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은 최근 지금까지의 대결 구도에서 대화로 국면을 전환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습니다. 이달 초 미국인 여기자들을 석방한 데 이어 한국의 현대그룹 회장과도 이산가족 상봉과 금강산, 개성 관광 재개 등에 합의했습니다.  이런 가운데 미국도 북한과의 대화 재개를 염두에 둔 듯 입장에 미묘한 변화를 보이고 있어 주목됩니다. 김근삼 기자와 함께 자세한 소식 알아보겠습니다.

문) 김근삼 기자. 북한이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한국 현대그룹 현정은 회장의 면담을 통해 미국에 이어 한국에도 유화적 태도를 보이고 있는데요. 대화 국면으로 가기 위한 포석으로 봐야 할까요?

답) 그렇습니다. 북한은 올해 상반기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 등 도발적인 행동으로 대결 구도를 조성했지만, 최근에는 대화 국면으로 전환하려는 듯한 의도를 내비치고 있습니다. 우선 미국과는 억류했던 여기자를 석방하고, 이들의 석방을 위해 개인 자격으로 방북했던 빌 클린턴 전 대통령에게 대미 관계 개선을 희망한다는 입장을 밝혔던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특히 최근에는 김영일 외무성 부상이 미국과의 관계에 중대한 진전이 있을 것이다, 또 미국과의 대화를 위한 문을 언제든지 열어놓고 있다는 발언을 잇따라 하면서 대화할 용의가 있음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이런 가운데 한국과도 최근 억류했던 현대아산 직원을 석방한 데 이어, 이산가족 상봉과 관광 재개 등을 약속하면서 국면 전환을 모색하는 분위기 입니다.

문) 그런데, 가장 중요한 핵 문제에 아직은 변화가 없지 않습니까? 북한은 6자회담이 끝났다고 선언한 상태인데. 미국은 북한의 6자회담 복귀와 핵 포기를 요구하면서, 대북 제재를 강력히 추진하고 있는데요, 대화로의 전환이 쉽게 이뤄질 수 있을까요?

답) 맞는 말씀입니다. 그런데 최근 미국 정부의 입장에서도 미묘한 변화가 감지되고 있습니다. 미국은 그동안 북한이 먼저 6자회담에 복귀하고, 이후 핵을 포기하기로 한 약속을 지킬 것을 요구해 왔습니다. 또 국제사회와의 공조를 통한 유엔 제재의 강력한 이행으로 북한에 대한 압박의 수위를 어느 때보다 높이고 있고요. 이런 원칙은 그대로 고수하고 있지만, 북한에 대한 제재를 중단하는 시점에 대해서는 조금 후퇴한 듯한 입장을 최근 밝혔습니다.

문) 구체적으로 어떤 것이죠?

답) 미국은 그동안 북한이 돌이킬 수 없는 비핵화 조치를 취할 때까지 대북 제재가 계속될 것이라는 입장을 고수해 왔습니다.  지난 14일 국무부 브리핑에서도 북한 문제가 거론됐는데요. 북한의 비핵화 이행은 오랜 시간과 과정이 필요한 것인데 어느 시점에서 북한에 대한 제재를 중단할 것인지 저희 ‘미국의 소리’ 방송 기자가 질문을 던졌습니다. 이에 대해 필립 크롤리 공보 담당 차관보는 비핵화가 기술적으로는 복잡한 과정일 수 있지만 반드시 긴 과정일 필요는 없다면서, 북한이 정치적 약속을 하고 관련국들과 합의를 맺으면 된다고 했습니다. 미 국무부가 대북 제재 중단을 위해 북한의 정치적 약속이 필요하다고 언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인데요. 이는 단순히 북한의 비핵화 조치만을 강조했던 것에서, 다소 완화된 입장인 것으로도 해석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문) 북한은 한국에 대해서도 다소 유화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는데요, 한국 정부의 입장은 어떻습니까?

답) 최근 한국 정부의 입장에도 다소 변화의 조짐이 엿보입니다. 이명박 한국 대통령은 지난 15일 광복절 경축사에서, 북한이 핵을 포기하겠다는 결심을 보여주면 대북 경제 지원 등을 골자로 하는 새로운 평화구상을 추진하겠다고 말했습니다. 앞서 미국이 ‘북한의 정치적 약속’을 언급한 것과 비슷한 뉘앙스로도 들립니다.

문) 하지만 6자회담을 놓고 북한과 나머지 국가들의 입장 차이가 워낙 뚜렷하기 때문에 대화 재개는 여전히 쉽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데요? 게다가 북한은 2차 핵실험을 실시하지 않았습니까.

문) 맞습니다. 현재 북한과 나머지 국가들 사이의 입장에는 과거 어느 때보다 큰 차이가 있습니다. 북한은 핵 보유국 지위를 인정 받으려 하고 있고, 미국과 나머지 국가들은 북한의 핵 보유를 절대로 인정할 수 없다는 입장이니까요. 특히 한국 정부 고위 관계자에 따르면 북한은 최근 클린턴 전 대통령의 방북 중 핵 문제와 관련한 입장에 별다른 변화를 보이지 않았다고 합니다.

하지만 핵 문제에 대한 입장 차이에도 불구하고 일단 대화는 재개될 수 있지 않겠느냐는 관측이 조심스레 제기되고 있습니다. 앞서 말씀 드린 관련국들의 입장 변화도 그렇고요. 또 최근 미국과 북한 당국 간에 기자 석방을 위한 협의가 활발하게 이뤄졌었기 때문에, 과거와 마찬가지로 6자회담 재개를 위한 양자회담이 전격적으로 이뤄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을 것 같습니다.

문) 대화가 재개된다면 북한의 핵실험에 따른 제재 국면에도 변화가 있을까요?

답) 그 문제와 관련해서 미국은 제재의 목적은 대화 재개가 아니라 비핵화라는 점을 분명히 하고 있습니다. 대화가 재개되더라도 북한이 비핵화 의무를 이행하기 전까지는 유엔 안보리 결의에 따라 제재를 계속 추진한다는 것이죠. 하지만 미국의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 등은 앞서 북한의 비핵화를 위해 포괄적 제안을 준비한다는 입장을 밝히지 않았습니까? 따라서 북한이 핵 포기라는 전략적 결정을 하고 나머지 당사국들과 합의에 도달한다면, 북한에 대한 여러 보상과 더불어 제재도 해제될 가능성이 높아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