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정부가 유엔의 '국제 조직범죄 방지협약’에 포함된 인신매매 의정서 서명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중국이 의정서에 서명하게 되면 인신매매 피해를 겪고 있는 중국 내 탈북 여성들에 대한 보호 조치를 국제사회가 요구할 수 있는 근거가 됩니다. 서울에서 김은지 기자가 전해드립니다.

유엔 협력단체인 국제이주기구 (IOM) 한국사무소 이정혜 대표는 중국 정부가 유엔이 마련한 국제 조직범죄 방지협약 부속 인신매매 의정서에 서명할 것을 현재 국제기구와 협의 중에 있다고 밝혔습니다.

이 대표는 인권단체인 바스피아가 26일 서울 연세대학교에서 ‘재중 탈북 여성 인신매매’를 주제로 연 토론회에 참석해 “중국의 움직임은 중국 정부의 인신매매에 대한 인식이 변화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습니다.

“중국 정부가 인신매매와 관련된 국제 조직범죄 방지협약 부속의정서에 사인을 하려고 하고 있습니다. 베이징 사무소에서 관련된 법제 정비나 기본계획을 만드는 과정에 중국 정부에 도움을 주고 있습니다.”

중국이 이 의정서에 서명을 하게 되면 중국 내 인신매매로 피해를 보고 있는 탈북 여성에게도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보입니다.

이 대표는 “협약에 가입하면 국제사회가 중국 정부에 대해 자국 내에서 벌어지고 있는 인신매매에 대해 필요한 조치를 취하도록 요구할 법적인 근거가 되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탈북자 관련 단체들은 중국에 있는 탈북자의 80-90%가 여성으로, 이들 가운데 80% 이상이 인신매매의 희생자가 되고 있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지난 1994년부터 전세계에서 인신매매 방지 사업을 추진해온 IOM은 현재 전세계 85개국에서 5백여 개 프로젝트를 수행하고 있습니다.

이정혜 대표는 “한국 사무소의 경우 올 하반기 중에 중국에서 인신매매를 당한 탈북 여성들을 대상으로 심층 면접조사를 벌여 보고서를 발간할 예정”이라고 말했습니다.

국제노동기구(ILO) 캐슬린 스피크 베이징사무소 인신매매 프로그램 담당자는 영상 인터뷰를 통해 “중국 정부와 협력 하에 메콩강 유역에서 인신매매 피해자 예방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며 “중국 정부 차원에서 인신매매에 대한 관심이 점차 생겨나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스피크 씨는 중국에 있는 탈북 여성들의 인신매매 피해와 관련해 미국의 비영리단체인 미국북한인권위원회가 발간한 인신매매 관련 보고서(Lives for sale)를 통해 탈북 여성들의 인신매매 실태를 알게 됐다며 우려를 표명했습니다.

스피크 씨는 이어 “북한은 ILO 회원국이 아니지만 중국 정부가 요청할 경우 중국 동북 3성 지역에서 북한 여성들의 인신매매 퇴치 사업을 추진할 수 있을 것”이라며 “그러나 현재 국제노동기구 차원에서 추진할 계획은 없다”고 말했습니다.

26일 토론회에선 북한을 탈출해 중국에서 겪은 인신매매 실태에 대한 생생한 증언도 나왔습니다.

탈북여성인권연대 강수진 대표는 “방에 감금된 채 음란한 화상채팅을 강요당하는 여성들이 많다”며 “화상채팅 업체에 종사하고 있는 10명 중 7명은 북한 여성”이라고 말했습니다.

“화상채팅 업체에 북한 여성들이 많이 종사합니다. 돈을 많이 번다고 해서 가기도 하지만 인신매매 당해서 가는 경우도 있습니다. 31살 한 여성은 폐 판막증에 걸렸는데도 숨을 쉴 수 없을 정도로 아픈데도 일을 강요당하고 있더라구요.”

탈북자 방미선 씨는 “중국에 가면 굶어 죽진 않는다고 해서 탈북했는데 인신매매단에게 붙잡혀 7천 위안에 중국 장애인 남성에게 팔렸다”고 진술했습니다.

방 씨는 “중국에선 북한 여성을 짐승 취급을 해 `돼지'라고 부른다며 공안 당국은 여성들의 옷을 모두 벗기고 억압적인 분위기에서 신체검사를 했으며, 임신한 여성을 강제로 유산시키려다 죽음에 이르게 하기도 했다"고 전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