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에서 이뤄지는 이른바 남북 이산가족 제3국 상봉 실적이 올 들어 지난 해의 절반 수준으로 줄어든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한국 정부는 남북관계 악화로 직접 상봉이 어려워지면서 제3국에서의 상봉을 활성화 하기 위해 노력해 왔지만 실효를 거두지 못하고 있습니다. 서울에서 김환용 기자가 보도합니다.

남북 이산가족들의 제3국에서의 상봉 횟수가 올 들어 크게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15일 한국의 대한적십자사에 따르면 올 상반기 중 제3국 상봉, 생사 확인, 교류 지속 등 이산가족 교류를 위한 경비 지원 건수는 모두 27건으로 지난 해 같은 기간 51건의 절반 정도로 줄었습니다.

교류유형 별로는 제3국 상봉은 17건에서 8건으로, 생사 확인은 20건에서 9건으로, 그리고 교류 지속도 14건에서 10건으로 각각 감소했습니다.

한국에 이명박 정부가 들어선 이후 남북관계가 크게 악화되면서 직접 상봉의 길이 막히자 한국 정부는 제3국 상봉 활성화에 힘 써 왔습니다.

그 일환으로 지난 2월 초 제3국 상봉 지원금을 1백80만원에서 3백만원으로, 생사 확인 지원금은 80만원에서 1백만원으로, 그리고 1년에 한번 지급되는 교류 지속 경비는 40만원에서 50만원으로 각각 인상했습니다.

특히 납북자, 국군포로, 생활보호대상자 가족에 대해선 상봉 경비 지원을 일반가족보다 두 배, 즉 최대 6백만원까지 지급하도록 규정을 바꿨습니다.

이처럼 정부 지원이 늘었는데도 제3국 상봉이 오히려 절반이나 줄어든 데 대해 정부 당국과 유관 민간단체들은 몇 가지 이유를 꼽았습니다.

먼저 제3국 상봉을 원하는 사람들 상당수가 이미 상봉을 마쳤기 때문에 빚어진 자연스런 감소라는 설명입니다. 대한적십자사 김성근 남북교류과장입니다.

“이산가족 그동안의 3국을 통해서 신청하실 분들은 대부분 많이 하지 않았느냐, 하실 분들은 좀 많이 했구, 신청 자체가 좀 줄었던 부분도 있구요.”

제3국 상봉을 주선하는 민간단체들은 이보다 더 큰 이유로 북한과 중국 국경지역의 감시와 통제가 강화된 때문이라고 전하고 있습니다. 한 민간단체 관계자입니다.

“경비가, 경계가 지금 굉장히 심해요, 두만강 압록강 쪽에, 북한 쪽 경계가…그래서 경계가 심해서 부진하고 또 한 가지는 중국 쪽도 경계가 굉장히 심합니다. 그런데 원인이 흔히 들리는 얘기가 추측인데 김정일 정권이 붕괴될 때 예기치 않은 탈북 사태를 대비한 예방 차원에서 하는 게 아니냐 이런 얘기도 있어요.”

통일부도 북한이 최근 ‘1백50일 전투’를 시작하면서 중국과의 국경지역의 경계를 크게 강화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민간단체들은 직접상봉이 막힌 상황에서 그나마 제3국 상봉을 보다 활성화하기 위해선 상봉 주선 활동을 하는 민간단체들에 대한 정부의 지원 확대가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또 정부가 파악하고 있는 이산가족의 신상정보에 접근할 수 있도록 제도적 개선이 필요하다고 지적하고 있습니다.

한 민간단체 관계자는 “북측 가족이 3국에 나와 상봉을 원한다는 연락을 받을 경우 통일부가 갖고 있는 한국 내 이산가족 신상정보에 접근할 수 없어 상봉 지원 활동을 못하는 경우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가령 A라는 사람이 분당구 무슨 아파트에서 살고 있다 여기까지는 알지만 전화번호를 알아야 연락을 할 것 아닙니까. 통일부나 적십자사에서 개인 신상관계에 대해서 알려주지를 않아요.”

통일부 당국자는 이에 대해 “개인 신상정보를 민간 단체에 넘기는 것은 법으로 금지된 일”이라며 “ 북측 가족으로부터 연락이 왔을 경우 통일부가 이를 직접 남측 가족에게 연락한다”고 말했습니다.

이 당국자는 “ 현재 상봉 주선 활동을 펴고 있는 단체들 가운데는 순수 민간단체로 보기 어려운 브로커들도 있는 게 사실”이라며 “하지만 직접상봉이 막혀 3국 상봉의 중요성이 커진 만큼 이 단체들의 옥석을 가려 지원을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 중에 있다”고 말했습니다.

한편 대한적십자사는 오는 24일 이들 민간단체들을 초청해 제3국 상봉이 크게 줄어든 이유와 활성화 대책 등을 논의할 계획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