대북 관광에 나설지 의문이라고, 닉시 연구원은 말했습니다.

헤리티지재단의 클링너 연구원도 이번 합의가 북한 당국과 한국 민간기업 사이의 합의라는 점을 지적하면서, 아직도 해결되지 않은 문제들이 많다고 말했습니다.

이런 가운데, 전문가들은 미국인 여기자 석방과 개성공단 억류 한국인 근로자 석방, 그리고 대북 관광 재개 합의 등 북한이 최근 보이고 있는 유화적인 움직임의 배경에 대해 다양한 견해를 제시했습니다.

의회조사국의 닉시 연구원은 가장 먼저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건강 상태가 좋아진 것을 꼽았습니다.

건강이 다소 좋아진 김 위원장이 정책결정 과정에 보다 직접적으로 관여할 수 있게 됐으며, 그 결과 한국에 대해 보다 유연한 정책을 펼 수 있게 됐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닉시 연구원은 북한의 최근 조치들은 미국이나 한국으로부터 경제적 지원을 받기 위한 전술적 조치에 불과하다며, 중요한 것은 비핵화 약속을 지키는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헤리티지재단의 클링너 연구원은 북한의 유화적 태도가 전통적인 북한의 협상 방식과 관련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북한은 ‘벼랑 끝 전술’과 ‘화해 조치’를 번갈아 사용했으며, 이에 따라 북한에 대한 요구조건의 수위가 낮아지거나 관련국들 간에 분열이 생기기도 했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클링너 연구원은 미국의 오바마 행정부나 한국의 이명박 정부가 북한에 대한 요구 수위를 낮추지는 않을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즉, 북한은 반드시 6자회담의 비핵화 약속과 유엔 안보리 결의를 준수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정책연구소의 페퍼 국장은 북한의 유화적 조치는 미국과의 협상에서 최상의 결과를 얻어내기 위한 시도라고 분석했습니다.

과거 북한은 한국과의 협상에서 진전을 이룸으로써 미국과의 협상을 진전시킨 적이 있었다는 것입니다. 지금도 오바마 행정부와의 협상이 다소 교착상태에 빠진 상태에서

미국을 압박해 더 좋은 결과를 얻기 위해 한국과의 협상에 나섰다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