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서는 어제 (21일) 중의원이 해산되고, 다음 달 30일 총선거 실시가 확정됐습니다. 이 때문에 한-중-일 정상회담 등 일본의 주요 외교 일정이 대부분 중단되는 게 불가피하게 됐다고 하는데요, 도쿄 현지를 연결해서 자세한 소식 들어보도록 하겠습니다.

문) 이번 중의원 해산과 총선거로 일본의 정상외교 등에 차질이 불가피하다지요?

답) 그렇습니다. 일본의 아소 다로 총리는 지난 21일 중의원 해산을 각의에서 의결하고, 다음 달 18일 선거 공고를 낸 뒤 30일 총선거를 실시하기로 했는데요, 이 때문에 한 달 이상의 외교 공백이 불가피하게 됐습니다. 우선 오는 25일에는 한국과 중국, 일본 3개국 외무장관 회담, 8월 말에는 한-중-일 정상회담이 중국에서 개최할 예정이었지만 일본의 중의원 해산으로 이들 일정이 모두 연기됐습니다. 일본 정부는 이들 회의를 통해서 북한에 대한 새로운 접근 방안을 논의할 계획이었지만 어렵게 된 것입니다.
 
총선 직후인 9월 초순에는 G-20 재무장관, 중앙은행 총재회의, 세계무역기구(WTO) 도하 라운드 관련 장관급 회의도 예정돼 있지만, 정권교체가 이뤄질 땐 새 내각 출범과 시간이 겹치면서 일본 측의 참석 여부를 장담할 수 없게 될 것으로 보입니다. 이외에도 9월22일에는 유엔 사무총장 주최로 기후변화 관련 정상회의가 예정돼 있고, 같은 달 23일에는 각국 정상이 참석하는 유엔총회 일반토론도 예정돼 있습니다. 일본 외무성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새 정권이 출범하게 될 경우 충분한 준비가 어렵게 된다”면서 “그렇다고 세계 정상들의 회의에 일본 총리가 불참하게 되면 모양새가 이상하게 될 것”이라면서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습니다.
 
문) 어쨌든 다음 달 일본 총선거의 최대 관심은 정권교체 여부이지 않겠습니까.
 
답) 그렇습니다. 이번 선거는 자민당과 아소 다로 내각에 대한 지지율이 급락하면서 정권 유지 가능성에 대한 회의론이 우세한 가운데 자민•공명당의 여권이 정권을 지킬 수 있을지, 아니면 제1야당인 민주당이 54년 간의 자민당 독주를 종식시키고 정권을 획득할 수 있을지가 최대 관심사입니다. 특히 일본 국민들이 자민당과 민주당을 놓고 직접 정권을 선택할 수 있는 선거라는 점에서 이번 총선의 결과는 일본의 향후 정치 지형도 크게 바꿔놓을 것으로 보입니다.
 
이번 선거에서 여당인 자민당은 경기 대책과 외교안보 면에서의 실적을 앞세워서 국정의 일관성을 호소하면서 현 정권 유지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반면 민주당 등 야당은 자민당의 장기집권으로 인한 국민들의 실망과 피로감, 그리고 관료 주도 정치의 한계 등을 지적하면서 변화를 호소하는 방식으로 유권자들을 공략하고 있습니다. 일본의 중의원 정수는 4백80명인데요. 이 중 3백 명은 선거구당 1명의 의원을 선출하는 소선거구 투표로 뽑고 나머지 1백80명은 비례대표 선거에서 선출합니다.
 
문) 그런데 이번 선거에선 여야 정권교체 가능성이 그 어느 때보다 높다구요.
 
답) 그렇습니다. 이번 중의원 선거에서는 자민.공명당 공동 여당이 과반수인 2백41석을 넘기기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갈수록 힘을 얻고 있습니다. 교도통신 등 일본의 각 언론사가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정당 지지도에서 민주당이 자민당에 2배 안팎으로 앞서고 있고, 비례대표 선거에서 선택할 정당도 같은 추세입니다. 총선 전초전으로 불렸던 지난 12일의 도쿄 도의회 선거 결과 등을 토대로 중의원 선거결과를 예측했을 때도 민주당이 단독 과반수를 넘을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만약에 자민당과 공명당이 과반 의석을 얻지 못할 경우 민주당 중심의 야당에 정권을 내줄 수 밖에 없는데요, 그 경우 자민당으로서는 1955년 창당 이후 사실상 처음으로 선거에 의해 정권을 내주게 되는 것입니다. 자민당은 1993년 당이 분열한 상태에서 치러진 총선에서 과반 의석을 차지하지 못해서 10개월 가량 정권을 내준 적이 있습니다.  하지만 당시엔 선거 후 야당 간 헤쳐모여를 통한 집권이었다는 점에서 선거에 의한 정권교체로 보긴 어렵습니다.
 
문) 이번 선거는 전직 총리 손자 간 대결이란 점에서도 관심을 끌고 있다지요?
 
답) 그렇습니다. 다음 달 30일 실시되는 중의원 선거를 진두지휘하고 있는 여당인 자민당의 총재 아소 다로 총리와 제1야당인 민주당의 하토야마 유키로 대표의 혈연이 주목을 끌고 있는데요, 아소 총리의 외조부인 요시다 시게루와 하토야마 대표의 조부인 하토야마 이치로는 모두 일본의 전직 총리였습니다. 요시다는 역대 최다인 다섯 차례 총리직을 역임했고, 이치로도 세 차례나 총리가 됐습니다.
 
두 전직 총리는 모두 2차대전 이후 일본 정치사의 기초를 마련했다는 평가를 받는 거물급 정치인인데요, 동시에 두 사람은 정치적 라이벌이기도 했습니다. 1946년 하토야마 씨가 총재였던 자유당은 중의원 선거에서 제1당이 됐지만, 그는 반미 이력을 문제 삼은 미군정에 의해 공직에서 추방돼 총리에 오르지 못했습니다. 그 자리를 물려받은 게 요시다 씨로 그는 1953년까지 총리를 맡았습니다. 이후 공직추방에서 해제된 하토야마 씨는 1954년 자유당 내 요시다 반대세력을 규합해서 민주당을 결성하고, 그 해 말 총리가 됐습니다. 그로부터 50여 년이 지난 현재 두 전직 거물급 정치 지도자의 손자가 여당인 자민당과 제1야당인 민주당의 총사령탑으로서 일본의 차기 정권을 건 운명적인 한판 승부를 벌이고 있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