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은 미-한 정상회담이 열린 어제 (16일), 관영매체를 통해 최근 중형을 선고 받은 미국 여기자들의 재판 내용을 이례적으로 상세히 보도했습니다. 북한은 여기자들이 반공화국 범죄 행위를 인정했으며, 이는 미국이 만들어낸 범죄라고 주장해 이 사건을 현재의 미-북 관계와 연계시킬 뜻을 드러냈습니다. 서울에서 김환용 기자가 보도합니다.

북한의 조선중앙통신 등 관영매체들은 조선민족 적대죄 등 혐의로 최근 중형을 선고 받은 미국 여기자 2명의 체포 과정과 재판 내용을 16일 이례적으로 자세히 보도했습니다.

조선중앙통신은 “위임에 따라 조선반도에 전례 없이 미국과의 대결 국면이 조성된 시기에 미국인들이 감행한 범죄 사실을 세상에 알리기 위해 상보를 발표한다”고 밝혔습니다.

조선중앙통신은 한국계 미국인인 이승은 (미국 이름 유나 리)씨와 중국계 미국인인 로라 링 씨 두 여기자들이 자신의 범죄 행위를 인정했다고 주장했습니다. 조선중앙TV의 방송 내용입니다.

“우리 공화국의 인권 실상을 사실과 맞지 않게 깎아 내리고 비방중상하는 동영상 자료를 조작하여 우리의 사회주의 체제를 고립압살하려는 정치적 동기로부터 감행된 범죄 행위라는 것을 인정하였다.”

조선중앙통신은 이어 “미국이 반공화국 범죄 행위를 만들어낸 데 대해 각성을 갖고 예리하게 주시하고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또 이들의 형기가 구속된 2009년 3월22일부터 계산되고 판결에 대해 상소할 수 없다는 것이 선고됐으며 재판 과정에서 로라 링 씨에겐 변론이 제공됐으나 이승은 씨는 변호사 선정을 스스로 포기했다고 밝혔습니다.

이들에게 적용된 혐의 내용도 상세하게 보도했습니다.

조선중앙통신은 이들이 미국에서 취재 계획을 짤 때부터 한국을 먼저 방문해 두리하나선교회 천기원 목사와 탈북자들을 대상으로 취재했다고 전했습니다. 이후 북한과 중국 국경지대에서 취재 중 북한으로 넘어 와 체포되기까지 과정과 취재테이프에 담긴 녹화 내용도 상세하게 설명했습니다. 또 녹화테이프에는 “방금 허가 없이 북조선 경내에 들어왔습니다”라는 해설이 녹음돼 있고, 여기자들은 월경 기념으로 돌멩이를 하나씩 주워 넣기도 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은 주장했습니다.

북한 전문가들은 북한의 이례적인 상세 보도가 미-한 정상회담이 열리는 날, 그 것도 회담이 시작되기 불과 몇 시간 전에 나왔다는 점에서 북한이 여기자 문제를 정치적으로 활용하려는 의도를 드러낸 것으로 풀이하고 있습니다. 고려대 김성한 교수입니다.

“한-미 정상회담이 워싱턴에서 개최될 예정이었고 거기서 나올 수 있는 여러 가지 내용들이라는 게 확장 억지라든지 북한에 대한 강력한 메시지, 특히 결과론적인 얘깁니다만 북한 인권 문제에 이르기까지 여러 가지 다양한 강력한 메시지가 예고돼 있었기 때문에 북한이 그러한 이례적 행동을 보이지 않았나 생각됩니다.”

김 교수는 특히 북한의 이번 보도에는 대북 제재에 공동 보조를 취하고 있는 미-한 두 나라의 공조 관계를 벌려놓으려는 의도가 숨어있는 것으로 분석했습니다.

또 두 여기자의 행위를 미국이 만들어 낸 것이라는 북측 주장을 놓고 북한이 여기자 문제를 미-북 관계에 연계시키겠다는 의사를 보다 뚜렷하게 드러낸 것이라는 풀이도 나오고 있습니다.

동국대 김용현 교수는 현재의 악화된 미-북 관계를 풀 정치적 수단으로 여기자 문제를 이용하겠다는 북한식 접근방법이라고 해석했습니다.

“북한 입장에선 강경한 대미 입장을 표현했다기 보다는 실질적으로 정치적 해법을 통해서 문제를 풀자, 그렇기 때문에 오히려 북한의 접근법은 미국과의 대화를 위한 용도로 이러한 얘기가 나왔다고 볼 수가 있겠습니다.”

미국 캘리포니아 주 케이블 방송인 `커런트 TV’ 소속의 두 여기자는 지난 3월 북-중 국경지대인 두만강 근처에서 탈북자 문제를 취재하던 중 북한 군에 체포돼 지난 8일 조선민족적대죄와 비법국경출입죄 혐의로 12년의 노동교화형을 선고 받았습니다.