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내 흥미로운 소식과 화제를 전해드리는 미국은 지금 시간입니다. 오늘도 김정우 기자, 함께 하겠습니다.

(문) 지난 달 말에 미국 연방 대법원에서 나온 한 판결이 요즘 화제죠?

(답) 네, 연방 대법원은 코네티컷 주 뉴 헤이븐 시 소속 소방관들이 제기한 소송을 심리했는데요, 이에 대한 판결이 최근에 나왔습니다. 이를 두고 현재 미국 안에서 말들이 많네요.

(문) 어떤 내용의 소송이었나요?

(답) 네, 뉴 헤이븐 시는 지난 2003년에 관내 소방국에서 진급할 사람을 가리기 위해서 진급 시험을 실시했습니다. 모두 138명이 진급시험을 봤는데요, 이중에서 백인 소방관 41명, 흑인 9명 그리고 중남미계인 히스패닉 소방관 6명이, 한국에서는 커트라인이라고도 부르죠? 바로 합격선을 넘는 점수를 땄습니다.

(문) 그런데 뉴 헤이븐 시 당국이 진급시킬 수 있는 사람 수는 19명에 불과했죠?

(답) 네, 뭐 어느 조직이나 직위 별로 정원이란게 있으니까, 여기까지는 별 문제가 없었는데, 막상 시험을 통과한 사람을 성적순으로 쭉 나누다 보니까, 문제가  생긴겁니다.

(문) 성적순으로 나눠보니, 진급 대상자 19명 중 백인이 17명 그리고 히스패닉, 즉 중남미계가 2명이었죠?

(답) 그렇습니다. 물론 2명의 히스패닉계가 있기는 합니다만, 백인이 절대 다수고요, 특히나 흑인은 1명도 없는 상황이 됐습니다. 이렇게 진급 대상자에서 소수인종이 너무 적은 비율이 되자 뉴 헤이븐 시 당국, 큰 고민에 빠지게 됩니다.

(문) 진급 대상자를 시험 성적으로 가리는데, 소수인종이 적다는 것이 무슨 문제가 되나요?

(답) 네, 저희가 얼핏 봐서는 문제가 없는 것으로 보이지만, 문제가 그렇게 간단하지가 않습니다. 뉴 헤이븐 시가 고민에 빠진 이유는 바로 지난 1964년에 만들어진 민권법 제 7조 때문입니다.

(문) 1964년에 만들어진 민권법이라고 하면 각종 사회 시설이나 직장 등에서 인종이나 종교, 피부색 그리고 성별 등을 근거로 차별하는 것을 금지하는 법이죠?

(답) 물론입니다. 그중에서 특히 이 법의 7조는 직장 내에서의 차별을 금지해서 소수인종이 미국 생활을 하는데 있어서 장애물을 없애준 그런 조항이죠? 미국에서 살아야 하는 소수인종 입장에서 보면 정말 고마운 법인데요, 이 7조에서는 직장 내 인종 차별을 두가지 유형으로 정리해서 이를 금지하고 있습니다. 먼저 영어로 ‘intentional discrimination’이라고 해서, 한국말로는 ‘의도적인 차별’이라고 부를 수 있는 항목입니다.

(문) 이 말은 의도적으로, 그러니까 예를 들면 당신은 흑인이니까, 승진을 못 시킨다, 아니면 이 일자리를 주지 못하겠다 하는 그런 차별행위죠?
 
(답) 그렇습니다. 그런데 이번에 뉴 헤이븐 시를 고민에 빠뜨린 항목은 두번째 항목, 영어로는 ‘disparate impact’, 한국말로는 의도하지 않은, 결과적 차별행위 조항입니다.

(문) 이 조항은 이런 의미죠? 가령 고용주가 앞의 예처럼 대놓고 차별을 하지는 않고, 중립적인 조치를 취하지만, 결과를 놓고 볼 때 만일 불평등한 것이 발견되면 이런 것도 차별이라는 그런 얘기 아닙니까?

(답) 그렇습니다. 뉴 헤이븐 시 경우를 가지고 설명을 드리면요, 진급 시험을 공평무사하게 실시하고, 이 시험 결과를 가지고 승진 대상자를 가려보니까, 거의가 백인이고 소수인종은 없었다는 결과는 뉴 헤이븐 시 당국이 결코 의도한 것은 아니지만, 결국 민권법 제7조가 금지하고 있는 결과적 차별행위에 해당되는 것이 되는 것이 아닌가라는 말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승진에서 탈락한 소수인종 출신 소방관들이 이 조항을 들어 소송을 내는 것을 두려워한 뉴 헤이븐 시 당국이 아예 이 진급 시험은 무효다라고 선포해 버린거죠.

(문) 그렇다면 시험에 합격해서 진급을 기다리던 소방관들, 특히 백인 출신 소방관들에게는 이 시험 무효화가 황당한 조치였겠군요?

(답) 아무래도 그랬겠죠? 그래서 이들은 자신들이 오히려 백인이라는 이유로 진급 심사에서 차별을 받았다며 연방 법원에 소송을 낸 것이고요, 이 건이 연방 대법원에까지 올라가 최근에 판결이 나온거죠.

(문) 그런데 연방 대법원은 소송을 낸 백인 소방관들의 손을 들어줬죠?

(답) 그렇습니다. 5대 4로 연방 대법원은 뉴 헤이븐 시의 시험 무효화 조치가 부당하다는 판결을 내렸습니다. 앤서니 케네디 연방 대법관은 소송을 당할 수도 있다는 걱정 때문에 정당하게 승진 자격을 얻은 사람들을 희생시키면서까지 소송인종을 배려할 수는 없다는 다수 의견을 내놨습니다.

(문) 반면 뉴 헤이븐 시의 결정을 지지한 소수의견도 있었죠?

(답) 네, 긴스버그 대법관이 발표한 소수의견은 수의 불균형이 차별로 비칠 수 있다고 지적하면서, 동등한 기회라는 것은 단순한 형식이 아니고 실제적인 결과에 기초해야 한다는 견해를 내놓았습니다.

(문) 최근 퇴임한 데이비드 수터 대법관을 대신해 신임 연방 대법관에 소니아 소토마요르 판사가 지명된 바 있는데, 이번 뉴 헤이븐 시 소방관 소송건에 이 소토마요르 대법관 내정자도 관련이 있다죠?

(답) 그렇습니다. 소토마요르 내정자는 올해 2월에, 연방 순회법원 판사로 있으면서, 이 소송 건을 다뤘습니다. 이 재판에서 소토마요르 판사를 포함한 3명의 재판부는 뉴 헤이븐 시의 조치가 적법하다고 판결했습니다. 이 판결에서 재판부는 뉴 헤이븐 시가 민권법 제7조에 근거해 자신들의 의무를 다하려 했다며, 뉴 헤이븐 시의 손을 들어줬습니다.

(문) 그렇다면, 대법원이 하급 법원의 판결을 뒤집은 셈인데, 그렇지 않아도, 소토마요르 지명자가 판결을 할 때, 인종적인 요소를 너무 고려한다고 비난하면서, 소토마요르 판사의 지명을 마뜩치 않아 하던 보수파들, 이번 판결로 목소리를 높이고 있겠군요?

(답) 네, 일부 전문가들은 이번 판결로 소토마요르 지명자의 인준이 힘들어지지 않겠냐는 말을 하기도 합니다만, 대부분은 이번 판결이 인준에 별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특히나 이번 뉴 헤이븐 시 소방관 소송 건 같은 경우는 이전까지 하급 법원에서 다뤄진 적이 없었고요, 결국엔 연방 대법원에서 판단을 하는 것이 제일 좋다는 공감대가 형성돼 있기 때문에, 소토마요르 지명자의 판결이 크게 문제가 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예상하고 있습니다.

소수인종에 대한 차별을 막기 위해서 만들어진 민권법이 오히려, 주류인종인 백인이 차별당하고 있다고 느낄 수 있는 상황을 만들어 내는군요. 이번 대법원의 판결, 소수인종에 대한 차별을 넘어서 더 특별한 대우를 해주길 원하는 취지로 만들어진 민권법의 미래에 어떤 영향을 줄 지 지켜봐야 할 것 같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