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과 미국의 지도자들은 지난 27일, 헝가리 수도 부다페스트에서 이른바 '철의 장막' 붕괴 20주년을 축하하는 기념식을 가졌습니다. 20년 전 헝가리는 제2차 세계대전 후 유럽을 동서로 분단시켰던 철조망을 처음 제거함으로써, '철의 장막' 붕괴에 일조했습니다. 좀 더 자세히 전해 드립니다.  

지난 27일 부다페스트에 있는 헝가리 의회 의사당 앞에는 남녀노소를 막론하고 수많은 인파가 모여, 유럽연합 찬가인 '환희의 송가'를 부르면서 '철의 장막' 붕괴 20주년을 기념했습니다. 지금으로부터 20년 전인 1989년 6월 27일 당시 공산국가였던 헝가리와 이웃 오스트리아의 외무장관은 양국 국경을 가로지르던 철조망을 절단했습니다.  

이를 계기로 그 해 수만 명의 동독인들이 헝가리를 경유해 서독으로 넘어갔으며, 이는 11월의 베를린 장벽 붕괴로 이어졌습니다.  

당시 헝가리를 경유해 서독으로 넘어간 동독인들 가운데는 로버트 브라이트너 추마 씨도 포함돼 있었습니다. 추마 씨는 당시 부모의 교회 활동과 다른 나라로 이주하고 싶다는 열망 때문에 괴로움을 받고 있었다고 회고했습니다.  

추마 씨는 헝가리에서 받은 물질적, 정신적 지지를 절대 잊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그 덕분에 헝가리와 오스트리아가 국경을 개방했을 때, 그 해 8월 밤 서방으로 건너간 첫 동독인들 가운데 한 명이 될 수 있었다는 것입니다. 

추마 씨는 부다페스트에서 서독 여권을 발급 받았을 때 마치 꿈만 같았다고 고백했습니다. 추마 씨는 차를 타고 오스트리아를 거쳐 서독으로 달려가던 기분을 언제나 기억할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20년 전 당시 헝가리 총리는 미클로스 네메스 씨였습니다. 공교롭게도 독일인이란 뜻의 성을 가진 네메스 전 총리는 당시 헝가리는 소련이 이끄는 바르샤바 조약기구에 속해 있었다며, '철의 장막'을 제거하고 동독인들이 떠날 수 있도록 허용한 것은 매우 위험한 도박이었다고 설명했습니다.  

네메스 전 총리는 헝가리의 결정은 분단된 유럽의 종식을 의미했다며, 저항도 물론 있었다고 말했습니다. 동독 국방부 대표가 즉각 부다페스트에 나타나 설명을 요구했다는 것입니다. 네메스 전 총리는 동독 국방부 대표에게 헝가리는 워낙 가난한 나라라서 다시 철의 장막을 세울 입장이 아니라고 설명했다고 밝혔습니다.  

네메스 전 총리는 당시 '철의 장막'은 "소련 제국으로부터 발트해에서 이란까지 이어졌다"고 말했습니다. 네메스 전 총리는 '철의 장막' 제거를 돕기로 한 것은 경제적인 이유에서뿐만이 아니라고 말했습니다. 인권과 정치적 자유를 옹호하기 위한 이유도 있었다는 겁니다.  

미국 의회대표단을 이끌고 기념식에 참석한 미국의 데이비드 프라이스 하원의원은 바락 오바마 대통령의 친서를 전달했습니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 친서에서 헝가리와 오스트리아가 철조망을 절단하기로 한 결정이 궁극적으로 유럽을 바꿔놓았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나 이번 기념식은 유럽의 장래에 대한 우려로 인해 다소 빛이 바랬습니다. 독일의 호르스트 쾰러 대통령은 현 경제위기가 '철의 장막' 붕괴와 독일 통일 이후 나타난 동부 유럽과 서부 유럽 간의 통합을 종식시키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군터 베르호이겐 유럽위원회 부위원장은 유럽연합을 구 공산국가나 터키와 같은 나라로 확대시키지 않으려는 움직임을 특히 우려한다고 미국의 소리 기자에게 말했습니다. 베르호이겐 부위원장은 이로 인해 유럽이 또다시 분열될 지 모른다고 말했습니다.  

베르호이겐 부위원장은 유럽에 공식적으로 경계선을 만들고 사람들에게 "운 좋으면 경계선 이 쪽에 살고, 운 나쁘면 경계선 다른 쪽에 산다"고 말할 수는 없다고 말했습니다. 그 같은 일은 불가능하다는 것입니다. 베르호이겐 부위원장은 유럽연합의 현 회원국들이 유럽연합의 확대과정이 언제, 어떻게 진행될 것인지 결정하진 않을 것으로 본다고 밝혔습니다. 이는 각국이 스스로 결정할 문제란 것입니다.  

유럽은 수십 년 만의 최악의 불황을 겪고 있습니다. 이 같은 상황에서 각국 대표들은 과거를 돌아보는 일이 중요할 뿐만 아니라, 앞으로 동서가 함께 더욱 강력하고 더욱 번창하는 연합을 건설하는 것이 중요하다는데 의견을 같이 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