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에 억류됐던 현대아산 직원 유성진 씨가 13일 억류 137일 만에 전격 석방됐습니다. 전문가들은 방북 일정을 또다시 하루 연장한 현대그룹 현정은 회장이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을 면담하고 대북 관광사업과 관련해 긍정적인 답변을 얻게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습니다. 김환용 기자가 자세한 소식 전해드립니다.

한국의 통일부는 현대아산 측이 13일 오후 5시10분 유 씨 신병을 인도받아 군사분계선을 통해 한국으로 데리고 들어왔다고 밝혔습니다. 통일부 천해성 대변인입니다.

“지난 3월30일 이래 1백37일 간 북한 측에 억류돼 있던 현대아산 직원 유성진 씨가 오늘 8월13일 오후 8시36분경 군사분계선을 넘어 우리 측으로 귀환하였습니다.”

유 씨는 8시45분쯤 경기도 파주 남북출입사무소에 도착해 입경 수속을 밟았습니다.

비교적 건강한 모습의 유 씨는 취재진 앞에서 국민들에게 감사한다는 짤막한 소감을 밝혔습니다.

“무사히 돌아오게 되어 기쁩니다. 그리고 많은 노력과 관심을 기울여주신 정부 당국, 현대아산, 그리고 국민 여러분께 대단히 감사드립니다.”

유 씨는 억류 과정에서 겪은 일 등을 묻는 질문에 “할 말이 없습니다”라고만 답한 뒤 정부 관계자와 함께 검은색 밴 차량을 타고 출입사무소를 떠났습니다.

통일부에 따르면 유 씨는 처음엔 현대아산 측으로 신병이 인계됐고, 이어 개성공단관리위원회에 인도된 뒤 입경 절차를 거쳐 군사분계선을 통과해 남측으로 귀환했습니다.

유 씨 석방은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이 지난 10일 오후 “우리 직원이 석방되도록 노력하겠다”는 말을 남기고 방북 길에 오른 뒤 나흘 만에 전격적으로 이뤄졌습니다.

유 씨는 지난 3월30일 북한 체제 비난과 북측 여성 종업원에 대한 탈북 책동 등의 혐의로 북한 당국에 체포됐었습니다.

유 씨는 서울 현대아산병원으로 옮겨져 건강검진을 받은 뒤 군과 경찰, 정보당국 등 관계자들로부터 북한에 억류된 경위와 북한 내 억류 상황에 대해 조사 받을 예정입니다.

천해성 통일부 대변인은 유 씨가 귀환한 직후 정부중앙청사 별관에서 현안 브리핑을 통해 “북측은 자기 측 출입국 사업부에서 유 씨에 대한 조사 결과를 낭독하고 추방 형식으로 신병을 인계했다”고 밝혔습니다. 천 대변인은 이어 “석방과 관련해 어떤 대가도 지불한 것은 없다”고 말했습니다.

이와 함께 “정부는 이번 석방과 관련해 북측에 사과나 유감 표명을 한 사실이 없다”며 “다만 현대아산 측은 자사 직원이 장기간 억류된 사건이 발생한 것과 관련해 북한 당국에 유감 표명과 재발 방지 노력 의지를 표명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천 대변인은 또 유 씨가 그동안 개성 지역에 억류돼 있었던 것으로 안다고 덧붙였습니다.

이에 앞서 평양에 체류 중인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은 13일 평양 체류 일정을 또다시 하루 연장했습니다.

현 회장 측은 13일 오전 9시45분쯤 현대그룹에 “평양 체류가 하루 연장됐다”는 전화 연락을 취했고 현대그룹 측은 신속하게 통일부에 이에 대한 승인을 받았습니다.

하지만 현 회장의 김정일 국방위원장 면담 소식은 아직 전해지지 않고 있습니다. 천해성 통일부 대변인입니다.

“일부 보도가 있었습니다만 현정은 회장과 김정일 위원장의 면담 등과 관련한 상황은 현재까지 확인되지 않고 있습니다.”

이번 유 씨 석방은 당초 현정은 회장이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면담한 뒤 이뤄질 것이라는 관측이 많았기 때문에 면담 여부에 대해 궁금증이 더해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유 씨가 석방됐기 때문에 아직 면담이 이뤄지지 않았더라도 14일까지로 돼 있는 평양 체류기간 중 김 위원장과의 만남이 이뤄질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합니다.

이와 관련해 기은경제연구소 조봉현 박사는 현 회장이 북측으로부터 대북 관광사업 재개 등에 긍정적인 답변을 받을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금강산 관광하고 개성관광 재개 부분 이런 부분들을 논의하면서 개성관광 부분에서 확답을 얻을 수 있을 것 같고요. 그 다음에 개성공단 사태 관련해서 여러 가지 문제 있는 것들 이런 부분에 대해서 좀 큰 틀에서 실제적으로 북한이 요구를 했던 부분들을 철회까지는 표현을 안 하겠지만 일정부분 완화시키면서 개성공단 확대, 발전 쪽으로 하자 이런 틀에서 아마 합의를 할 것 같고 …”

한편 유 씨 석방과 관련해 청와대 이동관 대변인은 “뒤늦은 감은 있지만 유 씨가 가족의 품으로 돌아가게 된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라며 “정부는 앞으로도 일관된 대북정책 기조를 유지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정치권도 유 씨의 석방에 대해 환영의 뜻을 밝히면서도 다소 엇갈린 반응이 나왔습니다.

집권 여당인 한나라당은 북한이 인도주의적인 결단을 내린 것에 대해 환영하면서도 북한의 대남전략 전환을 촉구했습니다.

한나라당 윤상현 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유 씨의 강제억류 상태가 해소된 것은 잘못된 행동을 뒤늦게 바꾼 것”이라며 “그동안 일관된 원칙을 지켜온 이명박 정부의 대북정책에 대한 북한의 답”이라고 평가했습니다.

이어 “문제의 본질과 대답 모두 북한 자신에게 있다”며 “북한이 고립에서 벗어나는 길은 대한민국에 대한 적대전략을 포기하고 대한민국을 통해 세계로 나아가는 통남통세 전략으로 전환하는 것”이라고 당부했습니다.

민주당 노영민 대변인도 구두논평을 통해 “유 씨 석방을 환영하지만 1백37일 만에 석방된 것은 너무 늦었다”며 “유 씨의 석방이 앞으로 남북관계 전개에 긍정적 신호가 되기를 기대하며 연안호 선원과 선체도 조속히 송환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현대아산 등 대북사업 업체들도 이번 석방을 계기로 대북 경협사업이 다시 활로를 찾을 수 있기를 기대했습니다.

그동안 관광사업 중단으로 어려움을 겪었던 현대아산 직원들은 이번 석방이 금강산과 개성관광 등 주요 대북사업의 재개로 이어지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개성공단기업협회는 성명을 내고 “그동안 주재원들과 가족들이 신변에 불안을 느껴 개성공단 근무를 꺼렸는데 그런 문제가 해소돼 다행스럽게 생각한다”며 “이번 일을 계기로 꽁꽁 얼었던 남북관계가 개선돼 개성공단이 더욱 활성화됐으면 한다”고 기대했습니다.

철저한 보안 속에 신분이 노출되지 않았던 유 씨의 이력도 일부 공개됐습니다.

현대아산 등에 따르면 유 씨는 1965년 경남 고성에서 3남2녀 중 둘째 아들로 태어나 초중고교를 졸업한 뒤 부산에서 열관리 기사 자격증을 취득했습니다.

미혼인 유 씨는 지난 2003년 현대아산에 보일러 배관담당 계약직 기사로 들어가 금강산 사업소에서 약 2년 간 근무했고, 2005년부터는 개성사업소에서 일해 온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한동안 현대아산을 떠났던 유 씨는 지난 2008년 다시 계약직으로 들어와 개성사업소에서 근무해 온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하지만 유 씨가 왜 현대아산을 떠났었는지는 확인되지 않고 있습니다.

경남 고성군 덕촌마을 유 씨 고향집에 단둘이 살고 있는 유 씨의 노부모는 아들이 석방됐다는 소식에 안도와 기쁨을 감추지 못했습니다.

유 씨 부모는 한동안 가족들이 억류 사실을 숨겨 4월 말에야 알았습니다. 유 씨 아버지는 “돈을 번다고 젊을 때 고향을 떠나 집을 자주 찾지 못했는데 북한까지 가 이런 일을 당할 줄 몰랐다”며 말끝을 흐렸습니다. 유씨 고향 마을 사람들도 마을회관에 모여 유 씨 석방 소식에 기쁨의 환호성을 질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