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연합이 유엔보다 더 강력한 대북 제재를 결정했습니다. 유엔 안보리가 북한을 오가는 화물에 대한 검색을 회원국들에 촉구한 데 그친 반면, 유럽연합은 이를 의무사항으로 규정했습니다. 금융기관들의 북한 관련 거래에 대해서도 유럽연합은 회원국들의 감시체제 강화를 의무화했습니다. 김연호 기자와 함께 자세한 내용을 알아보겠습니다.

문) 유럽연합이 언제 이런 결정을 내린 겁니까?

답) 지난 27일 유럽연합의 대외관계 각료 이사회에서 결정된 겁니다. 27개 회원국들의 외무장관들이 모여서 대북 제재에 관한 유럽연합의 ‘공동입장’(Common Position)을 결정했는데요, 유엔 안보리의 대북 제재 결의 1874호를 이행하는 한편 유럽연합이 자체적으로 취할 대북 제재도 담았습니다.

문) 유럽연합의 이번 ‘공동입장’을 보면 유엔 보다 대북 제재의 수위가 더 높지 않습니까? 

답) 그렇습니다. 먼저 화물 검색에 관한 규정이 눈에 띕니다. 유엔 안보리의 대북 제재 결의 1874호는 북한에서 왔거나 북한으로 가는 화물에 금지 물품이 실려 있다고 믿을 만한 정보가 있을 경우에 유엔 회원국들이 자국 항구와 공항에서 검색할 것을 촉구하고 있습니다. 의무규정이 아닌 거죠. 반면에 유럽연합은 이를 의무사항으로 규정했습니다.

문) 공해상에서의 선박 검색도 관심사항인데, 유럽연합은 이 문제에 대해서 어떻게 입장을 정리했습니까?

답) 유엔 결의 1874호는 금지 물품을 실은 것으로 의심되는 선박에 대해서는 공해상에서도 검색할 것을 회원국들에 촉구하고 있습니다. 역시 의무조항이 아니죠. 반면 유럽연합은 이를 의무사항으로 규정했습니다. 물론 공해상에서의 선박 검색은 선적국의 동의가 있어야 가능합니다. 이 점에서는 유엔 결의나 유럽연합의 공동입장 모두 같습니다.

문) 대북 금융 규제와 관련해서는 어떤 점이 눈에 띕니까?

답) 유엔 안보리 결의 1874호는 북한의 대량살상무기와 탄도미사일 관련 계획에 관련된 자산을 동결하고 금융서비스도 금지하도록 회원국들에 촉구하고 있습니다. 또 이와 관련된 감시체제도 강화할 것을 촉구하고 있죠. 반면 유럽연합은 회원국들이 대북 금융거래에 관한 감시체제를 의무적으로 강화하도록 했습니다. 감시 대상도 자국 금융기관들 뿐만 아니라 북한과 관련된 모든 금융기관들로 확대하고 이를 체계적으로 분류했습니다.

문) 유럽연합은 제재 대상의 명단도 자체적으로 작성할 계획이라지요?

답) 그렇습니다. 유엔 안보리가 제재 대상으로 결정한 북한 인사와 기업, 기관 등은 물론이고 자체적으로 추가 제재 대상을 분류해서 공개할 예정입니다. 유럽연합 이사회 관계자에 따르면 오는 9월쯤 제재 대상 목록이 완성될 전망입니다.

문) 이렇게 유럽연합이 유엔 안보리보다 대북 제재의 수위를 더 끌어 올린 이유가 뭘까요?

답) 전문가들은 북한의 2차 핵실험이 결정적인 계기가 됐다고 분석하고 있습니다. 북한의 핵 위협이 현실화됐다는 인식이 퍼지면서 강력한 대북 제재가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유럽연합 안에서 형성됐다는 겁니다. 노르웨이 국제평화연구소의 스타인 퇴네손 (Stein Tønnesson) 전 소장의 말입니다.

당초 유럽은 미국, 일본 등과 함께 강력한 유엔 제재를 모색했지만 중국과 러시아의 반대 때문에 결국 제재 수위가 낮아졌다는 겁니다. 따라서 유럽연합이 자체적으로 유엔 안보리 보다 더 강력한 대북 제재를 결정한 것은 어쩌면 당연한 결과라는 설명입니다.

문) 유럽연합의 이번 결정, 어떤 실질적인 효과가 있을까요?

답) 화물 검색과 관련해서는 다분히 상징적인 측면이 강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입니다. 북한 선박이 주로 태평양과 동남아시아를 항해하기 때문이죠. 하지만 경우에 따라서는 실질적인 효과가 있을 수 있습니다. 미국 국무부에서 비확산 담당 부차관보를 지냈고 현재 영국 국제전략연구소(IISS)의 선임연구원으로 있는 마크 피츠패트릭 씨의 말입니다.

북한이 의심스런 화물을 실은 선박을 이란에 보낸다면 유럽연합 소속 해군이 선박 검색에 착수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