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대북 전문가들은 유성진 씨 석방을 계기로 꽉 막혔던 남북관계에 일단 숨통은 트인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그러나 앞으로의 남북관계 진전은 남북 당국의 태도에 달려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서울에서 김은지 기자가 전해드립니다.

한국 정부와 전문가들은 유 씨의 석방으로 남북관계의 큰 걸림돌은 일단 해소됐다고 평가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남북관계의 실질적인 개선으로 이어질지 여부는 아직은 단정할 수 없다는 입장입니다.

한국 정부 당국자는 "북 핵 문제 등 남북 간에 풀어야 할 현안이 있는 상황에서 유 씨 문제가 풀렸다고 해서 남북관계가 당장 진전된다고 보긴 어렵다"며 "북한의 본질적인 태도 변화가 있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유 씨 석방 문제가 남북 관계의 최대 현안이었던 만큼 긍정적인 요인임에는 분명하나 북 핵 문제와 대남 도발 등 아직도 풀어야 할 숙제가 많다는 것입니다.

서울대 윤영관 교수는 "핵 문제에 대한 북한의 입장 변화가 없는 한 남북관계의 실질적인 진전은 없을 것"이라며 "이런 맥락에서 클린턴 전 대통령 방북 이후 미-북 관계와 비슷하게 전개될 양상이 있다"고 전망했습니다.

정부 안팎에선 유 씨 문제로 대북정책에 있어 운신의 폭이 좁았던 한국 정부가 유 씨 석방을 계기로 그동안 제한했던 인도적 지원 사업과 민간 방북에 대한 조치를 완화할 가능성이 클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습니다.

또 다른 정부 관계자는 "남북 간에 가장 큰 걸림돌이었던 문제가 해결된 만큼 좋은 분위기가 형성될 수는 있을 것"이라며 "우선 조치로 민간단체를 통한 대북 지원과 민간교류 등을 재개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습니다.  

악화일로로 치닫던 남북경협의 물꼬가 트일지는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면담 성과에 달려있습니다. 특히 현대아산이 사업자인 개성공단과 금강산, 개성관광 재개와 관련해 진전된 합의가 나올지가 관건입니다.

동국대학교 김용현 교수는 "현 회장의 이번 방북은 단지 유 씨를 데리고 오는 것을 넘어 실질적인 남북경협 재개에 의미가 있다고 봐야 한다"며 "이후 개성공단 협의에서도 좀 더 합리적인 수준에서 타협점을 찾을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유 씨 문제가 풀림으로써 사실상 한국 정부가 적극적인 행보를 할 수 있는 흐름은 만들어졌습니다. 개성공단 부분에서도 임금이나 토지임대료 부분에서 남북이 합리적인 수준에서 타협점을 찾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현재로선 현 회장과 김 위원장의 면담이 남북관계에 미칠 파장이 어디까지일지 속단하기 어렵지만 김 위원장이 현 회장을 통해 남북관계 개선 메시지를 보낼 경우 남북대화가 재개되는 계기가 마련될 수도 있습니다.

북한대학원대학교 양무진 교수는 "면담 성과가 실제 남북관계 돌파구로 이어질지 여부는 한국 정부의 대북정책 기조에 달려있다"고 말했습니다.  

"면담에선 개성공단 활성화 문제와 개성-금강산 관광 재개, 현대와 북한 간 새로운 경협사업 문제 등 포괄적인 논의가 이뤄졌을 것입니다. 이런 포괄적인 논의가 남북관계 발전과 남북경협 확대로 이어지려면 한국 정부의 대북 접근인식의 전환이 있어야 가능합니다."

한국 정부는 북한의 대응을 지켜본 뒤 이명박 대통령의 8.15 경축사에 담길 대북 제안의 수위를 최종 결정할 방침인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정부 관계자는 "일단 현 회장과 김 위원장의 면담 결과를 본 뒤 북 핵 국면과 미-북 관계, 남북관계 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정부 입장을 정리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