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커트 캠벨 국무부 동아태 담당 차관보가 최근 북한 관련 현안의 일괄타결을 언급한 데 대해 미국의 전문가들은 미묘한 시점에서 눈길을 끄는 발언이라는 반응을 보이고 있습니다. 오바마 행정부가 전임 부시 행정부와는 달리 일괄타결안을 진지하게 검토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왔습니다. 김연호 기자가 전문가들의 얘기를 들어봤습니다.

미국이 북한의 핵 포기를 유도하기 위한 일괄타결안을 꺼내 들었습니다. 지난 18일 한국을 방문한 커트 캠벨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는 북한이 6자회담에 복귀하고 돌이킬 수 없는 핵 폐기 조치를 취한다면 미국은 북한이 매력을 느낄 일괄타결안을 제시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습니다.

데이비드 스트로브 전 국무부 한국과장은 일괄타결안은 과거 클린턴 행정부와 부시 행정부에서도 제시됐었다면서, 하지만 캠벨 차관보가 현 시점에서 미국 정부의 이와 관련한 입장을 분명히 밝힌 사실은 흥미롭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전임 부시 행정부와 달리 오바마 행정부에서는 대북 일괄타결안에 대해 행정부 고위 인사들의 견해가 일치돼 있고, 이 방안이 매우 진지하게 검토되고 있는 것으로 분석했습니다.

스트로브 전 과장은 그러나 캠벨 차관보의 발언이 미국의 대북정책 변화를 의미하는 것인지는 확실치 않다고 말했습니다.

오바마 행정부는 출범 초기부터 북한이 핵 야망을 포기한다면 북한과 관계를 정상화하고 한반도 평화협정을 체결하는 한편 경제 지원을 할 뜻이 있음을 이미 밝혀왔다는 것입니다.

스트로브 씨는 그러나 일괄타결안의 구체적인 내용은 북한과의 협상 과정에서 달라질 수 있을 것으로  분석했습니다.

전문가들은 오바마 행정부가 북한 문제의 단계적 해결보다는 일괄타결을 선호하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부시 행정부 시절 단계적 해결을 모색하다 북한의 이른바 '살라미 전술,'그러니까 핵 포기 단계를 최대한 잘게 자른 뒤 각 단계마다 보상을 요구해 핵 포기 기간은 최대한 늘리고 보상은 극대화 하는 전술에 걸려들었다는 비판이 높기 때문입니다.

미국 뉴욕의 민간 연구기관인 사회과학원의 리언 시걸 박사의 말입니다.

미국 정부와 워싱턴 정가에서 북한을 신뢰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으며 북한 문제를 둘러싼 현재의 교착 상태는 모두 북한 책임이라는 인식이 팽배하다는 겁니다.

반면 북한은 미국에 새 행정부가 들어설 때마다 기존 합의가 깨졌던 만큼 핵 억제력을 확보해서 이른바 '미국의 적대정책'에 맞서야 한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고 시걸 박사는 분석했습니다. 따라서 일괄타결안을 받아보기 전에 먼저 돌이킬 수 없는 핵 폐기 조치를 하라는 미국의 요구를 북한이 받아들일 가능성은 낮다는 겁니다.

시걸 박사는 현 상황에서 미국과 북한이 최소한의 신뢰관계를 복원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북한이 미국인 여기자들을 석방하고, 미국은 대북 식량 지원을 재개하고 북한 관현악단을 초대하는 방안을 한 가지 예로 들었습니다.

미국의 소리, 김연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