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중국의 지방 소규모 은행들을 이용해 금융제재를 회피하고 있다는 주장이 미국 전문가들 사이에서 제기됐습니다. 이런 주장은 대북 금융제재가 효과를 발휘하기 위해서는 중국의 협조가 긴요하다는 지적이 일고 있는 가운데 나온 것이어서 관심을 모으고 있습니다. 김연호 기자가 보도합니다.    

미국의 일부 전문가들은 특히 북한과 중국의 국경지대인 동북3성 지역의 소규모 은행들을 주목하고 있습니다. 미국 맨스필드재단의 고든 플레이크 소장입니다.

중국의 지방 소규모 은행들을 통해 북한이 미국 달러화 등 경화를 옮길 수 있다는 겁니다.

일부 전문가들은 북한이 국제 자금세탁 감시망을 피하기 위해 1만 달러 이하의 소액으로 자금을 나눠서 중국 지방 소규모 은행들을 경유해 자금을 빼돌릴 가능성을 지적하고 있습니다.

문제는 중국 중앙 정부가 이런 사실을 파악해도 지방의 소규모 은행들에 대한 규제를 강제하기가 쉽지 않다는 데 있습니다. 워싱턴의 민간단체인 미국평화연구소 (USIP)의 존 박 선임연구원입니다. 

지방의 소규모 은행들이 현지의 하급 당 관리들과 긴밀한 유착관계를 맺고 있고, 이 지방 관리들은 다시 중앙의 고위 당 관리들과 줄이 닿아 있기 때문에, 중앙 정부가 대북 거래를 이유로 이들 은행을 처벌하면 복잡한 정치적 파장을 낳을 수 있다는 겁니다.

물론 중앙 정부는 지방에 규제사항들을 내려 보내고 경우에 따라서는 문제가 된 은행을 폐쇄 조치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섣불리 지방은행을 처벌했을 때 어느 선까지 정경유착 관계가 드러날지 알 수 없는 일입니다.

이런 정치적 부담 때문에 중앙 정부가 적극적으로 지방 은행들을 처벌하기가 쉽지 않다는 겁니다. 따라서 중국이 유엔 안보리 결의 1874호에 규정된 대북 금융제재를 완전히 이행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북한은 지난 2006년 마카오의 방코델타아시아 은행 (BDA)과의 불법거래가 불거지면서 상당수 해외계좌를 중국으로 옮긴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미국 의회 산하 의회조사국(CRS)의 래리 닉쉬 박사는 이란 역시 북한이 금융제재를 빠져나가는 통로로 활용될 수 있다고 지적합니다.

북한이 은밀하게 제공한 군사협력의 대가로 이란이 현금을 항공기에 실어 평양에 보낼 수 있다는 겁니다. 현재 중국이 이란과 북한 간 항공기 운항을 제재하지 않고 있는데다 미국 재무부가 이란과 북한 간 금융거래에 대한 감시를 강화하고 있는 만큼, 항공기를 통한 현금 수송을 북한이 대안으로 삼을 수 있다고 닉쉬 박사는 지적했습니다.

미국 재무부는 지난 6월 말 이란 소재 ‘홍콩 일렉트로닉스’에 대해 미국 내 자산 동결과 거래 금지 조치를 내렸습니다. 이 회사가 북한의 ‘단천상업은행’ 등에 수백만 달러의 미사일 확산 관련 자금을 보냈고 특히 이란에서 북한으로의 자금 이동을 도왔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미국 재무부가 전세계적으로 대북 금융제재 망을 넓히고 있는 가운데, 이를 악용하려는 세력이 있을 수 있습니다. 미국 평화연구소의 존 박 연구원입니다.

국제 금융체제에 대한 접근이 제한된 북한의 처지를 이용해, 높은 수수료를 받고 북한과 은밀하게 거래를 해주겠다는 민간 금융기관이 나타날 수 있다는 겁니다. 물론 이런 행위가 당국에 적발된다면 무거운 처벌을 받겠지만, 단속을 빠져나간다면 큰 이득을 남길 수 있습니다.

북한이 지난 1980년대 말 대외채무 불이행을 선언한 뒤 국제금융체제로부터 단절되자 마카오의 방코델타아시아 은행이 높은 수수료를 받고 북한과 거래를 열어준 사실이 그 단적인 예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