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양에 공장을 설립한 한 한국 기업이 대북 경협 업체로는 처음으로 한국 정부를 상대로 한 소송에 착수했습니다. 한국 정부의 방북 불허 조치로 공장 가동을 못해 피해를 봤다는 게 이유인데요, 남북관계 악화로 대북 경협 업체들의 줄도산이 우려되는 가운데 이 문제가 법정으로까지 비화할 조짐입니다. 서울에서 김환용 기자가 보도합니다.

남북한이 공동 경영하는 첫 모델로 주목을 받으며 지난 해 10월 평양에 공장을 설립한 한국의 안동대마방직이 한국 정부를 상대로 한 소송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이 회사의 김정태 회장은 26일 ‘미국의 소리 방송’과의 전화통화에서 현대아산 직원 억류 사건으로 한국 정부가 지난 4월 이후 직원들의 방북을 불허한 탓에 공장을 가동하지 못해 폐업 상황까지 몰린 상태라고 설명했습니다.

“소송은 저희들로 봐선 어쩔 수 없이 하게 된 겁니다. 지금 기업이 다 고사되게 돼 있으니까, 아무래도 방북이 지금 안 되고 있다는 게 그게 좀 크구요, 그 다음에 크다고 볼 수 있는 것은 정부 정책 자체가 문제가 많거든요.”

1992년 남북 경제협력 사업이 시작된 이후 기업이 정부의 남북경협 정책에 반발해 소송을 내는 것은 처음 있는 일입니다.

이 회사는 현재 한국 정부의 조치에 따른 피해액을 산출하고 있으며 법무법인을 대리인으로 선임해 소송을 준비 중입니다.

안동대마방직은 지난 2003년 통일부 허가를 받고 북한 민족경제협력연합회 산하 새별총회사와 합작해 지난 해 10월 평양시 선교구역 방직거리에 섬유공장을 완공했습니다. 북측 직원 1천 명을 고용할 계획으로 공장설립에만 미화 1천5백만 달러, 한국 돈으로 1백90억원을 투자했습니다.

특히 이 회사는 남북한이 실질적으로 회사 운영을 함께 하는 첫 남북합영회사 모델로 주위의 이목을 끌기도 했습니다.

한국 정부는 해당 기업의 어려움은 알고 있지만 방북 유보 조치 때문에 모든 어려움이 초래됐다고 보기는 힘들다는 입장입니다.

한국 통일부의 천해성 대변인은 기자설명회를 통해 이 같은 정부 입장을 밝혔습니다.

“저희가 관련 부서를 통해 파악한 바로는 작년 10월 공장이 완공된 이후 전력이나 원자재 등 북한 측, 그리고 기업 내부의 여러 가지 사정이 복합적으로 작용을 해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방북 유보 조치 때문에 모든 어려움이 초래됐다고 보기는 어려울 것 같습니다.”

이 회사 이외에도 남북경협 업체들 사이에서 정부를 상대로 한 손해배상 소송 이야기가 나오고 있어 자칫 소송이 이어지는 사태를 빚지 않을까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습니다.

개성공단 입주기업 한 관계자는 “개성공단 업체들 가운데 특히 후발 업체들 사이에서 소송제기 여부를 놓고 적지 않은 논란이 있다”고 전했습니다.

한국 정부는 기업들의 어려움을 해소하는 방안을 계속 검토하고 있으며 법 규정에 따른 가능한 모든 지원 조치를 취하겠다는 입장입니다.

하지만 해당 기업들은 정부에 피해 전액 보상을 요구하고 있는 반면 정부는 형평성과 기업의 책임경영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다는 방침이어서 갈등이 계속될 전망입니다.

천해성 통일부 대변인은 개성공단 입주기업들이 최근 정부에 낸 6백11억원 규모의 긴급 운영자금 지원 요청 건과 관련해서 정부의 입장을 분명하게 밝혔습니다.

“재원 문제 라든지 여타 경협 기업들과의 형평성이라든지 기업들이 기본적으로 가져야 할 경영에 책임지는 문제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서 지금 또 유관부처와 협의를 해서 검토하고 있습니다.”

한편 천 대변인은 대북 인도적 지원단체들의 방북 허용 요구와 관련해선, “자재나 대규모 장비 등을 포함해 물자지원과 물자반출을 적극적으로 검토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민간단체들의 대북 지원은 남북관계 악화로 올 들어 의약품과 생필품 등에 한해 극히 제한적으로 이뤄져 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